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년간 서울 인문계열 학과 17개 사라져..공대 학과는 23개 신설
공대 23개 신설..서울대·고려대 3곳씩
통폐합 인문대생은 반발..교원들 '불안'
"재정 가름하는 정량지표 평가 개선해야"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최근 대학가에 ‘인문계열 소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년간 서울에서만 관련 학과 17곳이 통폐합되며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공학계열은 학과가 늘었다. 이와 관련, 인문계열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서울 소재 대학에서 인문·사회계열 학과 17곳이 통폐합됐다. 반면 공학 계열 학과는 23곳이 새로 생겼다.
이는 정부 차원의 인재양성 계획이 반도체 등 공학계열에 집중된 결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신기술 분야 대학 정원 요건을 완화한 데 이어 올해 대학 재정투자 확대로 반도체 인재 약 15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과 존속에 불안을 느낀 인문계열 학생과 교원의 반발도 적지 않다.
성신여대는 지난해 경영학과·글로벌비즈니스학과를 경영학부로, 법학과·지식산업법학과를 법학부로 각각 통합했다. 김지원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2020년 통폐합 계획이 발표된 직후 해당 학과 학생들 사이에선 향후 학교에서 전임 교원 충원에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란 우려에 반대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외대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한국외대는 2020년 ▷지식콘텐츠전공 ▷영어통번역학전공 ▷영미권통상통번역전공을 융합인재대학 내 교육과정으로 통합했다. 김제남 전국교수노동조합 사무국장은 “당시 몇몇 비정년 트랙 교원이 일자리 불안을 호소하며 상담을 요청해오기도 했다”며 “통폐합 위기를 겪는 학과들도 규모에 따라 인원이 많은 학과는 공동 대응하기도 하지만, 비교적 작은 학과는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삼육대는 중국어학과·일본어학과를 항공관광외국어학부로 통합하고, 경영정보학과·IT융합공학과를 합쳐 지능정보융합학부를 신설했다.
서울과기대도 2020년 ▷헬스케어학과 ▷문화예술학과 ▷영어과 ▷벤처경영학과를 융합사회학부로 통합했다. 2019년에도 행정학전공과 환경행정전공을 행정학과로 통합됐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동국대에서는 철학과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정년 트랙 전임교원인 유흔우 교수가 퇴임을 앞둬, 학생들 사이에서 해당 학과가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학생들이 청원서, 대자보 등으로 학과에 전임교수 충원을 요구해 최근 동국대가 내년 3월 전임교원 충원을 약속했다.
지역 소재 대학에서도 원광대가 철학과 폐지를 결정했다. 대구대는 한국어교육전공과 한국어통번역학전공을 한국어교육학부로, ▷무역학과 ▷경영학과 ▷회계학과를 경영학부로 통합했다.
반면에 여러 대학에서 공학 계열 학과가 연이어 신설됐다. 지난해 서울대가 ▷인공지능응용학과 ▷기계공학부 ▷항공우주공학과를, 고려대가 ▷융합에너지공학과 ▷데이터과학과 ▷스마트보안학부를 신설했다. 이 밖에 중앙대 AI학과 등 3곳,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등 2곳을 비롯해 총 23곳이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취업률 등 ‘정량지표’로 재정지원 여부를 가늠하는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을 취업양성기관으로만 보기 어렵다”면서도 “정원·재정지원 감축 위기를 앞둔 대학들 입장에서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등의 지표에서 점수를 높게 받으려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용 학문만 중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인문학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3년에 한 번씩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주관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공개된 지난해 대학기본역량진단 편람을 보면, 100점 만점 중 정량지표는 52점을 차지한다. 정량지표는 6개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 성과(25점)가 학생 충원율(20점)과 졸업생 취업률(5점)로 매겨진다.
강득구 의원은 “‘K-문화’의 세계적 확대는 우리의 인문학 기반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인문학은 대한민국의 세계적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원동력인 만큼, 인문학을 경시하지 않고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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