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난 5년간 중국에 존중 못받았다"

이용수 기자 입력 2022. 8. 6. 03:00 수정 2022. 8. 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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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관 고위관계자 밝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

주중 한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는 5일 한·중 관계에서 상호 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전 정부의 지난 5년간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히 존중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3불(不) 문제에 대해서도 “전 정부가 합의도 아니고 정책도 아니라고 이미 밝혔다”며 “새 정부가 챙겨야 할 옛날 장부(帳簿)가 있느냐 하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가 최근 “새 관리(윤석열 정부)가 옛 장부(묵은 빚이라는 뜻)를 외면할 수 없다”며 한국에 사드 3불을 유지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사드 3불’은 문재인 전 정부가 2017년 10월 중국의 사드 보복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 MD(미사일 방어)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 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국과 3불 협의를 주도한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차장은 일본대사 시절인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국에 당시 언급한 세 가지는 약속도 합의도 아니다”라며 이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하성 당시 주중 대사도 같은 날 “(한·중 간) 약속이나 합의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약속’ ‘정중한 입장’이라는 표현을 쓰며 윤석열 정부에 사드 3불을 유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박진 외교부 장관의 국회 발언에 이어 사드 3불 자체를 부인하고 나선 것은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고위 관계자는 3불을 통해 한·중 갈등을 잠정 봉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중은) 2017년 10월 31일 협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됐다’고 했지만 (이후) 우리가 받은 게 없는 데 봉합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도 했다. 당시 양국은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겠다”고 했지만 사드 문제만 동결되고 경제, 관광, 문화 분야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계속됐다.

이 관계자는 한·중 간 상호 존중에서 안보 주권을 강조하며 “(3불처럼) 자국의 안보에 대해 제3국에 ‘미래에 무엇을 안 한다’고 약속하는 게 합리적인가 생각해봐 달라”고 했다. 한·중 경제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한국 기업인 분들과 만났을 때 ‘10~20년 전 투자할 때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요인)가 많아지고 있어 (기업들이) 향후 리스크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중 관계가 긴장된 상황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오는 8~10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를 방문,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9일)을 갖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이다. 이번 회담은 두 장관이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회담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열리게 된다. 취임 후 미국(6월), 일본(7월)에 이어 중국을 찾는 박 장관은 왕 부장과 수교 30주년(8월 24일)을 앞둔 한·중 관계 전반과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등을 주로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핵·미사일 도발을 자제하도록 중국 측에 건설적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회담은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왕 부장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등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시도에 한국이 동참했거나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왕 부장은 지난 5월 박 장관과의 화상 통화에서도 한국의 IPEF 참여 결정에 대해 “반대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왕이 부장이 ‘사드 문제의 타당한 해결’을 재차 언급하며 사드 3불 유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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