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행동 분석으로 알츠하이머 초기 징후 발견
- 자연스러운 행동을 촬영해 프레임 단위로 분석
- 치료행위가 효과가 있는지도 사전 확인 가능
그냥 보는 것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든 미세한 행동 패턴으로부터 알츠하이머 초기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육안 관찰로는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공지능 머신 러닝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더해, 초기 증상이 발견됐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도 이루어졌다.
프레임 단위 미세한 행동 변화 분석
미국의 생명과학 분야 비영리 연구기관인 글래드스톤 연구소는 영상 기반의 머신 러닝 모델을 사용해 쥐 모델의 행동 패턴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의 주요 증상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 다음, 각각 다른 쥐 모델에게서 나타나도록 했다. 그런 다음 특정 공간을 탐색하도록 하고, 그 모습을 전체 촬영했다.
촬영한 동영상은 VAME(Variational Animal Motion Embedding)이라는 동물 행동 분석에 특화된 머신 러닝 모델을 활용해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VAME은 입력된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할하고, 각 프레임에서 대상의 자세, 움직임, 속도 등의 특징을 잡아내 ‘중요한 행동 패턴’을 추출한다.
이를 통해 눈으로 관찰하는 것으로는 확인할 수 없거나 놓칠 수도 있는 미세한 행동 변화를 감지해낼 수 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신경퇴행성 질환의 징후를 보다 일찍 발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글래드스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쥐 모델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질서한 행동’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어떤 행동을 하다가도 맥락에 맞지 않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보였고, 한 가지 행동을 하다가 다른 행동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팀은 이를 기억력 저하, 주의력 결핍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연구의 제 1저자인 스테파니 밀러 박사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수준의 영상만 있어도 VAME을 활용해 충분히 행동을 분석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잠재적으로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과제나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행동 분석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징후를 포착하는 데는 보통 ‘행동 테스트’를 활용한다. 기존의 행동 테스트는 일반적으로 쥐에게 특정 과제를 수행하도록 유도하거나, 사전에 설정된 환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미로 통과 실험이나 자극 반응 테스트가 대표적이다.
즉,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 테스트는 ‘자연스러운 행동 패턴’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연구자가 모델의 행동을 관찰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객관성 면에서 신뢰도가 다소 부족할 수 있다.
이에 비해 VAME은 촬영된 영상을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주어진 특정 과제가 아닌, 보다 넓은 공간을 자발적으로 탐색하도록 함으로써 행동의 자연스러움을 높였다. 시간을 특정하지 않고 오랫동안 탐색하게 두더라도,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이 분석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신뢰성도 보장된다. 연구자가 관찰을 위해 불필요하게 오랫동안 집중할 필요도 없다.
이를 응용할 경우, 일상 속에서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영상으로 저장하여 인공지능에게 분석을 맡길 수 있다. 당사자도 의식하지 못하는 미세한 변화나 거듭해서 나타나는 패턴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상이 발생하기 한참 전부터 미리 위험을 확인할 수도 있다.
잠재적 치료법 검증에도 활용 가능
글래드스톤 연구팀은 증상에 대한 잠재적 치료를 시도하는 과정에 VAME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테스트했다. 팀의 일원 중 하나인 카테리나 아카소글루 박사는 과거 혈액 응고 단백질인 피브린이 뇌로 누출될 경우, 연쇄적으로 독성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을 발견해 연구 논문을 제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아카소글루 박사의 연구 결과를 활용해, 피브린에 의한 독성 반응을 차단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피브린이 뇌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것을 차단한 다음, 마찬가지로 VAME을 통해 행동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존에 관찰됐던 무질서한 행동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소글루 박사는 “피브린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 염증이 알츠하이머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라며 “머신 러닝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평가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으며, 임상 도구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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