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어느 날, 명문 대원외고 교무실에 묵직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이큐 153을 찍은 전교권 수재가 돌연 자퇴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의대나 법대를 예상했던 이 소년은, 훗날 대한민국 가요계를 통째로 씹어 삼킨 희대의 '딴따라'가 된다. 그런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가 남몰래 밤을 새워 파고들었던 학문은 음악이 아니었다. 먼지 펄펄 날리는 산속에서 돌덩이를 깨부수는, 상상조차 못 한 '이곳'이었다.

1. 비닐바지 속에 감춰둔 '이과생'의 무서운 빅픽처
우리가 아는 박진영은 무대 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오디션 심사석에 앉아 "공기 반 소리 반"을 외치는 감성 100%의 예술가죠. 그런데 그의 뇌를 열어보면 놀랍게도 완전한 '이과형' 설계도가 나옵니다. 아이큐 153의 비상한 머리로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그가 선택한 전공은 실용음악도, 경영학도 아닌 '지질학과(현 지구시스템과학과)'였거든요.
지질학이라고 하면 동네 뒷산에 올라가 곡괭이로 돌멩이나 줍는 고루한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미술 시간에 찰흙 만지작거리던 걸 상상하면 완전히 오산이에요! 사실 지질학은 우리가 밟고 있는 이 거대한 지구 전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움직이는지 역추적하는 '초대형 명탐정 학문'에 가깝습니다. 지금 그가 우주의 진리를 찾겠다며 물리학과 양자역학에 푹 빠져있는 것도, 결국 지구의 기원과 원리를 파헤치던 20대 시절의 이과생 뼈대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죠.
2. 동네 돌 줍는 줄 알았지? 공기업이 모셔가는 '숨은 황금 알'
자, 그럼 이 지질학이라는 탐정 놀이를 졸업하면 백수가 될까요? 요즘 이과생들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지질학과(지구시스템과학과)는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몰래 꿀 빠는 '숨겨진 치트키'로 통합니다.
우선 든든한 평생직장을 원하는 분들의 꿈의 무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나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같은 굵직한 메이저 공기업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려 있습니다. 땅 밑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지하수부터 꽁꽁 숨겨진 천연가스와 석유까지, 이분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허락 없이는 국가의 수조 원짜리 거대 사업이 단 한 삽도 뜰 수 없거든요. 비유하자면 우리 몸의 엑스레이나 MRI를 찍어주는 의사 선생님처럼, 지구의 뼛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VIP 대우를 받는 겁니다.

3. 전기차 시대의 절대 지배자, '응용지질기사'를 아시나요?
더 소름 돋는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최근 지질학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폭발한 이유는 바로 우리 손에 쥐어진 최신 스마트폰과 도로를 점령한 전기차 때문이에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인 리튬, 니켈 같은 이른바 '하얀 석유'의 매장지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사람들이 바로 지질학 전공자들이거든요.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이 광물 전문가들을 서로 데려가려고 백지수표를 내밀며 혈안이 되어 있죠.
게다가 대학 시절 '응용지질기사' 같은 묵직한 국가 자격증을 하나 따두면 게임 끝입니다.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해저 터널을 뚫거나 거대한 댐을 건설할 때, "여기 땅은 아주 튼튼하니까 마음 놓고 지어도 됩니다!"라고 최종 도장을 쾅 찍어주는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게 됩니다.
평생을 춤과 음악에 바친 최고의 딴따라가 사실은 이토록 거대하고 웅장한 지구의 스케일을 품고 있었다니, 완벽한 반전 아닌가요? 오늘 여러분이 길을 걷다 무심코 걷어찬 조약돌 하나에도, 어쩌면 지구의 46억 년짜리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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