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한잔할까?” “알바 뛰러 갑니다”…고달픈 청춘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3. 17. 18: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출 끌어다 집 샀던 영끌족
고물가·고금리에 부업 뛰어
2030 ‘N잡러’ 5년새 37% 쑥
[사진 = 연합뉴스]
직장인 박모 씨(33)는 올해 초부터 퇴근 후 보험 설계업무를 하고 주말마다 지인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N잡러(여러 일을 하는 사람)’가 됐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월급만으로는 생활비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집의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아니면 내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이씨는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받아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소형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 씨는 “처음보다 금리가 거의 3배 가까이 올라 지출이 3베기 됐는데 고점에서 샀던 집값이 떨어져 팔 수도 없었다”며 “생활비와 이자를 내기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시대가 저문 뒤 찾아온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데다 고물가로 살림살이마저 팍팍해지면서 ‘영끌족’들이 급등한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N잡’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각종 지출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이자를 부담하기가 어려워지자 부수입 마련을 위해 본업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는 식이다. 이들 대다수는 집값 폭등기에 투자나 실수요 목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는데, 집값 하락으로 부동산 거래도 뚝 끊겨 이자를 그대로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1~3분기 평균 기준으로 2030대 청년층 부업자는 2017년 7만8000명에서 2022년 10만7000명으로 37.2% 껑충 뛰었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되기 시작한 2021년의 경우 한 해 동안 19~34세 청년 취업자의 40.9%가 2개 이상의 일자리를 갖고 있었다. 전경련은 “청년층은 접근성이 높은 비대면·플랫폼 일자리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추가 소득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양적완화로 인한 자산시장 거품을 처음으로 겪었던 세대인 만큼 타격이 더 크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 상승세가 꺾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고,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 시기에 자산을 모으지 못하면 벌어진 격차를 평생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직장인 김모씨(31)는 “집을 살 만한 여력은 안돼서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 주식과 암호화폐 등에 투자를 했다가 시장 상황이 나빠지며 손실을 많이 봤다”며 “처음에는 이자만 겨우 내다가 물가까지 오르면서 생활비가 늘어 3개월 정도 퇴근 후에 배달이나 물류센터 등 플랫폼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전했다.

영끌족 비명의 원인은 급등한 대출 금리다. 불과 1년 새 이자부담이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난 차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 대출 평균금리(취급금액별 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019년 12월 2.98%에서 이듬해 2.79%로 하락했다가 2021년 12월 3.66%, 2022년 12월 5.60%, 2023년 1월 5.47%로 증가세를 보였다. 일부 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7%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 시기에는 유동성이 줄어들다보니 빚이 있는 사람들의 소비 자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에서는 물가까지 올라 지출을 줄이는게 더욱 어려우니 소득을 늘리는 N잡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최근 대면 서비스 위주로 회복이 이뤄지며 단기·임시 일자리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N잡을 선택한 데는 하나의 일을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한 M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부분도 있다. 중소 기업에 재직하면서 SNS로 3년째 부수입을 얻고 있다는 직장인 강모 씨(32)는 “항상 수입에 불만이 많았었고 일에도 지루함을 많이 느꼈었는데 평소 열심히 하던 SNS를 상업적으로 운영하며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