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콘텐츠 그대로 베껴다 사칭 계정 운영하는데…인스타그램은 ‘나몰라라’
인스타그램 가이드라인에는 ‘지식재산권 침해 금지’ 명시
현행법상 단순 사칭범 처벌 어려워… 전문가 “범죄 가능성 있는데 처리 안하는건 문제”
“제가 직접 찍은 상업적 용도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해 팔로어를 모으는 행위는 불법이잖아요. 인스타그램은 ‘가이드라인 위반’이 아니라며 방관하고 있습니다.”
사진 관련 스타트업을 3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모(30)씨는 최근 자신의 회사 인스타그램 계정과유사한 아이디를 사용하는 계정을발견했다. 사칭 계정은 아이디 뿐 아니라 박모씨의 콘텐츠를 그대로 베껴다가 업로드해, 수천명의 팔로워를 모은 상태였다.
박씨는 인스타그램 사칭 계정 신고 전용 고객센터에 신고하고 삭제를 요청했다. 인스타그램 측은 신고 4일 후 사칭 계정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삭제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다.

동영상 촬영 관련 스타트업 A사도 사칭 계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사의 사칭 계정은 6개에 달하고 그 중 하나는 4000명 이상의 팔로어를 모았다. A사 직원들은 합심해 인스타그램 측에 매일 신고를 해봤지만, 사칭 계정은 여전히 활발히 운영 중이다.
A사 대표는 “모든 사칭 계정의 프로필 사진과 게시물, 업체 소개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며 “주변에도 같은 피해를 입은 스타트업 운영자들이 많다. 인스타그램에 지속적으로 신고를 하다 이제는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사칭 행위는 업종이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한 여행업체 운영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칭 계정의 존재를 알리며 “사칭 계정은 본 계정명에서 교묘히 스펠링 하나만 추가해 운영하고 있다”며 “로고와 사진 등 모든 것을 동일하게 만들었다.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채널을 제외하고는 예약상담 및 결제를 받지 않으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작년 10월 경기지역화폐 공식 인스타그램은 “경기지역화폐를 사칭하는 SNS 계정이 DM(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개인정보 작성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경기지역화폐의 공식 계정은 ‘gmoney_kr_official’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지만, 사칭계정은 ‘gmoney.kr_official’로 혼선을 줬다.
인스타그램이 공개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미준수 ▲나체 이미지 ▲스팸메일·댓글 등 ▲테러·조직범죄 등 불법 콘텐츠 ▲혐오발언, 괴롭힘 및 학대 콘텐츠 ▲자해 콘텐츠 ▲폭력적인 이미지 등의 콘텐츠는 게재가 허용되지 않는다.
계정을 사칭하는 행위는 엄연히 ‘지식재산권 침해’ 사유에 해당한다. 인스타그램 역시 ‘콘텐츠의 소유권은 계정주에게 있다. 원본 콘텐츠를 게시해야 하며, 복사하거나 인터넷에서 수집해 게시할 권한이 없는 콘텐츠는 올릴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측은 “도용의 경우 지식재산권 침해가 맞다”면서도 “글로벌 팀이 리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검토 단계를 거치는데,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차원에서 신고를 접수받고 검토를 진행하기 때문에 빠르게 조처가 취해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사칭범들은 사칭 계정을 통해 팔로어 수를 늘린 다음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해당 계정을 넘기는 수법으로 이익을 취한다. 타 업체로부터 광고를 받아 광고비로 수익을 내는가 하면 스타트업이 판매하는 물건이나 서비스 등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돈을 가로채기도 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단순 사칭범은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칭으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처벌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동의 없이 타인을 사칭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달러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국내에서도 사칭범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2020년 7월에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사칭 문제는 비단 인스타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며 “범죄 가능성이 존재해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리를 하지 않는 인스타그램의 대응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한나 변호사(법무법인 한율)는 “사칭 계정이 금전적 손해를 유발하거나, 불법적 요소가 담긴 링크로 유인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사기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제3자가 계정 소유자의 승낙이나 동의 없이 게시글을 올렸다면 지식재산권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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