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시장에 부정적 요인이 지속되면서 수요가 둔화한 영향이다.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제품 가격 하락에 따라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커질 전망이다.
31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의 이날 기준 고정 거래가격은 2.85달러로 전달 대비 1.04%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의 고정 거래가격은 4.42달러를 기록 같은 기간 대비 1.67% 낮아졌다.
지난 7월 D램 가격은 전달 대비 14%, 낸드는 4% 급락했는데 하락폭은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어 메모리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정 거래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칩 제조사가 고객사와 대량거래할 때 적용하는 도매가격이다. 메모리 시장의 경우 90% 이상이 고정 거래가격으로 수요 업체와 거래한다. 통상 분기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고정 거래가격 하락은 업체들의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의 경우 시장의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제조설비를 풀가동하고, 가능한 한 최대로 재고를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전방산업인 IT 및 가전업계의 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 고정 거래가격도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분기마다 재고자산을 평가해 평가손실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상장 기업이 재고자산을 평가할 때 저가법을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저가법이란 기말 재고자산을 평가해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시가)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재고자산의 취득원가가 3달러였는데, 기말 재고자산의 시가가 2.5달러로 하락했다고 가정해보자. 저가법에 따라 재고자산의 장부가격은 2.5달러로 책정되며, 0.5달러가 재고자산의 평가손실이 된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매출원가 또는 영업외비용에 반영돼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에 반영된다. 반도체의 경우 영업활동에 필요한 핵심 재고자산인 만큼 매출원가에 반영돼 영업이익에 영향을 준다.
메모리 가격 하락이 삼성전자 등 제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8%(10조7078억원) 증가했다.
재고자산 중 33%(17조5741억원)가 제품 및 상품이며, 29.1%(15조1790억원)는 반제품 및 재공품이다. 34.2%(17조8421억원)는 원재료 및 저장품이다. 삼성전자는 연간 1조7560만개의 메모리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가동률은 100%를 기록했다.

가전과 모바일은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면 메모리는 '풀가동'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삼성전자 재고 중 상당수는 반도체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수록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평가손실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2조9705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1조4153억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동안 52.3%(1조5552억원) 증가했다. 충당금이란 지출이 확실하지만, 지출 시기와 금액이 불확실한 비용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부터 메모리 고정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4.1달러였던 PC용 D램 고정가격은 올해 1월 3.41달러로 하락했다. 이달 2.85달러를 기록하면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해 30.4% 가격이 하락했다.
연간 1조4000억개의 반도체를 찍어내는 삼성전자의 경우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1조9345억원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5913억원) 대비 227.1% 증가했다.
트렌드포스는 3·4분기 소비자용 D램과 낸드 가격이 2·4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손실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량을 조절할 수 없는 만큼 수익성 방어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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