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회계논란]② 계약자지분조정 향한 엇갈린 평가…"지속 불가" vs "제도 보완 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앞 현판 /사진=박준한 기자

삼성생명이 '계약자지분조정'을 둘러싼 회계 처리 문제로 진퇴양난에 놓였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생명의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가운데, 배당 재원과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행 유지'와 '회계 변경' 사이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향후 금융당국의 조치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8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계약자지분조정 처리 방식과 관련해 학계, 시민단체, 회계 전문가, 일선 보험 현장 등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도 임시 봉합이 아닌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유지' 측 "현실적 불가피성, 제도 보완 필요"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시각은 계약자지분조정이 당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IFRS17 조기 도입 과정에서 유배당 계약자의 배당 여력을 확보하려면 기존 회계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병오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는 "유배당 계약은 조(兆) 단위 손익이 움직이는 구조여서 배당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며 "다수 보험사가 주석에 일탈임을 밝히고 유지해온 것도 이런 현실적 제약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호중 건국대 명예교수는 "일탈 조건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계약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지분법 회계를 연장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는 더 이상 회계사가 아닌 회사와 감사인의 판단 대상"이라고 부연했다.

일부 정책 실무자는 입법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성영 전 국회보좌관은 "보험업법상 시가 평가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근본적 해법은 나오기 어렵다"며 "법·제도 차원에서 회계 기준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은 계약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힘을 얻는다. 글로벌 사례와 달리 한국의 유배당 구조가 특수하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 없이는 단순한 정상화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변경 필요' 측 "국제 기준 위배, 더는 연장 불가"

반면 "변경이 필요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일탈 회계 연장이 국제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일탈의 전제였던 '매각 계획 없음'이 삼성전자의 지분 일부 매각으로 이미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특정 산업내 기업들이 획일적으로 일탈회계를 하면 대외적으로 회계정보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인회계사 A씨는 "예를 들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100주 중 1주를 매각했을 때 1주는 보험부채에 반영하고 나머지 99주는 일탈회계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는 셈인데 이는 성립할 수 없다"며 "같은 계약 안에서 일부는 시가법, 일부는 원가법을 적용하는 것은 회계 논리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매각 계획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세우고 회계 처리도 일관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한상 회계기준원장도 "계약자지분조정은 과거 불가피하게 도입됐지만 IFRS17 체계에서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삼성전자 지분 등 보유한 주식을) 팔 계획이 없으므로 (계약자에게) 돌려줄 돈이 발생하지 않으니 부채가 아니라는 황당한 논리"라고 강조했다.

결국 논란은 '계약자 보호와 현실적 불가피성'을 중시하는 현행 유지론과 '국제 기준 위배와 연장 불가'를 강조하는 변경 필요론으로 뚜렷하게 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독자적으로 해법을 찾기보다는 당국과 국회, 회계기준원까지 아우르는 제도적 논의가 불가피하다"며 "이번 논란이 보험산업 회계 관행 전반을 다시 짚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측은 이 같은 논란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블로터>에 전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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