[M포스트 구기성 기자] 가족 구성원이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3열 시트까지 있는 SUV가 많이 팔리고 있다. 평소엔 여유롭게 적재공간을 쓸 수 있고 가끔은 두 가족이 타기에 좋아서다.
푸조 역시 플래그십 SUV인 '5008 SUV'로 이 시장을 공략 중이다. 넉넉한 공간, 괜찮은 승차감 덕분에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 차를 의전차로 선택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시판중인 5008은 푸조의 새 방패형 로고를 부착하기 전 마지막 제품이다. 그러나 사자 송곳니 모양의 세로형 LED 주간주행등과 차체, 헤드램프와 경계를 허문 프레임리스 그릴, 후드 끝에 부착한 '5008' 레터링 등은 여전히 세련된 인상이다.
측면은 직선적인 이미지로 구현했다. A필러를 따라 올라 타서 지붕선을 지나 D필러에서 꺾여 내려가는 크롬 가니쉬가 이 특징을 부각시킨다. 펜더를 가르는 캐릭터 라인은 차체와 조화를 이루며 강인한 인상을 자아낸다. 차체 하부는 플라스틱 클래딩을 두텁게 덮어 SUV임을 알린다. 곧게 뻗은 스포크의 알로이 휠의 직경은 19인치에 이른다.

후면부는 반듯하게 깎아내린 실루엣 덕분에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긴다. 테일게이트는 낮게 설계해 걸터 앉기에도 좋다. 세 줄의 LED로 완성한 테일램프는 푸조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사자의 발톱 자국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실내는 운전석 전방에 푸조의 전매특허인 아이-콕핏(i-Cockpit)을 어김없이 배치했다. 스티어링 휠 크기를 줄이고 위치를 낮춤과 동시에 계기판을 끌어올려 헤드업 디스플레이 없이도 몰입감 높은 운전 경험을 선사한다. 위 아래를 곧게 편 스티어링 휠은 푸조 특유의 핸들링을 즐기기에 최적화됐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를 마련해 변속의 손맛을 선사한다.

12.3인치 계기판은 높은 해상도로 주행 정보를 표시한다. 다이얼, 드라이빙, 개인화, 최소 등 다양한 레이아웃을 제공해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메인 터치스크린 크기는 8인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포테인먼트, 후방 카메라 등 주행 및 제어에 필요한 정보를 표시하는데 모자라지 않다. 반응 속도도 빠르다. 센터페시아 하단엔 여러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토글 스위치를 마련했다.

푸조 5008 SUV는 EMP2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가장 큰 SUV다. 휠베이스를 대형 SUV 수준인 2,840㎜까지 늘리고 바닥을 평평하게 처리해 MPV 수준의 공간이 조성됐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동생 모델인 3008 SUV와 비교하면 길이는 190㎜, 휠베이스는 165㎜ 더 길다.
모든 좌석은 아이키나이트 스티치를 적용한 레드 나파 가죽 시트로 이뤄졌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촉감이 만족스럽다. 다만 도어와 대시보드 일부에 붙은 우드 그레인은 낯설다.

2열 좌석은 1:1:1 비율로 나눠 기울기를 조절하거나 접을 수 있다. 슬라이딩, 리클라이닝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4:2:4 비율이 아니어서 좌석 폭은 좁은 편이다. 그러나 머리 및 다리 공간은 차급을 넘어선다. 다리를 꼬고 앉아도 앞좌석에 발이 닿지 않는다. 대통령 의전차다운 면모다. 1열 좌석 등받이 뒤쪽엔 간이 테이블을, 창문엔 수동 블라인드를 배치해 패밀리카의 매력도 두루 갖췄다.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3열 좌석은 접거나 떼어낼 수 있다. 왼쪽 다리공간엔 소화기도 배치돼 있어 성인이 앉기엔 비좁다.

적재공간은 좌석을 모두 폈을 때 237ℓ를 제공한다. 3열을 접으면 952ℓ, 3열을 떼어내고 2열 좌석까지 접으면 2,150ℓ까지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차박도 가능하다. 바닥의 빈 공간을 덮는 커버가 있어 매트 하나만 깔면 바로 잘 수 있다. 177㎝ 신장의 성인이 앉았을 때에도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는다. 동반석도 접을 수 있다. 이 경우 길이 3.2m의 적재물도 실을 수 있다.

이밖에 실내 곳곳엔 다양한 수납공간을 설치했다. 센터 콘솔은 대형 생수병을 넣을 수 있는 정도이며 글로브 박스, 앞뒤 좌석의 4개의 컵 홀더 등 약 38ℓ를 수납할 수 있다.

엔진은 1.2ℓ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가 디젤을 대체했다. 최고출력 131마력(5,500rpm), 최대토크 23.5㎏·m(1,750rpm)를 발휘한다. "플래그십 SUV의 심장이라고 하기에 너무 작은 게 아니냐"란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털털하지만 경쾌하게 차를 밀어낸다. 실용영역대에서 최대토크를 내 효율적이기도 하다.
EAT(Efficient automatic Transmission) 8단 자동변속기는 퀵 앤 컴포트 시프트(Quick & Comport Shift) 기술을 담아 영민하게 움직인다. 가속을 할 경우 다운시프트를 통해 힘을 더 뽑아내고 타력주행을 하면 기어를 다시 올려 엔진회전수를 낮춘다. 이런 과정이 적극적으로 이뤄진 덕분에 복합 연비는 12.1㎞/ℓ(도심 10.8㎞/ℓ, 고속 14.2㎞/ℓ)를 인증받았다. 실제 연비는 인증 수치를 웃돌았다. 성인 3명이 탑승한 상태에서 고속도로에선 14.9㎞/ℓ, 도심에선 11㎞/ℓ 대의 평균 효율을 표시했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를 지원한다. 이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스포츠 모드다. 생각보다 터프하게 치솟는 엔진음이 재미있다. 회전수를 높여 출력을 빠르게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은 기본이다.
SUV 차체를 지녔지만 핸들링은 전륜구동 최고로 꼽히는 푸조의 일원답게 예리하다. 휠베이스가 긴데도 굼뜨지 않고 제법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19인치 타이어와 함께 노면을 놓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운전자보조시스템은 레벨2 자율주행을 갖췄다. 정차 후 재출발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유지보조, 긴급자동제동, 차로이탈방지, 사각지대경고, 제한속도인식 및 표시, 하이빔 어시스트 등을 포함한다.

5008 SUV는 엄연히 푸조의 '플래그십 SUV'이지만 실용성을 중요시 하는 프랑스의 감성을 다 숨기지 않았다. 공간도 성능도 모두 효율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다재다능하다.
그렇다고 시시한 차는 결코 아니다. 고집도 있고 개성과 위트도 지녀 여러모로 재미있다. 오랫동안 독일 브랜드가 대세를 이루는 수입차 시장에서 차별화되는 매력이 가득하다.
5008 SUV의 가격은 알뤼르 4,600만원, GT 4,9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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