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32년 수장' 나스랄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중동 전운 최고조(종합2보)
이란·하마스, 저항 세력 결집 촉구…"레바논에 이란 군대 파병"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끈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하며 중동 내 전운이 달아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나스랄라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약 30년간 이끌었던 헤즈볼라의 수장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가 위대한 불멸의 순교자 동지들에게 합류했다"고 전했다. 이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매체 알마나르TV는 나스랄라의 사망 발표 후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 구절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AFP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사망 소식을 발표하자마자 한 행인은 "맙소사"라며 비명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들은 거리에서 울부짖기도 했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총성이 들렸는데, 이는 우상화되는 종교적 인물이 전사할 때 애도하는 의미에서 발포하는 것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헤즈볼라의 공식 발표 약 3시간 전, 이스라엘은 전날인 27일 베이루트 남부 교외 공습으로 나스랄라와 남부 전선 사령관 알리 카라키와 지휘관 무함마드 알리 이스마일 등을 함께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본부가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지하에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이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들이 본부에서 이스라엘 시민들에 대한 테러를 조직하는 동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지역사회에 침투해 시민들을 살해하고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이스라엘은 주장했다.
이번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수에 대해선 불확실하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뒤에 숨는 것이 헤즈볼라의 작전 중 일부"라고 지적했다.
나스랄라 사살에 성공하자 해당 작전은 '새로운 질서(New order)'로 명명됐다.
소식을 접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했다. 하마스는 "점령 범죄와 암살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저항 세력이 전진하려는 결의와 고집을 더욱 키울 뿐"이라며 "점령이 종식되고 승리할 때까지 저항의 길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항의 축'에 대한 연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마스는 "우리는 헤즈볼라와 레바논의 이슬람 저항 세력에 대해 절대적인 연대와 입장을 재확인한다"며 "헤즈볼라는 우리 국민과 저항 세력과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도 "중동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선두에 서고 있는 저항 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레바논은 침략을 일삼고 사악한 적들이 그들의 행동을 후회하게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란 측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나스랄라 사망 발표 이후 보안이 강화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이란이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헤즈볼라 및 다른 동맹국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스랄라의 사망에 이란까지 전면에 나서면 중동 내 충돌이 더욱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국제문제 담당 차관 아야톨라 모하마드 하산 아크타리는 "레바논과 시리아 쪽 골란고원에 군대를 배치하는 방안을 허가할 것"이라며 병력 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나스랄라는 1992년 35세의 나이로 헤즈볼라의 수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간 전쟁을 벌이며 '신성한 승리'를 선언했고,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군대를 격파하는 것을 보며 자란 아랍인들의 지지를 얻게 됐다.
그러나 헤즈볼라의 활동 영역이 시리아와 그 너머까지 확대되며 아랍권에서는 점점 더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영향은 이후 수니파인 아랍권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하면서 시아파 이란과 갈등을 빚는 일로 심화하기도 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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