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 지나고 사위가 다녀간 다음 날이었습니다. 딸 내외는 아침 일찍 인사만 하고 서둘러 돌아갔습니다.배웅하고 들어와 현관을 정리하려는데 신발장 옆에 낯선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안에 든 것을 보고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봉투 안에 든 것은 돈이 아니었다
봉투를 열어 보니 접힌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위가 직접 쓴 짧은 편지였습니다. 장모님 덕분에 명절이 편했다는 몇 줄이 적혀 있었습니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 평소에는 인사만 겨우 나누던 사이였습니다. 그 몇 줄이 오히려 더 오래 남았습니다.

말로 못 하는 사람이 글로 남긴다
표현이 서툰 사람일수록 마음을 전할 방법을 따로 찾습니다. 앞에서는 어색해 못 하던 말도 종이 위에서는 나옵니다. 그래서 무뚝뚝하다고 여겼던 사람이 뜻밖의 자리에서 마음을 드러내곤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태도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조용한 사람의 마음은 늦게 도착할 뿐입니다.

사위는 남이 아니라 지켜보는 사람이다
사위 입장에서 처가는 늘 조심스러운 자리입니다. 편하게 굴자니 실례가 될까 싶고 거리를 두자니 서운해할까 싶습니다. 그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보면 말보다 행동이 앞서게 됩니다. 부엌에서 도우려 하거나 짐을 먼저 드는 것도 그런 마음입니다. 표현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위가 놓고 간 봉투는 그날 하루를 오래 붙잡아 두었습니다. 명절 내내 오간 말보다 그 몇 줄이 더 또렷하게 남았습니다.가족 사이에서도 마음은 늘 늦게 전해집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짧은 한 줄이라도 남겨 보시면 어떨까요.
Copyright © 나를 돌보는 마음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