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이란의 보복공격 우려가 커진 가운데 주요 항공사들이 두바이, 도하 등 이란 인근지역에 대한 항공편을 잇따라 취소하거나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항공기 운항 경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를 인용,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영국항공(BA)과 싱가포르항공이 두바이행 항공편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150개 이상의 항공사가 중동 위험지역 운항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의 이란 공습으로 조만간 이란 측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21일 오후 9시 53분에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출발한 두바이행 영국항공 항공편은 9시간 후 두바이로 가지 못하고 스위스 취리히에 착륙했다. 21일 출발하는 도하행 항공편 역시 취소됐으며, 결국 22일에는 영국항공의 두바이행과 도하행 모든 항공편이 중단됐다.
영국항공 측은 "최근의 사건으로 인해 고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항공편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항공도 22일 싱가포르와 두바이 간 항공편 2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핀에어는 도하 또는 두바이행 항공편을 이미 취소한 상태다.
이밖에 KLM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는 두바이행 항공편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와 담맘행 항공편을 모두 중단했다.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 13일 이후 중동 지역에서 하루 평균 3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항공사들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영공을 피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로 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유럽 항공사들이 추가적인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해 아시아로 가는 항공편이 러시아 영공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 대형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경로 변경 등 조치를 취해왔지만 이번 상황은 지난주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1일(미국 시간 기준) 이란 핵시설 3곳을 미군이 직접 타격한 직후 중동 지역 중 이란·이스라엘·이라크·시리아 상공을 지나는 항로 운항이 중단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이스라엘 영공을 폐쇄했다. 이스라엘의 양대 항공사인 엘알이스라엘항공과 아르키아는 주변 국가들에 있던 이스라엘 국적자들을 자국으로 데려오는 대피 항공편의 운항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