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월즈, 부통령 후보 수락하며 개인사 중심 연설로 호소...'오프라 윈프리 깜짝 등장'까지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대선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직 지명을 공식 수락했다. 부통령 후보로서 나선 자리이지만, 이날 밤 전당 대회 행사장에서 월즈는 마치 미국 고교 미식축구 코치직에 출마한 듯했다.
우선 월즈가 무대에 오르기 전, 과거 그가 미네소타주 챔피언십에서 코치를 맡았던 미식축구팀 출신 제자 10여 명이 무대에 올랐다. 일부는 당시 유니폼을 입고 나와 경쾌한 밴드의 음악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그렇게 월즈가 등장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당원들은 ‘코치 월즈’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으며, 관중들은 ‘코치, 코치, 코치!’라며 크게 환호했다.
이날은 월즈가 전국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중요한 첫 번째 자리였던 만큼 연설 내내 미식축구 코치로 활동했던 과거는 물론 주 방위군으로서, 고교 교사로서, 하원의원으로서, 주지사로서의 경험 등 개인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연설 도중에는 월즈의 딸 호프(23)와 아들 거스(17)가 관중석 맨 앞줄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바라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아들은 TV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입 모양으로 ‘저분이 우리 아빠!’라고 외치기도 했다.
월즈는 민주당이 미 중서부 주요 주에서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고 판단한, 소탈한 서민적인 스타일을 자랑한다. 이날도 이렇게 소탈한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한 그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러닝메이트 JD 밴스를 언급하며 “나는 이들로부터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저와 함께 외쳐주세요.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요.”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인 이날, 시카고 행사장에는 여러 유명인과 연사가 등장했다. 특히 시카고가 고향인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깜짝 등장에 관중은 열광했다.
약 한 달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고, 그 지휘봉을 넘겨받은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공식적으로 수락하는 오는 22일 밤, 민주당의 이 화려한 정치 파티는 절정에 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21일) 밤의 주인공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전국적인 인지도가 없었던 월즈였다.
월즈는 이달 초 해리스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된 이후 처음으로 나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연설에서 몇몇 포인트를 골라 재구성했다.
당시 월즈는 “우리 미네소타 주민들은 이웃들을, 이웃이 내리는 개인적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그리고 설령 나와 같은 선택을 내리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황금률’이 있다. 바로 자기 일에만 신경 쓰고 참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연설한 바 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자주 언급됐다. 월즈 또한 해당 주제를 짚으며 “난임 부부가 겪는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라는 표현을 썼다.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은 낙태권에 관한 미국 사회의 생식권 논쟁과 얽힌 이슈로, 월즈는 선거 유세 중 자신의 가족사를 언급할 때면 IVF를 거쳤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에 최근 공화당 측에서 월즈 부부가 다른 종류의 시술을 받았음에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아내 그웬이 나서 자신들은 IVF가 아닌 다른 난임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번 전당 대회 행사에서 월즈는 이번 선거는 결국 ‘자유’에 대한 것이기에 자녀를 얻고자 자신과 아내가 겪은 고통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민주당이 자유에 대해 말할 때면, 이는 여러분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는 월즈는 “자신의 건강 관리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자유, 아이들이 교실 복도에서 총에 맞아 죽을 걱정을 하지 않고 등교할 자유를 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월즈는 무상 급식, 유급 가족 및 의료 휴가, 중산층 감세, 처방약 가격 인하 등 자신이 미네소타 주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이뤄낸 민주당의 주요 의제도 또 한 번 강조했다.
“다른 주의 학교에서는 책을 금지하는 동안 우리 주의 학교에서는 배고픔을 추방했다”는 그의 발언에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번 연설에서 월즈는 무엇보다도 코치로서의 경험을 살린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우선 그는 트럼프와 JD 밴스를 다시 한번 겨냥하며 ‘프로젝트 2025’를 언급했다. ‘프로젝트 2025’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 부분적으로 설계한, 싱크탱크의 정책 청사진으로, 민주당이 자주 공격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나는 오랫동안 고교 미식 축구팀의 감독이었다”는 월즈는 “그리고 누군가 오랜 시간을 들여 전략집을 마련했다면, 그건 그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연설이 끝나갈 무렵, 그는 ‘코치’를 외치는 관중들을 향해 미식축구와 관련된 비유를 쏟아냈다.
“지금은 4쿼터”라는 월즈는 “뒤지고 있지만, 우리가 공격하는 상황이고, 공은 우리에게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승리하기에 알맞은 팀”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해리스 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됐던 최종 후보 몇 명도 무대에 올랐다.
우선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동성애자로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현 정부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언급했으며,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교육권, 생식권, 공정한 선거에 중점을 두며 개인의 자유에 대해 연설했다.
샤피로 주지사는 “투표 용지에 적힌 건 카멀라와 팀의 이름”이지만, “이건 우리의 권리와 우리의 자유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후보들을 제치고 해리스 후보의 선택을 받은 건 월즈였다. 그리고 이날 밤, 그가 지닌 특별한 재능은 더욱 빛을 발했다.
샤피로 주지사와 같은 화려한 미사여구나, 부티지지 장관과 같은 웅변 기술은 없지만, 민주당은 그의 중서부 지방 억양, 다소 둥글둥글한 체격, 숱이 적어 보이는 머리카락과 더불어 작은 마을의 고교 미식축구 코치와 같은 말투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올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많은 공화당원들이 샤피로 주지사가 러닝메이트가 되면 주요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가 민주당으로 기우는 상황을 우려했기에 월즈가 선택돼 안심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월즈가 주지사로서 너무 자유주의적인 정책을 펼쳤으며, 난임 시술의 종류나 주 방위군 시절 자신의 군 계급에 대해서도 호도하고 있다는 등의 공격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아직도 그의 코치로서의 이력에는 흠집을 낼 방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21일 시카고의 밤이 시사하는 바를 꼽으라고 한다면, 월즈는 앞으로 대중을 상대로 ‘코치 월즈’를 적극적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