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몰입을 설계하는 자율성의 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노동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화두다. 기업마다 ‘자율 출퇴근’, ‘원격근무제’ 등 선호하는 업무 환경이 다를 순 있지만, 모든 기업의 관심사는 투입 대비 산출 성과의 수준을 높이는 역량일 것이다. 구성원의 업무량이 아닌 질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21대 대선을 전후한 최근 수개월, ‘주 4.5일제’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단축 어젠다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했다. 선거철마다 꾸준히 제기되어온 화두지만, 이번엔 시행 방식에 대한 입장 차이만 드러냈을 뿐 큰 틀에선 거대 양당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합리성과 장단점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한때는 일회성 공약으로 치부되곤 했던 이 의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근본적 이유를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일상과 사회적 분위기에 활력을 더하자는 제도적 취지의 기저엔 일 8시간·주 40시간을 기계적으로 채우는 것만으론 더는 생산성을 혁신하기 어렵다는 보편적 생각이 자리한다.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미래엔 생산성이 근로시간의 산술적 증가에 비례해 향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법제화된 근무시간과 별개로, 양질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투입할 수 있는 ‘순도 높은 노동력’은 매우 귀하고 한정된 자원이다.

업무에도 일종의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고, 발휘할 수 있는 총량과 발현 조건에 대한 개인차가 존재할 뿐이다. 그러므로 주당 근로시간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변수일 뿐 거시적인 관점에선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적으론 직원들이 가용한 리소스 안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끌어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되 번아웃에 이르지 않도록 집중과 이완을 병행하며 에너지 효율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더욱 중요하다.

창업 이후에는 개개인의 역할과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이다. 구성원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탄력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하단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 일환으로 도입한 것이 바로 완전한 ‘자율 출퇴근’과 ‘원격근무제’이다.

저마다 개성이 다양하고 선호하는 업무 환경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근무에 관한 시공간적 획일성을 강제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스케줄과 장소, 일의 밀도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했다. 모든 구성원이 맡은 바 업무에 오너십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도록 높은 자율성과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특징이자 최근 스타트업들이 지향하는 기업문화 추세이다.

물론 팀원들을 향한 두터운 신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선택하기 어려운 모험투자다. 그러나 소정 근로 시간에 종속되지 않고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도구인 시간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다룰 수 있는 동료가 필요했기 때문에 시작했다.

약 7년이 지나 직원 100여 명이 함께하는 지금까지도 제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도덕성과 책임감에 기반을 둔 자율성은 높은 효율과 추진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엔 총업무시간이 아닌, 투입 대비 산출 성과의 수준을 높이는 역량이 관건이 될 것이다. 생산성과 삶의 질을 더불어 아우를 수 있는 윈윈(win-win)의 노사관계에 대한 해답은 ‘몰입의 시간’을 위해 디자인된 조직문화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서상덕 S2W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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