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기차·배터리 전시 르포, 전기차 트렌드의 현주소
올해로 7회 차를 맞은 <EV 트렌드 코리아>는 환경부가 주최하고 코엑스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EV 어워즈’는 물론 다양한 세미나와 콘퍼런스 등이 동시에 열려 국내 전기차 산업의 현주소를 조망했다.
세계의 이목을 끈 전기차·배터리 전시회
지난 3월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는 대한민국 대표 전기차·배터리 산업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24>와 <인터배터리 2024>를 찾은 참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월 8일까지 이어진 두 전시회에는 국내외 참관객 12만 명이 다녀가 전기차와 핵심 전장부품인 배터리 시장에 대한 큰 관심을 입증했다.
이번 행사는 메인 스폰서로 현대차와 기아, 채비, 모던텍, LG유플러스, LG전자 등이 참여했다.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전기차 충전기, 충전 인프라 제조사, 통신사, 부품사 등 총 86개사가 445개의 부스를 꾸렸다. 글로벌 전기차 분야 비즈니스 성장 현황과 E-모빌리티부터 전기차 충전용품, 솔루션, 구매 정보 등 최신 트렌드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현대, 전기차 케어 프로그램을 구축하다
현대차는 참관객들이 자사의 앞선 전동화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 부스를 구성했다. ‘EV 베네핏 존’에서는 구매부터 중고차까지 전기차 생애주기에 맞춘 현대차만의 서비스를 로드맵으로 구현했다. ‘EV 에브리 케어 프로그램’ 중심으로 전기차 고객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소개한 것. 내연기관차와 주행거리 대비 유지 비용 비교 체험을 통해 전기차 고객이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V 익스피리언스 존’에서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구현하고, 전기차를 이용해 실생활 가전제품을 사용할 경우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소개했다. 현대차는 최근 공개된 아이오닉5 상품성 개선 모델과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N 라인을 전시해 참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기아,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다
전기차 충전을 비롯해 공간·신기술,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기아는 3개의 전시 존을 마련했다. ‘전기차 충전 존’에는 레이 EV를 전시하고 경차에 전기차 혜택을 더한 레이 EV 경제성을 참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화면을 통해 기아 EV 멤버스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충전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공간·신기술 존’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기아 커넥트 스토어에서 구매한 디지털 사양이 실제 EV9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적용되는 과정을 체험하도록 했다. EV9에서 선택 가능한 다양한 시트 배열·기능, 색상 조합 등 주요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키오스크도 준비했다.
‘지속가능성 존’에서는 EV6 GT-line 전시와 함께 해양 플라스틱과 쓰레기 수거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과의 협업 활동을 소개하는 인터랙티브 월을 설치했다. 참관객은 인터랙티브 월을 터치해 태평양 쓰레기 섬에 모인 폐플라스틱이 기아 차량용품으로 자원화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EV9에 적용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아의 의지를 담은 열 가지 친환경 소재를 소개하는 전시물도 볼 수 있었다. 기아는 전시장 내 전기차에 대한 궁금증을 Q&A 방식으로 알아보는 터치스크린을 마련했다. 관람객이 직접 운전해 코엑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시승차 두 대도 운영했다.
전문가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행사 구성
<EV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하는 ‘EV 어워즈 2024’에는 현대차 아이오닉5 N이 지난해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최고 모델에 수여하는 ‘대한민국 올해의 전기차’로 선정됐다. 기아 EV9은 ‘소비자 선정 올해의 전기차’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전기차 산업에 종사하는 업계 전문가와 관심 있는 일반 소비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세미나와 콘퍼런스도 눈길을 끌었다. 미래 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기술을 주제로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와 국내외 충전 기술 동향을 확인한 ‘EV 360° 콘퍼런스’, 사용자 중심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 ‘EVuff 세미나’가 열렸다. 국내외 투자 전문가가 전망하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동향, 투자 전략 정보를 제공한 ‘투자 세미나’도 호응을 얻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EV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서울 도심에서 전기차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전기차 전문 전시회”라며 “전기차를 매개로 업계 전문가와 일반 소비자가 소통할 기회를 만들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라고 말했다.
역대 최대 규모, <인터배터리 2024>
<EV 트렌드 코리아>와 함께 K-배터리 위상을 재확인하는 행사도 동시 개최됐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는 전 세계 18개국, 579개 배터리업체, 1896개 부스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글로벌 배터리 전문가가 연사로 참여해 개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은 ‘더 배터리 콘퍼런스’에는 역대 가장 많은 1094명이, 배터리 인력 채용 연계 지원 행사인 ‘배터리 잡 페어’에는 60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한 ‘더 배터리 콘퍼런스’에서는 ‘차세대 배터리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 세계적 석학인 도쿄공업대학교 간노 료지 교수와 카이스트 김희탁 교수가 ‘포스트 리튬 시대로의 전환’에 대해 발표했다.
간노 료지 교수는 ‘고체 전해질의 개발 역사와 전고체 배터리의 전망’을 주제로 고체 전해질 기술 개발 현황과 전고체 배터리의 가능성에 대해, 김희탁 교수는 ‘리튬금속전지 구현을 위한 통찰과 해결’을 주제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액체 전해액 기반 리튬금속전지의 구현 가능성에 대해 강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대표 기업의 연구개발 임원이 공개한 각 기업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 전략도 큰 관심을 받았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글로벌 최고 배터리 기술 전략’을,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삼성SDI의 EV 배터리 개발 전략’을 공개했다. 이존하 SK온 부사장은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의 폼팩터와 케미스트리’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로 해외 기업과 기관이 참가, <인터배터리>가 명실상부 글로벌 대표 배터리 산업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과 영국, 중국, 일본, 네덜란드 등 18개 국가에서 115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 기업별 최신 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이며 자국 투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공개했다.
K-배터리의 저력을 보이다
주요 참가 기업 부스에서는 향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K-배터리 신기술과 제품이 공개돼 참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참가 기업 가운데 가장 큰 전시관을 준비해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미드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비롯해 자체 개발한 셀투팩 기술을 최초 공개했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현황과 준비 로드맵을 공식 행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어워즈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최고 혁신상을 받은 일체형 배터리 솔루션 SBB(Samsung Battery Box)를 전시했다. SK온은 급속충전 성능을 개선해 어워즈에서 급속충전 최고 혁신상을 받은 어드밴스드 SF 배터리와 겨울(저온) 친화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신기술을 공개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이 그룹 차원으로 전시회에 참가, 어워즈에서 정제련 최고 혁신상을 받은 친환경 포스코형 광석리튬 공정을 공개하며 이차전지 소재 전주기 밸류 체인을 성공적으로 완성해 가는 모습을 선보였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 관련 기업도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에코프로는 원료부터 전극재, 양극재까지 하나의 단지에 집적해 양산하는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Closed Loop Eco-system)을 설명하며 세계 최초 NCA 니켈 91% 단결정 양산 기술 등을 전시했다. 엘앤에프는 전고체와 리튬인산철(LFP) 등 배터리용 양극재를 각각 전시하며 내년까지 니켈 95% NCMA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계획 등을 공개했다.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음극재의 현황과 기술 진화 로드맵을 공개하고, 업계 최고 수준인 90% 효율의 실리콘 재료를 2026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매그나텍은 친환경 바이오매스(커피박)를 활용한 실리콘 음극 소재를 선보이며, 해당 소재를 사용한 NCM, LFP 배터리 파우치 셀의 시범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전해질 최고 혁신상을 받은 전해질 첨가제 PA800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엔켐은 북미와 중국, 유럽, 한국 등 글로벌 4대 거점 생산 인프라 구축을 통한 글로벌 전해액 점유율1위 달성 로드맵을 소개했다.
미래 배터리 산업의 축소판
밀도는 높고 폭발 위험성이 적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에 대해 삼성SDI는 2027년,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주요 기업의 차세대 배터리 양산 계획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SDI는 46파이 등을, 금양은 신제품 4695 원통형 배터리 실물을 공개했다. 동원시스템즈는 다양한 크기의 원통형 배터리 캔을 전시하며 고용량 원통형 배터리 캔을 올 하반기에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로봇 기술도 소개됐다. 뉴로클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불량 배터리를 찾아내는 검사 솔루션을 제시했고, 인지이솔루션은 클라우드 시스템과 AI 기술을 연계한 실시간 배터리팩 진단 시스템을 공개했다.
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성일하이텍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적용한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증설하고, 오는 2026년부터 LFP 배터리 재활용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포엔은 어워즈에서 사용 후 배터리 최고 혁신상을 받은 재제조 신기술을 소개했다. 고려아연은 소재사업의 핵심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아이에스동서는 리사이클링 특화 기술을 선보였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인터배터리 2024>가 참가 기업과 전시 면적, 참관객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하며 18개국이 참가하는 글로벌 배터리 전시회로 도약했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미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K-배터리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덴 매거진 2024년 4월호
글 정치연(전자신문 전자모빌리티부 기자)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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