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도 않은 "삥술값 내라" 감금·협박…끈질긴 열흘 잠복 끝 덜미
18년 경력 배테랑 형사 고융성 경위 "노련한 팀원들 덕분"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서귀포경찰에서 나왔습니다. OOO 씨 맞으시죠? 체포영장 집행합니다."
지난 4월13일 서귀포 A 유흥주점에서 형사들의 바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형사들의 급습을 예상하지 못한 지배인 B 씨는 꼼짝없이 그 자리에서 붙잡혔다. 약간의 저항도 해보았지만, 노련한 형사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열흘 넘게 잠복하며 수사한 서귀포 형사5팀의 쾌거였다.
사건이 발생한 건 약 보름 전인 3월27일 밤 11시쯤. A 유흥주점의 지배인 B 씨(20대)와 종업원들은 중국인 손님에게 술값으로 약 600만원을 요구했다. 마시지도 않은 술값, 일명 '삥술(가짜 양주)' 값을 강요한 것이다.
가당치도 않은 액수에 피해자가 지불을 거절하자 친절한 얼굴을 하던 종업원들은 낯을 바꾸고 위협하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후 방안에 가두며 실랑이를 벌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겁에 질린 피해자의 양팔을 잡아 바닥에 넘어뜨린 후 소지하고 있던 가방에서 신용카드를 빼앗았다.
B 씨와 종업원들은 빼앗은 신용카드로 2회에 걸쳐 약 600만원을 결제한 후에야 피해자를 풀어줬다. 피해자가 풀려난 건 28일 새벽 4시쯤이었다. 악몽 같은 밤을 지낸 피해자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서귀포경찰서 형사5팀은 바로 다음 날부터 잠복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피해자 조사부터 쉽지 않았다.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다음 날 출국하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메신저를 통해 소통해야 했다.
'팀에 중국어 능력자가 있냐'고 묻자 팀장 고융성 경위(44)는 웃으며 "번역기를 사용하면서 영어, 중국어 섞어 가며 대화하고 안되면 영상통화로 손짓발짓 다 했다"며 "잠복하면서 실시간으로 대화하려다 보니 통역사를 통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배인 B 씨는 처음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으나 날카로운 형사들의 수사에 결국 범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B 씨는 결국 특수강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됐으며, 종업원 C 씨와 D 씨도 공범으로 불구속 송치됐다.
팀장 고 경위는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오랫동안 함께 근무한 팀원들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사건 수사에서 팀워크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사5팀의 고재붕 경위(36)와 강시규 경사(36), 현윤관 경사(35) 모두 고 팀장과 호흡을 맞춘 지 4~5년이 넘었다. 특히 강 경사는 2014년 처음 형사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고 팀장과 함께 해왔다.
서로 눈빛만 봐도 호흡이 잘 맞는 팀 분위기는 성과로 이어졌다. 형사5팀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제주지방경찰청 강·강절도 평가 1위로, 베스트(BEST) 수사팀으로 선정된 자타공인 '베테랑' 형사팀이다.
올해 2분기(4~6월)에는 200건에 달하는 사건을 해결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강력 형사팀 중 하나로 꼽혔다. 올 상반기 전국 강·강절도 평가에서도 우수 평가를 받아 고 팀장은 특별 승급해 겹경사도 생겼다.
고 팀장은 "근무할 때는 팀장으로서 선장 역할을 하지만, 밖에서는 형으로 허심탄회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자녀들 나이도 또래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은 편이다. 일을 떠나서 가족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하면 성과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 같다"며 "선장이 산으로 가면 가지 말라고 조언도 해주는 팀원들에게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가족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부터 형사 생활을 해온 그는 "경찰로서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슈퍼맨이 아니다 보니 마음처럼 모두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저뿐만 아니라 모든 경찰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다 함께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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