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재차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외부해킹 사태에 따른 여진이 이어지면서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라는 제재를 받고 수익성도 악화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회사 측은 CEO에게 스톡옵션이라는 '당근'과 함께 중장기 체질개선을 이끌라는 '특명'을 내린 셈이다.
롯데카드가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스톡옵션 부여가 향후 매각작업까지 연동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CEO의 임기 완주를 기본조건으로 내걸고 새 주인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제고를 주도해야 스톡옵션의 실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MBK식 '책임경영'…위기연동형 설계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최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7월1일자로 정상호 대표이사에게 보통주 74만7401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주당 가격은 2만8835원이며 2028년 7월1일부터 2033년 6월30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스톡옵션은 임직원이 일정 기간 내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회사의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다. 현재 시점보다 회사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가정했을 때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매수해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일종의 미래의 성공보수인 셈이다.
롯데카드는 2019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스톡옵션 제도를 운영해왔다. 대상은 CEO와 주요 임원이다. 지난 해킹사태로 조기사퇴한 조좌진 전 대표 역시 2020년 스톡옵션을 받았지만 두 번째 임기 중 자진사임하며 권리의 일부가 소멸된 상태다. 사유는 재직기간 불충족이다.
정 대표는 3월 취임 이후 약 3개월 만에 스톡옵션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동안의 관행적 부여보다는 '위기연동형 설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의 각종 불확실성을 고려해 CEO의 잔류와 성과를 강하게 묶어뒀다는 얘기다. 정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 가능 시점이 임기 만료일인 2028년 3월 이후로 설정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정 대표는 단기적으로 당국의 제재에 대응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발생한 대규모 해킹사태와 관련해 4개월 반의 영업정지를 사전통지했으며, 이는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현재 롯데카드는 제재 수위를 낮추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에 신규 영업이 사실상 제한되는 만큼 수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정 대표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가 중장기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책임경영 독려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회사의 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의 목적은 매각…전제조건은 체질개선
변수는 롯데카드가 비상장사라는 점이다. 상장사처럼 주식가치가 시시각각 변동하지 않는 만큼 회사 가치를 재평가하는 데 제한이 따른다. 정 대표가 스톡옵션을 행사할 시점에도 주당 가격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스톡옵션이 궁극적으로는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CEO가 임기 내에 위기대응과 체질개선을 주도하면서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회사의 주당 가격이 곧 몸값으로 책정되는 만큼 스톡옵션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로가 된다.
MBK파트너스는 2022년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했지만 원매자들과의 가격 괴리, 시장 경색 등으로 무산됐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해 일정 기간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 뒤 매각해 투자금과 차익을 챙기는 엑시트가 목적인 만큼 추가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매각에 돌입할 시점은 불확실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매각뿐 아니라 투자유치나 순이익 증대 같은 것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면서도 "롯데카드의 경우 매각이 기정사실화돼 있어 기업가치 향상을 매각의 밑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스톡옵션도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스톡옵션으로 취할 수 있는 금전적 이익과 별개로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에게는 영업정지 제재와 실적둔화 등을 극복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신사업 발굴 등에 나서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에 기초체력을 강화해 다시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면 대주주의 매각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향후 영업채널 다각화 및 지속적인 신상품 출시 등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며 "선제적 자산건전성 관리와 조달구조 다변화, 비용효율화 등을 추진해 중장기 수익성 회복과 체질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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