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러브샷’ 윤 대통령-한동훈, 이번엔 오미자만 마셨다

더 벌어진 윤-한 사이 노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동훈 대표(가운데), 추경호(오른쪽) 원내대표 등과 환담하며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추경호 원내대표보다 한걸음쯤 뒤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맥주와 제로콜라 러브샷은 없었다.

24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한 당정 만찬에 대한 대통령실 설명은 ‘건조’했다. 윤-한 두 사람이 상대를 챙기는 모습을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했지만, 한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이튿날인 7월24일 곧바로 열린 당정 만찬 때와는 여름과 가을만큼 그 분위기가 달랐다.

당시에도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등 전당대회 과정에서 촉발한 윤-한 갈등 여진이 남아 있었지만, “우리 한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윤 대통령) “우리는 대통령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한 대표)는 대화합 메시지를 내놓는 등 서로 상황을 봉합하려는 듯했다. 당시 만찬 직후 양쪽 참석자들은 두 사람이 내놓은 화합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언론에 전하기도 했다.

특히 두 달 전 만찬 때는 삼겹살, 돼지갈비, 모둠 상추쌈, 빈대떡, 김치, 미역냉국, 김치김밥, 과일 등 메뉴 상세내역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고른 메뉴였다는데, 대통령실은 “삼겹살은 당·정·대 통합의 의미이자, 막역한 사이에서 먹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인 만큼 격의 없이 소통하고 대화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외국 정상과의 만찬 때나 나올 법한 ‘메뉴 의미 부여’가 윤-한 사이에도 필요해졌다는 뒷말이 나오긴 했지만, 대통령실로서는 나름 성의를 보인 셈이었다.

61일 만에 열린 이날 만찬은 달랐다. 대통령실은 사전에 “만찬 메뉴는 한식”이라고만 공지했다. 구체적 메뉴는 윤 대통령 입에서 짧게 나왔다.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어요.” 만찬이 끝난 뒤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냈지만, 메뉴에 대한 ‘거창한’ 당정 화합 의미 부여는 없었다.

두 달 전 만찬 때는 윤 대통령(맥주)과 한 대표(제로콜라)가 러브샷을 했다. 이날 건배를 위한 만찬 음료는 오미자차였다. 대통령실은 만찬 뒤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해 대통령이 만찬주 대신 오미자차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만찬이 끝날 무렵 커피 타임이 되자 윤 대통령이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아이스 라떼를 주문한 윤 대통령에게 “감기 기운이 있으신데 차가운 것을 드셔도 괜찮으시냐”고 물었고, 이에 윤 대통령은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음료를 좋아한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만찬 사진에도 차이가 있었다. 두 달 전 대통령실은 만찬 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손을 잡고 있는 사진, 대화를 나누는 사진, 두 사람만 클로즈업한 사진 등 모두 6장의 만찬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만찬 직후 4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2장은 단체 사진이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표정은 활짝 웃고 있는 다른 참석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굳어 있었다. 다른 1장은 윤 대통령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앞에서 웃고 있고, 한 대표가 그 뒤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 구도였다. 나머지 1장은 윤 대통령이 전면에, 한 대표·추 원내대표는 뒤에 선 사진이었다. 윤-한 두 사람만 클로즈업한 사진은 없었다.

이날 만찬은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고 한다. 두 달 전 만찬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