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특수’ 반도체 부품사 ‘방긋’… 유리기판시장 쟁탈전도 본격화
삼성전기·LG이노텍 1분기 호실적
유리기판 기술 앞세운 SKC도 주목

[대한경제=이계풍 기자]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반도체 부품 업계의 ‘비수기 공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AI 서버용 고부가 부품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대표 부품사들이 1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꼽히는 유리기판 경쟁까지 본격화되면서 국내 부품 기업들의 중장기 성장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1분기 매출 5조5348억원, 영업이익 295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136% 증가했다. 통상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임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이 견조한 수요를 유지한 가운데, AI 서버용 반도체 기판인 FC-BGA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설루션 사업이 새 성장축으로 자리잡으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삼성전기도 AI와 전장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1분기 매출 3조2091억원, 영업이익 28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40% 증가했다. 특히 714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음에도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본업 경쟁력이 더욱 부각됐다. AI 서버 및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MLCC와 AI 가속기·서버 CPU용 FC-BGA 공급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이번 실적은 단순한 업황 반등을 넘어 부품업계의 수익 구조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서버와 전장용 제품 비중이 확대되며 고부가 중심의 체질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유리기판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칩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기존 FC-BGA 기판의 물리적 한계가 부각되고 있고, 이를 대체할 기술로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텔이 미국 애리조나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전용 연구개발(R&D) 및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첨단 패키징 기술 ‘EMIB’와 유리기판을 결합하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리기판은 미세회로 구현과 열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며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할 수 있어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평가된다.
SKC의 행보도 주목된다. SKC는 전통적인 전자부품 업체는 아니지만 유리기판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며 관련 생태계를 구축해온 만큼,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선 주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등 양산 기반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C는 1분기 매출 4966억원, 영업손실 287억원을 기록했지만 EBITDA 100억원으로 11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영업이익 23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의 수혜를 입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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