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결단 "김부장 나가라" 결국 선택의 기로에 선 부장들

편의점 이마트24가 9일 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커리어 리뉴얼' 프로그램 신청을 받기로 공지했다. 회사 창사 이후 처음 단행하는 사실상의 희망퇴직이다. 신청 기간은 오는 19일까지며, 직원들은 전직·창업 지원 등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 이직부터 창업까지…차별화된 선택지

이마트24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명예퇴직이 아닌 '경력 재설계'라는 명목으로 여러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경력 재설계를 희망하는 직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월급여 24개월치 특별위로금과 직급별로 1000만~2000만원의 전직 지원금이 지급된다. 창업을 선택하면 법정 퇴직금 외 월급여 12개월치 특별위로금에 더해 이마트24 점포 운영 기회가 제공된다.

특히 창업 선택자의 경우 계약 기간이 5년이며 본인이 원할 시 5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또한 3년간 점포운영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어 독립 사업가로의 전환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다.

모든 신청자에게는 공통으로 생활지원금 1500만원과 200만원의 여행상품권이 제공되며, 이마트·스타벅스·이마트24의 임직원 할인 제도가 5년간 유지된다.

>> 편의점 산업의 시스템적 붕괴

이마트24가 이 시점에 창사 첫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은 편의점 업계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에 있다. 한국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해 2013년 통계 수집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부진이 아니다. 내수 침체와 심각한 소비심리 위축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는 2024년 12월 88.4에 머물러 소비자들의 비관적인 심리를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편의점의 핵심인 '즉흥 구매'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영업이익의 급락이다. GS25와 CU는 올해 1분기 매출이 각각 2.2~3.2%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30% 이상 폭락했다. 인건비와 운영비 증가가 매출 증가를 모두 집어삼킨 것이다.

이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시스템적 붕괴를 시사한다. 시장 포화 상태 속에서 점포 확충 경쟁을 벌여온 결과, 각 점포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 편의점 3강도 비상경영 돌입

이마트24의 조치는 편의점 업계 전체의 '구조조정 르네상스'를 보여준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2024년 10월과 2025년 10월에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며, GS리테일은 최근 만 46세 이상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코리아세븐의 경우 기본급 18개월분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GS리테일은 연봉 1.5배 수준의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으로 1인당 최대 4000만원을 지원한다. 각사가 경쟁적으로 '너그러운' 지원책을 내놓는 배경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편의점 4사 중 유일하게 CU(BGF리테일)만 "현재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CU의 상대적으로 나은 실적이나 다른 구조조정 전략을 추진 중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 신세계 그룹의 광범위한 구조조정

이마트24의 움직임은 신세계 그룹의 광범위한 구조조정 움직임의 일부이다. 모기업인 신세계의 그랜드 자회사인 이마트는 2024년 3월 창사 이래 첫 전사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2차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올해 첫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더 나아가 신세계 건설까지 결국 상장 폐지 길에 들어섰다. 그룹 전체가 경영 체질 개선을 위한 광범위한 구조 조정에 착수한 것이다.

이마트 대표는 지난 3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 직원들은 선택의 기로에

이마트24의 '커리어 리뉴얼'은 명칭만 유하게 포장한 구조조정의 다른 이름이다. 다만 독특한 점은 단순 퇴직이 아닌 창업 지원이라는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이는 부장급 이상의 경험 많은 직원들을 단순히 방출하기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마트24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충성도 높은 운영진을 점포 운영자로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일 수 있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경력 전환이 필요한 직원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악순환의 고리

편의점 업계의 위기는 개별 기업의 경영 미스에 머물지 않는다. 저성장 경제 속에서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점포 포화로 인한 경쟁 심화가 겹치면서 이미 2013년 이후의 어느 해보다도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점포 수도 사상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편의점 사장들조차 더 이상 신규 출점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인건비와 운영비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와 '다른 길'을 가도록 강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편의점 업계의 구조적 붕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가격과 효용을 고려하며 구매를 단행하기 때문에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매출이 더욱 둔화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니라, 편의점이라는 업태 자체의 전제 조건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 업계의 미래는

편의점 3강 모두가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 시점에서 한국 편의점 산업의 미래는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다. 경쟁은 계속될 것이고, 고객 확보 난제도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24의 '커리어 리뉴얼'은 구조조정이라는 힘겨운 결정을 다소 인정적으로 포장한 것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편의점 업계가 주식회사 시대에서 프랜차이즈·점포운영자 중심의 시대로 체질을 바꿔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부장급 직원들의 선택이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그 선택이 편의점 산업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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