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들이 계절, 마음 비석 하나 새기자

대구를 포근하게 안은 명산인 팔공산 자락의 대구광역시 동구 지저동에는 대한민국의 영공(領空)을 24시간 지키는 대구 공군기지가 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공군본부에 소속된 공군군수사령부라는 부대가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에 대한 군수 업무 지원을 위해 지난 1966년 7월 12일 창설되었으니 올해로 출범 60주년을 맞은 셈이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 공군 핵심 시설의 하나임은 변함없다.
민간인 통제구역인 이곳에 지난 3월24일 낯선 방문객들이 찾았다. 대구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었다. 지난해 출범 60주년을 보낸 광복회 대구시지부(지부장 우대현)의 회원 등 30여 명이 이곳에서 사령관인 박종운 공군 소장(공사 41기)을 비롯해 사령부 소속 장병들 환대를 받으며 부대 담장 밖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항공기, 부대 시설 등을 둘러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 사령부 앞을 흐르는 금호강 건너 망우당공원 옆에는 광복회 사무실이 있다. 광복회가 입주한 건물은 올해 건축 104년이 된 등록문화재 조양회관이다. 회관 곁에는 지난 2006년 준공된 높이 45m의 대구·경북 항일 독립운동기념탑과 2019년 설치된 태극기 게양대가 있다. 게양대에서 휘날리는 가로 12m, 세로 8m, 둘레 40m의 대형 국기와 기념탑의 야간 오색 불빛은 오가는 사람들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박 소장처럼 제복을 입은 이는 지나며 거수 경례도 한다는 사연을 간직한 시설이다.
바로 이곳을 박 사령관은 자주 지난다. 사령관 부임 이후 오가며 바라본 기념탑과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며 느꼈던 남다른 감회를 가졌으리라. 그래선지 그는 이날 독립운동가 후손의 사령부 방문을 환영하며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희생과 정신을 언급했다. 그리고 "이곳 후배들이 어떻게 땀을 흘리며 열심히 근무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길 바란다"며 독립운동 선조의 흘린 피땀을 잊지 않고 이어감을 강조했다.
이날 후손들은 공군 부대의 배려로, 비록 견학이 제한되긴 했지만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우리 기술이 깃든 항공기, 수리와 정비를 위해 작업 장병들이 흘리는 땀의 현장, 귀를 먹먹하게 하는 굉음을 내뿜으며 하늘을 잇따라 오르내리는 항공기의 장관, 주민들을 위한 소음 저감 노력 등을 지켜봤다. 안내 장병의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 색다른 경험의 시간을 보낸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감회는 남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건설된 이곳 동촌(東村)의 비행장은 독립운동가 선조의 희생과 독립운동 투쟁의 현장이 아니었던가. 경북의 안동농림학교 강일원, 김복한, 서정인 등 학생들이 동촌비행장 작업 현장까지 강제 동원되었다가 조선회복연구단을 만들기로 하고 이후 단체를 결성해 독립운동으로 탄압을 받았다. 경북 영천 출신인 정원흥 지사 역시 임시정부 밀명을 받아 동촌비행장 폭파 거사를 준비하다 들켜 고문 후유증으로 출옥 7일만에 순국하고 말았다.
2시간의 짧은 견학을 마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군부대라는 특성으로 민간 발길이 엄히 제한된 탓에 동촌비행장에 서린 독립운동가 사연을 어디에도 남겨 새길 수 없었지만 저마다 마음 비석(心碑) 하나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들 독립운동가들을 마음으로 기리며 오늘날 국군의 뿌리가 되었던 한말 의병 항쟁과 광복군, 독립군의 위대한 유산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팔공산은 임진왜란 때는 대구 읍민이 의병을 일으켜 왜적에 맞서 고장을 지키는 근거지였던 동화사와 공산성을 끼고 있다. 일제 국권 침탈에 맞선 산남의진의 한말 의병이 의지했던 항쟁터였다. 그뿐인가. 일제 강제징병에 저항한 젊은이들이 목숨 걸고 일제 부대를 탈출해 은신하며 뒷날을 꾀하던 곳도 팔공산이었다. 비행장 옆 봉무동 야산에는 일제가 파놓은 동굴진지도 있다. 나들이가 잦은 요즘, 동촌비행장, 봉무동, 팔공산을 지날 때 국난 극복에 나선 선조의 사연을 한번쯤 새기면 어떨까.
정인열 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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