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쓰레기섬' 발언, 美대선 옥토버 서프라이즈 되나
푸에르토리코 출신 美에 600만명…펜실베이니아 40만명 등 경합주에도 많아
해리스 캠프는 해당 발언 넣은 광고도 방송…트럼프 측 진화 안간힘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측 인사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island of garbage)이라고 언급한 것이 초박빙 양상인 미 대선 막판에 표심을 뒤흔들 중대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해당 발언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한복판에 위치한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했다. 힌치클리프는 이 밖에도 흑인과 이민자를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다.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으로, 인구는 2020년 기준 320만여명의 미국 자치령이다. 주민은 모두 미국 시민이지만, 대선 투표권은 없다.
문제는 미국으로 이주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의 표심이 '반(反)트럼프'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힌치클리프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곳 출신 유명인과 연예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각 반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내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주민은 600만명으로 멕시코에 이어 히스패닉계 중에서는 두번째로 많고, 특히 이번 대선 경합주에도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경합주 중에서도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가장 많아 핵심 승부처로 여겨지는 펜실베이니아에만 4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어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 표심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선이 막바지로 흐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상승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은 즉각 비판 공세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를 언급하면서 "그는 자신의 불만과 자기 자신, 우리나라를 분열시키는 데 집중하고 실제로는 집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민주·뉴욕)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매디스스퀘어가든 유세를 "증오 집회"라고 묘사했다.
아울러 해리스 대선캠프는 라틴계 유권자를 겨냥한 디지털 광고도 내놓았다. 힌치클리프의 발언으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푸에르토리코 사람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라틴계 유권자 전문가인 척 로차는 그가 자문하는 슈퍼팩인 '누에스트로팩'이 힌치클리프의 15초짜리 영상과 함께 25만개의 문자메시지를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흐르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푸에르토리코 출신뿐 아니라 히스패닉계 전체의 표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번 논란을 진화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당장 트럼프 대선캠프의 대니엘 알바레스 선임고문은 "문제의 농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각이나 입장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부모가 쿠바 출신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역시 전날 엑스에 올린 글에서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엄청난 공헌을 한 동료 미국 시민의 고향"이라며 "그것은 트럼프의 말이 아니다. 모욕적인 코미디언의 농담"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은 전날 기자들에게 "어리석고 인종차별적인 농담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보지 못했다"면서도 "사소한 일에 너무 기분이 상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NYT는 "중요한 표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신호"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팀은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트럼프를 인종주의자이자 파시스트라는 상대의 묘사가 유권자 일부에 파급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보도했다.
더힐은 힌치클리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거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트럼프 캠프는 선거일로부터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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