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구대교구, ‘아동성추행 신부’ 은폐 의혹

‘솜방망이 처벌’ 논란 계속
정직 종료 후 은퇴처분 내릴 듯
사제 신분은 유지 ‘사실상 명퇴’
“피해자 보호 위한 조치” 해명

초등학생을 두 차례 성추행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S신부(본지 4월 22일자 보도)가 정직 후 바로 은퇴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직자의 아동성범죄는 ‘파면’돼야 한다며 천주교 내부에서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S신부의 정직이 끝나는 대로 바로 은퇴시키겠다고 1일 밝혔다. S신부가 법원 판결이 내려진 2021년 당시 대구대교구로부터 받은 징계는 5년 정직으로 2026년 4월께 처분이 종료된다.

S신부는 2014년 당시 만 9세 아동이던 미성년 신자 A양을 두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받았다. 그는 영화를 미끼로 A양을 성당 사제관으로 데리고 가 무릎에 앉히고 신체 접촉을 하는 방식으로 추행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신부로 근무하던 성당의 신자로서 평소 피고인을 믿고 따르던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위력으로 추행한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천주교 내부에서는 교회법에 따른 ‘파면’이 아닌 ‘정직’ 처분을 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음에도 비교적 가벼운 처분이 내려졌다는 지적이다. 교회법 제6권 1398조에 따르면 미성년자나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게 십계명 중 제6계명(간음하지 마라)을 거스르는 범죄를 저지르는 성직자는 직무 파면(박탈) 처분과 그 밖의 정당한 형벌로 처벌돼야 한다.

또 정직 처분을 받은 신부는 징계 기간이 끝나면 복직이 가능하고 신부의 주 업무인 미사를 주례할 수 있는 데 따라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판부가 S신부에게 징역형과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지만 종교 시설은 해당되지 않는다.

대구대교구가 정직이 끝나더라도 아동을 포함한 신자와 접촉할 수 없도록 은퇴시킬 계획을 내놨지만 정직 후 은퇴하는 경우 사제 신분은 유지돼 사실상 명예퇴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벼운 징계를 내려 해당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주한 교황청 대사관은 “사건 내용이나 경과, 입장에 대해서는 대사관에서도 잘 알 수 없다. 대구대교구 주교가 직접 교황청에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천주교 내부에서 ‘정직’ 처분은 교회에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처분 중 하나다. 사건이 숨겨졌던 것도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대교구 관계자도 “교황청의 처분에 따라 징계를 내렸다. S신부에게 어떤 직책에도 나아갈 기회를 주지 않고 아동이나 신자들을 만날 기회도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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