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숨긴 채 취업 40일만에 출산휴가…자영업·소상공인 ‘한숨’

출산지원금 노리고 의도적 취업 정황 발견…영세업체 정부 지원 강화 절실
[사진=픽사베이]

임신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진 채 회사에 취직한 여성이 입사 40일 만에 출산휴가를 쓰겠다고 요구한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임신한 여성의 채용 거부는 불법이지만 출산지원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취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만큼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40일차 직원이 임신 사실 숨기고 입사해 출산휴가 쓴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다.
경기도 외곽에서 식당을 운영한다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입사 40일차 된 직원한테 뜬금없이 출산휴가 쓴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6월 1일이 출산예정일인데 앞뒤로 45일씩 90일간 출산휴가를 쓰겠다고 메시지가 왔고, 전 직장에서 임신 사유로 부당 해고를 당해서 합의금 뜯어냈는데 여기서까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협박 메시지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는 분들이 임신이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끝까지 아니라고 숨겼다고 한다”며 “인터넷 검색해 보니 육아휴직은 입사 180일 이내에는 거부권이 있지만 출산휴가는 그런 게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 세무사와 변호사, 노무사 사무실에도 연락해 보니 다들 제가 당한 거라더라. 아주 질 나쁜 분에게 걸렸다고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A씨는 출산휴가를 요청한 직원 B씨에게 받은 문자도 공개했다. B씨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발급받은 임신·출산진료비 지급 신청서와 출산 전후 휴가 신청서 등을 보내왔다.

▲ 임신 사실을 숨기고 취업하는 취업자들로 인해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입사한 지 40일차에 출산휴가를 요구한 직원의 문자 메시지.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문자 메시지에는 “(동료) ○○언니가 임신이냐고 두 번이나 물어봤는데 맞다고 하면 일도 못 시키고 부담 가지실까 봐 아니라고 했었다”며 “이전 직장에서 임신 사유로 부당 해고를 당해서 합의금을 받았는데 여기서까지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 갑작스럽게 말씀드린 부분 이해 부탁드린다”고 적혀있었다. 이어 “그만둔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계속 일할 의지가 있고 출산 기간 후 복귀할 거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저출산 시대에 임신은 축하받을 일이지만 식으로 애초에 돈을 목적으로 (출산)사실을 숨기고 들어와서 입사 40일에 그것도 메시지로 통보성 협박을 하면 어떻게 웃는 모습으로 축하해 줄 수 있겠나”고 한탄했다.

더 큰 문제는 출산 이후다. 출산휴가 90일 이후 180일 육아 휴직도 있기 때문이다. 씨는 “이 사람은 90일 출산휴가 다 사용하고 180일 채워서 육아휴직도 쓰겠다고 할 텐데 얼굴 보기가 무섭다”며 “새로운 사람 뽑자니 복직 예정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분 때문에 그것도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법적으로도 막을 방법 없는 천재지변…“정부가 할 일을 왜 우리가”

법적으로 임신한 여성 채용 거부는 불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과거 임신을 이유로 채용이 안된 사례들에 대해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고유한 기능이자 특성인데 이를 이유로 고용 차별하는 것은 성차별에 해당한다”며 “여성의 모성 기능은 사회인력 재생산한다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 있으므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남녀고용평등법상 면접 시 임신 계획이나 결혼 등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A씨 또한 면접에서 해당 정보를 알 방법이 없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40일 동안 회사와 직장 동료들에게 임신 사실을 출산 휴가일 까지 숨기고 당일 문자로 통보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취업 당시 허위정보 기재에 해당되진 않는다.

▲ 일각에서는 최근 민간에서 저출산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출산 지원 특별법 관련 브리핑 중인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 [사진=뉴시스]

다만 여론은 B씨 행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너무 노골적으로 지원금을 위해서 취업한 것이 보이는데 해고가 힘들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며 “답이 없는 상황이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천재지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출산에 대한 부담을 정부보다 사업자들이 더 많이 지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직원이 출산휴가를 신청하면 최초 60일치는 기업에서 일시불로 선 지급한다. 그리고 정부에 출산 휴가 지원을 신청하면 월 최대 21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나머지 30일은 정부에서 바로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A씨와 같은 자영업자나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60일치 급여가 한 번에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지난 40일간 교육했던 시간과 급여 또한 물거품이 되는 만큼 손해로 작용할 여지도 충분하다. 또 모든 기업이 지원받는 것이 아닌 지원대상 기업만 정부 지원을 받는 문제점이 있다. 만약 지원대상 기업이 아닌 경우 사업자가 지는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서울에서 이삿짐 업체를 운영하는 김경수(55·가명) 씨는 “임산부인 걸 숨긴 채 입사해 일은 하나도 안하고 일당만 주고 보낸 경험이 있다”며 “일당인 만큼 정부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해 저출산 예산 48조원으로 정부가 뭘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오히려 민간 기업에 대한 저출산 지원을 늘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서류나 면접 등 공식적인 계약 상황에서 임신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길 경우 이를 사전에 알아낼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서초 소재의 한 변호사는 “서류나 면접 등 정식 채용 과정에서 임신이나 결혼계획 등을 묻는 것이 금지돼 있어 물어볼 수 없다”며 “이후 동료들에게 거짓말하며 출산휴가일까지 숨기 것에서 고의성을 찾을 수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증명하기는 까다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에서는 최근 기업의 저출산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정부 지원을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저출산 관련 예산을 48조원이나 썼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떨어진 것에 대해서 차라리 기업 지원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란 분석이다.

한 누리꾼은 “정부가 천문학적인 세금을 투입했음에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문대로 예산을 쓰지 못한 탓이다”며 “그럴바에는 저출산 해결에 적극적인 민간을을 지원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영그룹은 출산한 직원들에게 1억원을 지급해 주목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SK온이 육아 휴직 기간을 2년 연장했다. LG와 삼성 등에서도 법정 기준을 상회하는 육아 및 출산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저출산에 적극적인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 사회 전반적인 문화와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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