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AI 로봇, 인간이 조종했나… 행사장 곳곳에 '리모콘' 든 직원

10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테슬라 로보택시 공개 행사 '위, 로봇'에 등장한 테슬라가 개발 중인 로봇 '옵티머스'. 사진=테슬라 엑스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행사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로봇이 사람에 의해 원격 조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테슬라는 지난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버뱅크에서 '위, 로봇'(We, Robot) 행사를 열고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b)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로보택시뿐만 아니라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수십 대가 등장했다. 이 로봇들은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료를 서빙하고 게임을 즐기거나 행사장 한 쪽에 마련된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공개 직후 실망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한 기술에 일부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쇼에서 AI를 활용해 로봇이 자체적으로 움직인 걸을 때 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미국 IT 전문매체 일렉트릭 · 더버지 등은 당일 행사에 참석한 기술 전문가 로버트 스코블을 인용해 옵티머스가 원격으로 조종됐다고 전했다. 스코블은 당시 테슬라 엔지니어로부터 “옵티머스가 군중 사이를 걷는 동안에는 AI로 스스로 작동하지만, 나머지 다른 행동에는 사람의 원격 지원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옵티머스 여러 대가 모두 다른 소리를 낸다. 더버지는 이것이 실제 사람이 목소리를 변조해서 답하는 것이라고 봤다.

스코블이 올린 영상에서는 옵티머스가 인간에 의해 조종된다는 식의 말을 흘리기도 했다. 그가 옵티머스에게 “얼마만큼 AI냐”고 묻자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약간인지 전혀 아닌지”, “약간일 수 있다” 등 애매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또 다른 로봇은 맥주를 따라주다가 원격 조종에 대해 질문을 받자 “오늘은 인간의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난 아직 완전하게 자율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는데, '자율적'(autonomous)이라는 단어를 더듬거리며 말했다. 전체적으로도 다듬어지지 않은 일반인 목소리다.

매체들은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옵티머스 옆에는 테슬라 직원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원격 신호 장치로 보이는 기기를 들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행사 다음날 보고서에서 “이 로봇들은 완전히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원격 작동(인간의 개입)에 의존했기 때문에 자유도와 민첩성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는 것이 우리의 이해”라고 평가했다.

미국 벤처캐피탈인 럭스캐피털의 조쉬 울프 공동 창립자도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저지연 원격 제어는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자율 로봇처럼 시연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일. 우리는 이걸 엉터리 속임수라고 부른다”고 비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