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팔레스타인 전쟁에 오물풍선까지…'대혼란' 그 자체인 세계, 희망은 있나
1999년 창립된 평화네트워크가 25주년을 맞아 한반도 안보 및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 신간을 펴냈다. 14명의 전문가들이 '대혼란'으로 규정되는 현재의 여러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대립과 갈등이 아닌 포용과 협력을 통한 위기 극복 방법을 찾아봤다.
10일 1999년 창립된 평화 운동 단체 평화네트워크의 창립 25주년 기념 행사 및 출판기념회가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열렸다. 평화네트워크(대표 정욱식)는 평화군축과 외교안보 민주화를 통해 한반도 주민의 인간다운 삶에 기여하고자 창립됐으며, '평화를 만드는 작지만 큰 힘'이 되겠다는 목표로 단체와 단체, 전문가와 일반인, 국내와 해외, 정부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네트워커'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25주년 기념 <대혼란의 세상, 희망을 찾아서 : 한반도에서 세계로, AI에서 기후재난까지>라는 제목의 신간 출판기념회도 함께 개최됐다. 이 책은 정욱식 대표를 포함해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서의동 <경향신문> 논설위원, 성현국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염창근 평화바닥 활동가, 윤영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조교수, 이서영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 장영희 충남대학교 평화안보연구소 교수, 장예지 <한겨레> 국제부 기자, 전다현 <비즈한국> 기자, 정일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최지은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황용하 평화네트워크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책에서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양안관계의 긴장, 오물풍선과 대북 전단 등으로 대표되는 한반도에서의 안보 위기와 함께 자연재해를 발생시키는 기후위기 등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규명하고 평화적 해법을 모색해 봤다.
우선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AI 시대에 나타나는 전쟁과 평화 문제를 짚었다. 김 객원교수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최근 전장에서 AI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그 위험성이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면서 AI 무기의 통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다현 기자와 염창근 활동가는 더욱 커져가는 기후 재난과 전쟁으로 대규모 피해와 난민 발생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군비경쟁이 지구의 한계선을 무너뜨리는 길임을 주장했다. 대신 군사적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상호 돌봄을 중심에 두는 '탈성장 평화'라는 공존의 사회를 상상하자고 제안했다.
책에는 청년들의 목소리도 담아냈다. 20대 청년인 황용하 평화네트워크 연구원과 이서영 평화네크워크 운영위원은 한국 청년들이 평화에 무관심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악순환이 반복되는 남북관계와 평화롭지 않은 국제사회 현실에서 찾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평화를 보는 시각을 넓혀야 함을 강조했다.
정일영 서강대 연구교수는 6.25 전쟁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남북관계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화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남북관계를 정부가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을 타파하고 시민사회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적 평화담론을 오랫동안 고민해온 윤영상 연구조교수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한국과 조선이 서로의 국가성을 인정하면서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한국 내에서 초당적 평화연합을 구축하고 한국과 조선의 평화공존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자고 밝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최근 영토 조항을 규정한 헌법 3조의 개정 및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성현국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반도의 북쪽을 뭐라고 부르는 것이 바람직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한의 오랜 적대관계를 '군사주의'로 바라볼 것을 제안하면서 정권 차원과 주민 차원의 상호 인식을 균형적으로 검토했다. 그리고 남북 간에, 한반도 주변 국제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군비경쟁과 상호 인식을 논의하면서 적대의식과 선택주의적 정책 관행의 성찰이 탈군사화를 예비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책에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 문제들도 함께 다뤘다. 한반도 문제가 국제적 사안과 그만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양안관계 전문가인 장영희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교수는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세력균형을 추구하는 미국이라는 연결고리에 의해 상호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지역 분쟁 시 한국의 역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의도, 능력, 의지를 정밀하게 판단하고 과장된 위협 내러티브에 휩쓸리지 않아야 하며 한국이 안보 딜레마를 강화하는 방향에 끌려가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의동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윤석열 정부 이후 한일관계가 '다시는 사죄하지 않겠다'는 아베의 유훈에 지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는 한편, 일본의 대북 접근이 일본의 '21세기판 탈아입구'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 베를린 특파원인 장예지 기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뒤이어 개발협력 전문가인 최지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은행에서 사이프러스 통일 협상을 지원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개발협력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현 정치 상황에서도 가능할 수 있는 제도 변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지원, 새로운 다자기구 설립 등을 제안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으로 개발협력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영역의 확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군비경쟁과 기후 위기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면서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현실을 바꾸는 데에 왜 군축과 군비통제가 '선택적 변화'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지를 소개했다. 군비경쟁을 하면 할수록 무기뿐만 아니라 기후로 인해서도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후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군비증강'을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3년 전부터 제기됐다. 지난 2021년 12월 5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앞으로 5년간 모든 국가가 군비를 연간 2%씩 삭감하고, 이 돈의 절반을 팬데믹과 기후 위기, 극심한 빈곤에 대처하기 위한 유엔 기금에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일명 '평화 배당' 캠페인이다.
이들은 이 계획이 '인류를 위한 단순하고 구체적인 제안'이라고 설명한다. 2020년 세계 군사 지출이 2.6% 증가했기 때문에, 2% 삭감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치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요구를 수용한 정부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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