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의견 반영해 … 근로시간제 개편 곡절끝 '궤도 수정'

박동환 기자(zacky@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3. 16.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

◆ 주69시간 백지화 ◆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왼쪽)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 등 참석자들에게 정부안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최대 69시간 근로 가능성이 담긴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대통령마저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당초 정부가 입법 예고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실상 무산됐다. 일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노동개혁의 동력이 약화되고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부는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현실적 가정에 따른 장시간 노동 시나리오를 토대로 오해가 발생했다"고 해명하면서 의견 수정을 바탕으로 개편안 일부 보완을 암시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개편안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대 근로 허용 시간이 다시 50시간대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6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적절한 (근로시간)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MZ세대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기 근로자 등 현장 의견에 보다 세심하게 귀 기울이며 보완 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개편안 보완을 지시한 데 이어 '주 60시간 이상 연장근로 추진은 어렵다'는 지침까지 내린 것이다. 추후 고용부가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 방안을 내놓았을 때 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보다는 늘어나되 60시간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론도 정부 개편안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현행 '주 52시간제' 필요시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40%, '반대한다'는 응답은 54%로 나타났다. 특히 핵심 경제활동 인구인 40대는 부정 평가가 78%, 30대와 50대는 부정 평가가 각각 67%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안을 강행하면 심각한 여론 역풍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도 정부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한술 더 떠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가 지난 6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입법 예고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52시간으로 근로시간 제한을 못 박은 현행 제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주·월·분기·반기·1년 단위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그 대신 정부는 퇴근부터 다음 출근까지 연속 11시간 휴식을 보장하는 연속 11시간 휴식제를 노동시장에 전면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를 적용한 최장 근로시간은 주당 69시간이다. 11시간 휴식제를 보장하지 못하는 사업장은 최장 근로시간을 주당 64시간으로 제한한다.

고용부 설명에 따르면 전체 근로시간 총량은 절대 늘어나지 않게 되지만, 국민에게는 '69시간 근로'의 가능성이 주는 충격이 더 컸다. 주 52시간제 틀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주 52시간제'에서 '주 69시간제'로 바뀌는 것으로 인식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내 사업장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지난 5년간 40시간을 넘지 않았고, 52시간을 초과한 사업장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69시간까지 일한다는 것은 극단적인 가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MZ세대 노조를 만나 '현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소통 부족으로 (국민이) 69시간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장시간 근로시켜서 노동자 다 죽이는 것이라는 가짜 뉴스가 나오는데 너무 왜곡된 부분"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개최한 임 의원은 "개편안은 일주일 단위의 획일적·경직적 규제를 개선하고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 골자"라며 "개편 취지가 비현실적 과장을 토대로 한 가짜뉴스와 소통 부족 등으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오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중소기업의 일주일 평균 초과 근로시간은 1.8시간이다. 최대 69시간 근로를 중소기업 현장에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 원래 제도 개편의 취지가 현장에서 잘 구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완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MZ세대 노조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은 "(개편 취지가) 진정 노동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 취지가 그대로 반영돼 충족됐는지 의문이 든다. 정보기술(IT) 업계나 게임 업계 종사자도 과도한 근로를 악습으로 보고 있다"며 장시간 근로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드러냈다.

유 의장은 또 "'공짜 야근'을 시키는 것은 기업 문제지 주 52시간제 문제가 아니다"면서 "(개편안에 대한) 우려에서 노동자를 두껍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넣거나, 현행 법에서도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동환 기자 / 김희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