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킥서비스’ 박진호 “뇌절 코미디, 이게 되네요”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5. 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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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겸 유튜버 박진호가 ‘킥서비스’에서 선보이고 있는 아이폰24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영국 기자
#. 공유 자전거, 공유 킥보드 등 ‘공유’ 시스템의 무한 발전으로 일상 속 모든 게 공유된다. 병따개도, 컵도 공유하고 집도 옷도 공유하고, 심지어 친구 서비스까지 공유한다. 그런가하면 애플은 대표작 아이폰과 에어팟에서 나아가 냉장고, 비데 등 전자제품뿐 아니라 모자, 생수 산업까지 진출(?)해 애플 열혈 유저 일명 ‘앱등이’의 일상 면면을 파고들고, 제로콜라 광풍 속 시장에서 사장된 일반콜라를 구하기 위해 청년들은 ‘오픈런’에 나선다.

#. 학교에선 책에 손이 베인 학생의 치료를 위해 학생·학부모에게 접촉 동의를 받고 변호사에게 공증을 받는다. 지각한 학생을 꾸짖은 교사에게 한 학부모가 전화로 “우리 애 기 죽이는 것이냐”며 항의하자 교사의 어머니는 스피커폰으로 “누가 우리 애 기를 죽이는 거냐”고 응수한다. 사교육 광풍 속 학원가에서는 친구 사귀는 법 등 기본적인 사회성을 가르치고, 일상을 파고드는 키오스크가 갈수록 복잡해지자 어르신들을 위한 키오스크 과외가 등장한다. 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오은영 박사의 ‘요즘육아 금쪽같은 내새끼’는 ‘요즘효도 금쪽같은 내부모’로 탈바꿈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현재, 혹시 10년 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일 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유튜브 ‘킥서비스’의 대표 콘텐츠인 ‘2032~2033’(이하 ‘2033’) 시리즈에선 10년 뒤에 대한 어떤 상상도 현실이 된다. 그런데, 그 기발한 상상력이 범상치 않다. 소위 ‘B급’, ‘병맛’을 넘어 말 그대로 ‘뇌절’(뇌정지)이다.

‘킥서비스’는 KBS 공채 개그맨 31기 박진호와 32기 정진하가 의기투합해 운영 중인 채널로 2022년 1월 첫 개설돼 2023년 5월 현재 54만 명이 넘는 구독자와 호흡하고 있다. 그들이 선보이고 있는 3분 여의 짧은 스케치 드라마는 지독한 현실 고증을 기반으로 한 황당 ‘뇌절’ 콘텐츠인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박진호가 ‘킥서비스’ 속 인기 콘텐츠 ‘2033’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보통의 유튜버는 많지만 ‘성공한’ 유튜버는 사실상 손에 꼽히는 시대, ‘킥서비스’ 역시 하이퍼리얼리즘을 표방한 ‘2032’가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무사히 해를 넘겨(?) ‘2033’까지 이어오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는 “입구는 있으나 출구는 없는” 그 특별한 ‘맛’을 공유하고자 ‘킥서비스’ 주인장 박진호를 만났다. (아쉽게도 정진하는 개인사정으로 동석하지 못해 인터뷰는 박진호 단독으로 진행됐다.)

“‘개콘’ 때는 일주일에 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5일에 1개씩 업로드하는 룰을 지키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지금 1년 좀 넘었는데, 작년 봄 코로나를 앓으며 일주일 쉬고 나서 ‘2032’ 시리즈 하고 나서부터 한번도 어긴 적이 없어요. 주기로는 ‘개콘’ 때보다 더 짧게 하고 있는 것 같네요.”

박진호, 정진하가 선보이고 있는 ‘2033’은 형식 면에선 다수의 유튜브 채널이 선보이고 있는 스케치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남다르다.

콘텐츠의 아이디어는 KBS2 ‘개승자’에서 선보였던 아이템에서 착안했다.

“당시 선보였던 것 중 ‘10년 후 MT는 어떨까’라는 소재가 있었어요. 그땐 묻혔던 아이템이었는데, 10년 뒤 설정이면 적당히 ‘뇌절’하기도 좋고, 적당히 현실감 있게 가기도 좋겠다 싶었죠. 우리 둘의 스타일에 너무 잘 맞겠다 싶어 시작했습니다.”

박진호는 “나는 원래 코미디 장르 중 ‘병맛’ 코미디를 좋아했었고 진하는 캐릭터성이나 사실주의를 좋아했었다. 우리가 한창 시작할 땐 ‘숏박스’가 한창 분위기 탔을 때였는데 ‘우리같은 외모 둘이 남친 역할을 하면 누가 보겠냐’며 ‘우린 코미디를 해야 한다’고 색다른 걸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그맨 박진호는 정진하와 함께 ‘2033’ 콘텐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강영국 기자
그렇게 ‘2033’에는 리얼리티를 살린 설정이 다수 등장한다. 가령 MZ 세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적하는 이른바 ‘MZ라이팅’을 그리거나 ‘꼰대의 꼰대의 꼰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가정교육의 부재와 지나치게 학업에만 몰두해 사회성이 결여되는 모습 등을 담은 에피소드 등에선 현 사회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데 이를 두고 ‘통쾌한 사회풍자’ ‘쓸쓸한 현 사회의 단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박진호는 “사실 어떤 의도를 갖고 한 건 아니다. 그저 공감 가능한 요소에 우리만의 과장된 코미디를 섞어보자는 게 다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풍자 지렸다’ ‘통쾌하다’고 해주시니 오히려 조심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화제가 된 ‘저출산’ 편에 대해선 “원래 제목은 ‘어린이’였다. 한 팬이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속도가 10km/h까지 내려가고 100m마다 있으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아이가 그렇게까지 없다 보면 ‘OOO 어린이 보호구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모티브를 소개했고, ‘MZ’ 편에 대해서는 “너무 MZ, MZ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역발상으로 생각해본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2023’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화제의 ‘갤럭시 제트제트 플립플립플립플립’이 탄생하게 된 계기도 소개했다.

“먼저 아이폰24 설정을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 절반은 갤럭시를 쓰니 갤럭시로 뭐 할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종이를 여러번 접어 플릭플립제트제트로 해봤는데 괜찮다 싶어 하게 됐죠. 샤오미 제이제이제이플립플립플립도 진하의 캐릭터(중국인 장첸하오)와 중국의 표절 이미지를 결합시켜 해봤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박진호가 ‘2033’ 콘텐츠 속 풍자 요소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신박하고 기발한 상상으로 미래를 예측한 그들은 지난해 선보인 ‘2032’ 편에서 애플페이가 되지 않는 2032년을 가정했는데, 올해 3월 애플이 애플페이 기능을 선보이면서 이들의 예측은 빗나간 셈이 됐다. 이에 대해 박진호는 “정확하게 틀린 건 이게 처음”이라면서도 “사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려 했다기보단 그냥 재미있게 하려 한 거였다”고 말했다.

(영상에서 10년 뒤 그들은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라고 항변하지만 국가를 문란하게 한 혐의로 구금되기도 한다.)

5일에 하나씩 업로드되는 ‘2033’ 콘텐츠를 위해 박진호와 정진하는 거의 매일 만난다. 공포의 마감제(!)인 만큼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면 과부하가 올 법 하지만 박진호는 “우리끼리 킹받는 멘트로 하는 말이 ‘우리 비겁해지지 말자’ ‘세상에 복수할거야’ ‘내 신체에 지지 말자’고 한다”고 너스레 떨며 “아무리 해도 아이디어가 안나오면 그날은 접고 다음날 밤을 새우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하와의 호흡은 그야말로 ‘찰떡’이다. 박진호는 “저는 정상적인 말보단 뚱딴지같은 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고, 진하는 생각보다 디테일과 현실감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적당한 선이 유지되는 것 같다”며 “뇌절이 너무 심하면 유치해지는데 내가 하는 말장난에도 진하가 토스를 잘 해준다. 서로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빌드업이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진하에게는 저에게 없는 에너지가 있어서 호흡이 잘 맞아요. 제일 고마운 건, 선후배로 시작된 관계라 걱정도 했는데 동료로서 솔직하게 다가와줬죠. 서로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호불호를 솔직하게 말해줘서 좋아요. 회의할 때도 진하는 리액션도 좋고 잘 웃어주는데 오히려 저는 가까운 사람에게 칭찬을 잘 못해주는 성격이라 조금 미안하긴 해요.”

박진호가 ‘킥서비스’ 동업자 정진하의 열정과 센스를 극찬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동석하지 못한 정진하의 장점에 대해 묻자 박진호는 (거짓말 조금 보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코미디, 개그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중심을 잘 잡아준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도 곧장 바로잡아준다. 또 밝은 에너지와 작지 않은 몸집, 재미있는 외모도 우리 코너에 중요한 강점이다”라고 정진하의 모든 면을 높이 샀다.

지상파의 붕괴와 코미디 트렌드 변화로 공개 코미디가 쇠함에 따라 예기치않게 ‘개콘’ 폐지 상황을 맞이한 박진호. 공채 개그맨으로 발탁된 지 불과 3년 만의 일이었다. 개그 ‘감’이 한창 물 오를 시점 무대를 잃었지만 KBS가 새로 선보인 코미디 프로그램 ‘개승자’로 활동을 이어갔다.

박진호는 “돌아보니 우리도 데뷔한 지 6~7년이 됐지만 ‘개콘’ 폐지 당시로선 신인 축에 드는 개그맨이었고, 어쩌다 보니 영원한 신인이 됐고 대중적으로 우리에게 씌워진 캐릭터가 없기 때문에 ‘우린 안 알려진 사람들이야’ 하면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유튜브를 3개 정도 망했는데 다행히 ‘킥서비스’는 빠르게 반응이 왔다. 플레이어만 하다가 비즈니스까지 하게 됐는데, 진하와 딱 수익도 비용도 5:5로 배분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유튜브는 (하는) 내가 재미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운도 따라야 하죠. 사실 ‘잘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돼’라는 방법론은 따로 없어요. 재미있는 걸 하다 보면 운이 잘 따라주면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이죠. 잘 될 지 안 될 지는 내 손을 떠난 일이니까, 그냥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진하랑 지금처럼 잘 맞아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마음입니다.”

박진호는 ‘개콘’ 폐지 이후 유튜브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사진|강영국 기자
박진호는 ‘개콘’ 당시 ‘진호봇’ 캐릭터로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유튜브를 주로 하고 있는 현재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을 알아본다며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파급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너덜트’, ‘숏박스’, ‘싱글벙글’ 등 다수의 유튜브 숏폼 드라마 채널 중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해선 “내 색깔을 버리지 않고 했는데도 재미있어 해주시니, 우리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재미있구나 하는데서 오는 뿌듯함이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개그맨을 꿈꿔왔다는 박진호. 자기 힘으로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단 이유에서였다.

“원래 이야기를 만들고 연출하는 걸 좋아했고, 내가 상상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이라 개그맨의 길을 택했어요. 개그맨으로서의 첫 꿈은 공개 코미디만으로 연예대상을 타는 거였는데, 그건 이루지 못했지만 (유튜브에서) 계속 코미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지금 (유튜브에서) 우리 세대가 활약하는 건 워낙 세대교체의 시기이기도 했고, 플랫폼이 변화한 것도 있어요. 시대 흐름상 무대가 유튜브로 넘어왔고, 우린 코미디를 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개콘’에서 하던 걸 유튜브에서 하는 것 뿐이에요. 다만 KBS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표현의 한계가 있는데 유튜브에선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하이퍼라이징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킥서비스’는 선플도, 악플도 모두 환영한다.

“재미있다는 피드백도 재미없다는 피드백도 저는 다 좋아요.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모두를 웃길 순 없잖아요. 노잼이라고 달리는 것도 재미있죠. 사실 받아들이기 힘든 콘텐츠일 수도 있는데, 그걸 받아들여주시고 우리가 생각한 재미 요소를 느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박진호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을 한번은 웃기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박진호는 “지금 목표는 이걸로 모두를 웃길 순 없기 때문에, 또 다른 방향으로 웃기다 보면 언젠가 모두를 한번쯤은 웃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한번쯤은 웃게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33’까지 건재하게 달리고 있는 이 콘텐츠는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그는 “실제로 2033년이 됐을 때 우리가 지금 올린 ‘2033’을 보면 어떨지 궁금하다”면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또 2032년에 기념 삼아 ‘2042’를 할 수도 있고, 언제든지 재미있는 게 생각나면 할 것”이라 말했다.

구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돈을 벌겠다, 구독자를 늘리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그는 “목표는 끝까지 재미있는 것, 안 지루한 것을 안 질리게 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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