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수마까지…또 일상 잃을까 '조마조마'
산림청, 위기 경보 '주의'로 격상
포항·청도 토사 주택·도로 덮쳐
산사태 위험지역 주민 대피 당부

잇따른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경북 산불 피해 지역과 대구 전역에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산림이 크게 훼손된 지역은 식생이 사라져 지표면이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이들 지역에는 18일까지 최대 시간당 50㎜, 누적 200㎜ 이상의 폭우가 예보돼 토사 붕괴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림청은 16일 오후 경북을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에 산사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과 서쪽 건조한 공기의 충돌로 인해 남서쪽에서 유입된 수증기가 강한 비구름을 형성하고 있다며, 18일부터 19일까지 대구·경북에는 30~100㎜, 많은 곳은 12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산림청이 공개한 '산사태 위험지도 2024'에 따르면,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경북 의성·안동·영양·청송·영덕 지역의 산사태 위험 1·2등급 비율은 산불 전 26.9%에서 산불 후 39.6%로 12.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포항시 북구 죽장면 가사리에서도 16일 산사태가 발생해 69번 지방도 일부가 토사에 매몰됐고, 도로가 통제됐다.
대구도 이날 오후 1시 50분 호우경보와 주의보가 발효되며 침수와 구조, 도로 통제가 잇따랐다. 북구 노곡동에서는 주택가 침수로 주민 22명이 구명보트로 구조됐으며, 달서구 서남신시장·죽전네거리·정수사업소 인근과 수성구 일대 상가와 주택이 물에 잠겼다. 수성구 범어동 주택가에서는 담벼락이 무너지고, 하수구 역류와 쓰러진 나무로 인해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동구 금강동 일대 잠수교도 침수돼 일부 주민 통행이 차단됐다.
도로 통제도 이어졌다. 오후 5시 기준 달서천 진입로, 노곡동 마을 입구, 상동교 하단 진입도로(신천대로), 신천동로 일부 구간 등 5곳이 통제 중이며, 팔달교 하단도로와 동화천·팔거천 산책로 등은 통제됐다가 해제됐다. 북구청은 호우경보 발령 직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침수 안내와 차량 우회 문자를 발송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17일 하루 동안 호우 관련 신고는 총 146건으로, 이 중 도로 장애 30건, 배수 22건, 토사 2건, 주택 침수 3건 등이 접수됐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구·경북 누적 강수량은 청도 189㎜, 상주 78.5㎜, 문경 72.5㎜, 고령 70.5㎜, 칠곡 54.5㎜, 영주 54㎜, 달성군 옥포 75㎜, 대구 동구 27.4㎜ 등이다. 문경과 상주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정부도 대응 수위를 최고 단계로 끌어올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7일 풍수해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대응단계도 3단계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에 행정안전부 국·과장급 현장상황관리관이 급파돼, 지방자치단체와의 유기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대본 3단계 발령은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는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주민 대피, 침수 예방, 구조 활동에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대피 명령이 필요한 지역에는 지자체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도록 권고하고, 관련 비용은 중앙정부가 전폭 지원할 예정이다.
경북도와 산림청은 산불 피해 지역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계곡변, 절개지, 산림 인접 도로를 중심으로 현장 예찰을 벌이고 있으며, 청송군과 영양군 등은 배수로 정비와 방지막 설치 등 선제 조치를 진행 중이다.
기상청은 "많은 비가 예상되는 만큼 침수나 산사태 등 피해 예방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와 경북 청도·성주에는 호우경보가, 구미·영천·경산·고령·칠곡·김천·상주·문경·예천·안동·영주·의성·포항·경주 등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이번 비는 19일 늦은 오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울릉도·독도에도 10~60㎜의 비가 예보됐으며, 주말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전망이다. 미세먼지는 '좋음'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동해 남부 해상은 2.5m 안팎의 높은 물결이 예상돼 해상 안전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 인접 지역 주민들은 재난문자와 마을방송에 귀 기울이고, 집중호우가 계속될 경우 즉시 대피소로 이동하는 등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