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side The Park] 네이버스포츠 공식 스토리텔러 야반도주
야구로부터 도망치기
사실 이 인터뷰는 야구로부터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의 사연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야구를 말하기 위해 야구로부터 도망쳐야 할 때가 있다. 야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야구로부터 도망치라니! 얼토당토않은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얼토당토않음’에서 비롯되는 특별함이 있다. 멀리서 봐야 비로소 정확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야구를 오래 보다 보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공은 둥글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럴 때 야구로부터 도망쳐서 ‘야반도주’를 접해보는 건 어떨까.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야구가 펼쳐질 것이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Nahyeon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야(野)반도주(半逃走)
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과의 첫 만남인데, 독자분들께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11월 15일 인터뷰)
유효상(이하 효상) 반갑습니다. 저는 언론사를 다니다 네이버스포츠에서 약 8년간 있었습니다. 그러다 야구친구를 창업해 본격적으로 야구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죠. 야구친구를 정리한 뒤에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야구 얘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인 ‘야반도주’를 만들어 현재 활동하고 있습니다.
손윤 저도 2000년대 초반부터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여러 포털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제의를받아서 현재 이 친구와 함께 야반도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반대로 인터뷰하게 된 소감이 궁금해요.
손윤 크게 다른 건 없지만 아직은 좀 어색하네요. 그리고 인터뷰이에게 어려운 질문을 하거나 무리한 포즈를 요구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효상 얼마 전에 고등학교 선수들 인터뷰하면서 “하이파이브해라, 다른 자세를 취해봐라” 하면서 요구를 엄청나게 했거든요. 이제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으니까 앞으로는 시키지 말아야겠어요.
어떻게 야반도주를 시작하게 됐나요?
효상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담당자분께 야구 관련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는 제의를 먼저 받았어요. 그리고 야구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분이 더 계셨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알던 분 중에 손윤 형이 딱 맞겠다 싶어서 함께 시작하게 됐습니다.
야반도주를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효상 주로 고교야구를 다룬다고 알고 계시는데 전체적으로는 아마추어 야구를 다룬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전체적인 그림을 보자면 고등학교 2학년부터 시작해서 대학야구, 그리고 프로에 입단 뒤 1년 차까지도 저희의 주 취재 대상입니다. 예를 들자면, 얼마 전에 한화 이글스 문동주 선수와 인터뷰했거든요. 고교 시절의 기량이나 특징이 프로에 입단해서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다루기 위해서였죠. 쭉 이어지는 기록과 스토리를 기록하려고 합니다. 물론 신인이 아닌 프로도 가끔 다루긴 해요.
그럼 어떤 기준으로 취재할 선수를 선정하나요?
효상 특징이나 장점이 있는 선수를 위주로 선정하죠.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 중에 일본의 야마모토 요시노부라는 선수가 있어요. 키가 178cm로 작은 편이죠. 그런데 최고 159km/h를 던져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래도 키는 커야 한다’라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하지만 신체조건이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는 말을 그 친구를 통해서 하고 싶어요.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은 선수를 위주로 취재하려고 합니다.
손윤 효상이가 말했던 것처럼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선수보다는 야구 외적으로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런 이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저희도 배우는 게 있거든요. 다른 곳에선 잘 다루지 않는 방면에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고교 선수들을 취재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진 않나요?
손윤 아무래도 프로선수들보다는 자기 어필을 하는 데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가 그들을 노출할 때 어디까지 포장하고 어디까지 풀어야 할까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어요.
효상 그리고 스케줄의 문제도 있죠. 특히 고교 선수들은 학교 수업도 있고, 연습 경기나 훈련 등 일정이 많잖아요. 그러면 아무래도 밤에 시간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들을 늦은 시간에 어디로 부르기도 미안한 상황이고요. 인터뷰이를 섭외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느낍니다.
야반도주라는 채널명은 어떻게 짓게 된 건지 궁금해요.
손윤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단어 뜻 그대로 지었거든요. 우리는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다는 의미로요. 하다가 재미없으면 도망치려고 했거든요. (웃음)
효상 저희가 하는 팟캐스트 섬네일이 산 사진입니다. 그리고 설명에 얘기하다가 늘 다른 산을 힘차게 오른다고 쓰여 있어요. 말하다 보면 ‘이 산이 아닌가봐’ 하고 다른 산을 오르게 돼요. 메인 주제가 있지만 새롭고 재밌는 걸 하고 싶으니까요. 노동처럼 느껴지게 되면 하기 싫고 힘들잖아요. 물론 그렇게 느껴지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악전고투(惡戰苦鬪)
이번에 U-23 야구 월드컵 취재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효상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악전고투였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왔어요. 비 때문에 일정이 계속 꼬였고요. 제가 타이베이에 도착한 14일 밤부터 19일 밤까지 내내 비가 내렸어요. 한 번도 그치지 않고요. 원래는 15일에 타이베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16일 더우류 야구장으로 일정이 바뀌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더우류까지 차로 3시간 30분이 걸려요. 근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문제 때문에 선수들은 숙소를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즉, 3시간을 이동하고 경기를 치른 뒤 다시 3시간을 돌아와야 한다는 거죠.
손윤 그렇게 힘든 일정인데 경기 시간이 확실히 정해지지도 않았어요. 그 경기는 중계도 안 됐고요. 게다가 우리나라 선수들과 상대 팀인 쿠바 선수들 모두 종이 도시락으로 겨우 식사하고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국제대회가 경비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열악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점에서 아주 안타까웠죠.
선수들도 굉장히 힘들었겠어요.
효상 당시 더우류 야구장에서 연이틀 두 경기를 해야 했어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 경기가 끝나고 다시 타이베이로 가야 하는 일정이었잖아요. 오후 8시에 쿠바랑 경기를 시작해서 거의 자정이 돼서야 선수단이 출발할 수 있었어요. 그럼 새벽 3시에 도착해서 잠깐 잤다가 다시 더우류로 이동해야 했죠. 두 번째 경기 선발 투수가 NC 다이노스 이준호 선수로 결정돼 있었는데 미치겠다고 말하더라고요. 다음 날 선발인데 경기 시간을 모른다는 거죠. 그럼 이 투수의 루틴이 완전히 망가지는 거잖아요.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어떻게 몸을 풀어야 할지 걱정이 많더라고요. 두 번째 경기 일정은 결국 자정이 지나고 결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이 사실 저희가 없었으면 알려지지 않았을 거예요. 제대로 된 취재진이 없으니 우리나라 야구팬들은 하나도 모를 뻔했잖아요. 사실 저희도 갈 예정이 없었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나니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정에 없었는데 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효상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을 통해서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시는 최승표 대표를 만났어요. 그분께서 가보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해주신 거죠. 그 덕분에 그 카페 회원분들께 펀딩받아서 갈 수 있었어요. 많은 분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아마야구를 다루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껴져요. 그런데도 아마야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유가 있을까요?
손윤 프로야구는 이미 많은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어요. 저희가 거기에 또 숟가락을 얹을 필요는 없다고 느꼈어요.
효상 제가 생각하는 야구의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라인이 없다는 거예요. 사실 고교야구 랭킹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팬분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내가 응원하는 팀에 누가 오느냐가 제일 궁금한 부분이잖아요. 제가 야구친구에 있을 때 기획했던 콘텐츠 중 ‘주간 내 새끼’라는 코너가 있었어요. 제목이 조금 파격적이긴 한데, 야구팬분들은 신인들을 내 새끼라고 부르잖아요. (웃음) 그런데 대부분 팬은 내 새끼가 어떻게 크는지 모르고 있죠. 저희가 어떤 식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팬들이 그들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야반도주를 시작할 때만 해도 어린 선수들을 다루는 곳이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효상 그렇죠. 사실 저는 야반도주 이전부터 이런 주제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2011년에 ‘아마추어 드래프트 리포트’라는 책을 낸 적이 있거든요. 그때부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 앞으로도 그렇고요. 내년에는 대학야구 비중을 늘릴 예정이고, 좀 더 여건과 기회가 된다면 퓨처스리그까지도 다뤄보고 싶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퓨처스리그, 프로야구로 이어지는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싶어요.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느껴질 것 같은데요?
효상 저희는 선수들을 대할 때 뭐가 좋다, 나쁘다고 얘기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어린 친구들은 주변 영향을 정말 많이 받거든요. 더군다나 미성년자잖아요. 우리들의 말 한마디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데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강해요. 저희가 충암고 취재하러 갔을 때였어요. 구속도 체크하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다가 한번 뛰어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달리기 기록도 쟀고요. 그저 단순한 행동 하나였는데, 나중에 감독님께서 저희가 다녀간 뒤로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한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경기에서 항상 전력 질주를 하게 됐다고요.
손윤 본인들의 주력이 KBO리그나 메이저리그와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된 거죠. 한편으로는 달리기라는 기초적인 부분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다리를 쭉쭉 뻗어야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고요.
효상 그런 점에서 저희의 그 작은 행동 하나가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에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들이 깨달은 것 같았어요. 저희가 아마야구를 취재하고 소개하는 것이 아마야구계를 바꿀 수는 없겠죠. 하지만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주는 역할이 됐으면 해요. 저희뿐만 아니라 외부인들이 자주 방문해서 친구들에게 동기부여가 돼줬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아마야구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더 필요한 것이 뭐가 있을까요?
효상 미디어의 관심이요. 다행히도 올해는 아마추어 야구 기사가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지원이 많았거든요. 네이버를 통해 받은 지원으로 저희가 취재를 꾸준히 다녔어요. 그런 것들이 조회 수가 되고 관심거리가 되다 보니까 다른 미디어에서도 이제 다루기 시작한 거죠. 물론 관심만으로는 안 돼요.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화제로 다룰 수 있는 선을 저희가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책을 집필한 적도 있더라고요. ‘감독이란 무엇인가’와 ‘킬로미터’에 대한 얘기도 궁금해요.
손윤 먼저 ‘감독이란 무엇인가’는 김성근 감독님, 김인식 감독님과의 장시간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졌어요. 하루에 적으면 8시간, 많으면 11시간씩 얘기를 나눴거든요. 아마 두 분이랑 가장 길게 대화를 나눈 건 저희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네요. 두 분은 KBO리그에서 명장이라고 불리지만 야구를 바라보는 관점은 서로 다르거든요. 두 분의 시선에서 감독이란 자리는 어떤 자린가에 대해 바라보는 책이었어요.
효상 ‘킬로미터’는 구속에 관한 얘기를 다루고 있어요. 평소에 우리나라는 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구속 발전이 뒤처질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발전해나가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고민한 책이에요. 그런데 당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라 계획한 인터뷰의 3분의 1 정도를 못 했거든요. 아쉬움이 엄청나게 남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건 최고 구속이 아니라 평균 구속을 주목해줬으면 하는 거예요. 아무리 최고 구속이라도 한 번 기록한 건 의미가 없거든요. 오래 야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은 그런 관심사로부터 나온다고 봐요.
그동안 많은 선수를 만나봤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나요?
효상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번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LG 트윈스에 지명된 김동규 선수요. 사실 저희는 이 선수가 상위 라운드에 지명될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김동규 선수와 부모님은 전혀 예상을 못 하고 계셨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원서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손윤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 문화에서 실력이 부족한 학생과 부모님들은 고난이 너무 많겠다는 걸 느꼈어요. 울 일이 정말 많아요. 잘하는 이와 못하는 선수 간의 차별 대우도 있고요. 그야말로 엘리트만 인정받는 문화가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게다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신체조건이나 어떤 단점 때문에 어린 선수에게 그 이상의 발전을 이루긴 어려울 거라고 주변에서 말하는 사람이 은근히 보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그들의 성장을 막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진월보(日進月步)
또 올해는 구자욱과 정근우 등 프로선수들과 함께 에디터 활동을 하기도 했죠.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효상 시작은 네이버의 요청이었죠. 저희가 여러 칼럼을 에디팅한 경험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어요.
손윤 소재는 선수들과 통화도 하고 직접 만나서 얘기도 나누면서 자유롭게 뽑아내는 편이에요. 저희가 질문지를 만들 때도 있지만 대화하다가 나오는 경우도 많거든요.
게다가 팟캐스트 활동도 하고 있어요.
효상 팟캐스트는 사실 심심해서 시작하게 된 겁니다. 사실 제가 옛날에 몸이 좀 아팠어요. 지금도 완치한 상태는 아니에요. 하지만 아프다고 가만히 있다 보니 너무 심심하더라고요. 그래서 형한테 “우리 팟캐스트나 해볼래요?” 하게 된 거죠. 매일 하는 걸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저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어요. 게다가 그걸 글로 쓰기 시작하면 솔직히 시간도 꽤 걸리고 힘들기도 하죠. 그래서 그냥 말로 털자. (웃음) 처음에는 거의 매일 올리긴 했는데 이젠 너무 바빠져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바꿨습니다.
일정이 정말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손윤 효상이와 함께 키움 히어로즈와 관련된 책을 쓸 예정이에요. 또 저는 다른 분과 함께 오타니 쇼헤이 책도 계획 중이고요. 또 다른 포털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갈 예정이에요. 거기에 이제 야반도주를 위해 한 달에 네 번은 고등학교에 방문해야 합니다. 정말 쉴 틈이 없어요.
효상 그래도 사실 팟캐스트 일은 다른 거에 비해 힘이 안 들어가요. 모르는 분들은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정말 즉흥적으로 하거든요. 준비 하나도 없이 한 시간 가볍게 대화하고 끝납니다.
그렇다면 글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효상 중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단점은 웬만하면 쓰지 않는 쪽으로 하고 있어요. 쓰더라도 보완해야 하는 부분만 짧게 쓰려고 해요.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잔 부상이 많다고 말해요. 운동하다 보면 잔 부상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그게 인터뷰로 남아버리면 이 선수는 부상이 많다는 이미지가 박히게 돼요.
손윤 그리고 프로에서 누가 성공할지는 정말 아무도 몰라요. 프로 스카우트분들도 모른다고 봐요. 환경적인 요인은 물론 운도 꼭 필요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이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감히 어떻게 규정하겠어요.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취재하다 보면 스카우트와 만남도 잦겠네요.
효상 그렇죠. 저희도 정말 매일 경기를 보고 매일 글을 쓰지만, 스카우트분들의 노력은 정말 엄청나요. 그래서 저는 36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16시간 동안 야구를 본 적이 없으면 스카우트의 어려움을 논하지 말라고 해요.
손윤 솔직히 몇 경기를 연달아 보다 보면 졸게 될 때도 많아요. 프로처럼 매끄러운 경기도 아니고 팀 간의 격차도 크거든요. 그들이 쓰는 장비도 엄청 무거워요.
효상 여러 야구팬이 선수를 잘 못 뽑은 것 같으면 자기 팀의 스카우트를 욕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이런 어려움 속에서 선수의 미래를 가늠한다는 건 진짜 쉽지 않은,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KBO리그가 위기를 맞았다는 문제의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죠. 이에 관해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효상 제 생각으로 야구는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어요. 과거에 제가 언론사에 있었을 때 이승엽 선수가 56호 홈런을 치는 순간을 보자마자 사무실로 뛰어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억에 남는데, 그때 관중이 300만 정도였어요. 지금은 아무리 못해도 700만 가까이 되잖아요. 과거로 돌아갈 일은 없다고 봐요. 적어도 600만에서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요? 다만 노력을 안 하면 안 되겠죠. 가장 노력이 필요한 부분은 제도적인 문제예요. KBO리그는 제도를 만들고 즉흥적으로 적용하는 모습이 보여요.
손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진다기보단, 리그 운영의 문제점이 더 많다고 봅니다. 독립 리그나 퓨처스리그에서 몇 년 테스트해 보고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다 보니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KBO리그는 KBO리그만의 재미가 있거든요. 그런데 자꾸 경기력 문제를 끌고 오는 게 답답할 때가 있어요.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손윤 가장 큰 숙제는 산업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KBO리그가 더욱 독립적으로 나아가려면 모기업의 의지가 필요할 것 같아요.
효상 사실 그래서 저희가 요즘은 SSG 랜더스를 주목하고 있어요. 정용진 구단주가 야구계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지금 이마트에 SSG 관련 상품이 굉장히 많이 생겼더라고요. 그게 지금 당장 팔리지 않더라도 지속해서 나오게 된다면 분명 관심이 생기게 되거든요. 과거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했을 때 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백화점 세일이라니까 되게 좋아했거든요. 이런 식으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야구가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야반도주가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효상 일상적이라는 데서 오는 매력이 상당하다고 봐요. 의외로 우리가 매일 즐길 수 있는 취미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야구는 겨울을 빼고 거의 매일 하고 있잖아요. 다른 걸 하다가도 “오늘 야구 경기하니까 TV 보자” 이렇게 할 수 있고, 솔직히 틀어놓고 딴짓해도 돼요. 잠깐 다른 걸 보고와도 안 끝나잖아요. 그러니까 아직 야구에 입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야반도주처럼 야구를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준다면?
효상 야구 콘텐츠를 다룬다고 해서 야구에만 매몰되면 안 돼요. 경제, 사회 등 다른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제가 지난해에 ‘MVP 머신’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제가 상당히 달라지더라고요. 지식은 계속 발전하고 끊임없이 변해요. 야구와 관계없는 것이라고 느껴진다고 해도 분명 도움이 되는 게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해설 없이 야구를 보라고 하고 싶어요. 스스로 경기의 흐름을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야반도주 홍보를 살짝 해볼까요?
손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후원이 정말 필요해요. 아마추어 스포츠의 강화를 위해 미디어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동원돼야 하니까요.
효상 색다른 야구를 알고 싶다면 저희가 하는 얘기를 들어주셨으면 해요. 여러분들이 알던 세상과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그리고 어떤 연맹이나 단체에서 돈을 받는다고 좋은 말만 쓰진 않으니까 믿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 더그아웃 매거진 14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0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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