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매주 인터뷰한 53건의 역사가 한 데 모였다.

2010년대 한국 댄스 음악은 어떻게 기억될까. DJ 코난은 이 시기를 ’춘추전국시대‘로 기억한다. 전세계적인 전자 음악 인기에 힘입어 클럽, DJ, 프로듀서, 파티, 크루, 미디어가 우후죽순 솟아나며 문화의 축을 세웠다. 열광의 밤과 끝없는 새벽, 환희의 서울 골목과 대규모 페스티벌이 이어졌다. 대중적 인지도와 언더그라운드 성장을 동시에 만끽하던 시기, 은연 중의 불안감을 감지하던 소수가 우려를 내비치던 시기, 미디어의 홍보와 오해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전자 음악 시장은 치열했다. 그러나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1990년대 홍대 1세대 클럽에 이어 2000년대 도입기를 지나 2010년대 본격적으로 도약하던 시기, 폭발적으로 쏟아진 음악과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자료집이 필요했다. 개별 미디어와 개인의 노력을 아우르는 아카이빙이 필요했다.
이대화 음악 저널리스트는 한국 전자 음악 시장의 최전선에서 음악을 알리고 성실히 기록해온 인물이다.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해외 일렉트로닉의 경향과 한국 음악가를 대중에 소개한 2013년 댄스 음악 세미나 이매진 운영부터 2015년 역사서 ‘백 투 더 하우스’ 출간, 웹진 빌로우 에디터, DJ 매거진 아시아 에디터를 거쳤다.
그가 2019년부터 매주 인터뷰한 53건의 역사가 ’댄스 뮤직 아카이브’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대화 음악 저널리스트를 만나 ‘댄스 뮤직 아카이브’와 한국 전자 음악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댄스 뮤직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했나.
2015년 첫 책 ‘백 투 더 하우스’를 통해 해외 일렉트로닉 음악의 역사를 다뤘다. 다음 책으로는 한국 일렉트로닉의 역사를 짚어보고 싶었다. ‘백 투 더 하우스’를 쓸 땐 많은 자료를 구할 수 있어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자료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있긴 했는데, 부족했다. 책을 쓰기 전 자료집부터 먼저 만들어야 했다. 내가 자신있게 담을 수 있는 시대는 2010년대였다. 그 이전의 이야기는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으로 첫 시험대 격인 이 책을 쓰게 됐다.
책은 2010년대 한국의 댄스 음악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형식의 인터뷰집이다. 아카이빙의 필요성을 언제 가장 크게 절감했나.
이 책을 만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느꼈다. 예를 들어 클럽 앤써를 인터뷰한다고 치자. 우선 할 일은 자료 조사와 질문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클럽 앤써에 대한 자료를 어디에서 찾나. 없다. 2010년대 가장 중요한 클럽 중 하나였는데도 기본적인 배경 자료들마저 없다. 그저 ‘누가 내한 공연을 했다’, ‘저기가 물이 좋다’같은 단순한 정보만 있을 뿐이다. 기획자들이 어떤 고민을 거쳐 이 클럽을 만들고 운영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되는 시대에 책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틀린 생각이었다. 언더그라운드 댄스 신에 대한 자료는 인터넷에도 없다. 있긴 해도 풍부하지 않고 깊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전 저서 ‘백 투 더 하우스’와 더불어 한국에서 댄스 음악, 전자 음악에 대한 정리를 진행한 이는 이대화 한 명 뿐이다. 댄스 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던 시기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많은 웹진이 생겼고 그들의 기사를 하나로 묶으면 역사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름대로 기록은 잘 되어왔다고도 생각한다. 한국 디제이들의 믹스셋을 소개하는 플랫폼도 있고, 한국의 보일러 룸을 지향하는 믹스믹스 티비(MIXMIX TV)도 있고,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도 있다. 기록이 없다는 말은 잘못이다. 많은 역사가 기록되고 있다. 내가 책이라는 매체를 선택했고 많은 이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주고 있을 뿐이다.
2010년대 초 전세계적으로 EDM 열풍이 불어닥쳤을 때를 기억한다. 한국에도 댄스 음악, 클럽, 페스티벌의 인기가 높아졌다. 당시의 분위기를 돌아본다면.
“이게 되네?” 싶었다.페스티벌에서나 볼 수 있던 대형 아티스트가 지난주에 클럽 오고 다음주에도 클럽에 오던 시기였다. 그만큼 클럽에서 많은 투자를 했다.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의 ‘Don’t you worry child’가 대중성과 크게 관계없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곡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올라가던 시절이었다. 한국에서도 지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넘어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UMF) 코리아가 가장 규모 크고 인기있는 페스티벌로 자리를 잡았다. 연예인들이 DJ에 도전하던 시기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감돌았다. 몸집이 커지는 것도 체감이 되는 것과 동시에 이 문화의 본질이 계속 대중에 소개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EDM 히트곡을 좋아하던 친구들 중 한 명이 “이건 클럽 음악과 다른 것 같아서 너무 좋다”는 말을 했다. 의아했다. ‘이거 클럽 음악인데…’. 일렉트로닉 음악이 인기 있는 것과 반대로 문화의 핵심인 클럽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얼핏 존중을 보이는가 싶던 이들도 ‘버닝썬 게이트’ 때 보여준 인식은 처참했다.
왜 문화에 대한 존중이 형성되지 못했을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클럽과 아티스트들이 이 문화의 재미를 제대로 전달했는지 모르겠다. 당시 EDM 스타들은 마이크 잡고 ‘여기서 뛰어’를 반복하며 똑같은 셋만 틀었다. 화려한 시설로 주목받았던 대형 클럽도 하우스 음악, 디제이 음악의 진짜 재미를 알렸는지 미지수다.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우선 책의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많다.
‘백 투 더 하우스’와 ‘댄스 뮤직 아카이브’를 담당한 엠스퀘어는 원래 출판사가 아니다. 디자인과 편집에 능숙하신 분들이라 현역 디자이너를 섭외하여 전작과 본작의 디자인을 담당해주었다. 이분들은 티를 안낸다. ‘대화님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분위기였다. ‘댄스 뮤직 아카이브’가 나오고 출판 경험이 있는 지인 한 명이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나 사람을 괴롭혔길래 돈도 안 되는 책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쓴거냐.”고 묻더라. 아무런 압박도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내가 방해하는 입장이었다. 디자인할때는 멋진 사진이 들어가면 좋은데, 나는 텍스트 위주의 책을 만들고 싶었다. 사진을 써도 된다고 했다가 안 된다고 했다가 혼란스런 메시지를 줬다. 나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고생을 했다.

‘댄스 뮤직 아카이브’에서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은 지금 읽으라고 만든 책이 아니다. 타임캡슐 같은 책으로 봐달라. 2-30년 후에 빛나는 책을 구상했다. 그러다보니 다른 인터뷰였다면 포함하지 않았을 질문을 많이 포함했다. 최대 수용인원, 건물의 구조, 디자인… 요즘 이슈에 대한 토론은 되도록 지양했고, 의견을 묻는 과정에도 2010년대의 가장 중요한 현상과 사건에 집중하고자했다. 바이오그래피를 정리하며 변화의 계기와 숨겨진 이야기를 수집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일반적인 매체 인터뷰보다 건조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다.
클럽, 아티스트, 페스티벌, 파티와 크루, 레이블, 미디어와 기타로 책을 구분했다. 각각의 인터뷰 선정 기준이 있었을 텐데.
책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안다. 왜 누구는 없냐, 이 사람은 있는데 저 사람은 왜 없나. 먼저 하나 전제하자면 ‘댄스 뮤직 아카이브’가 2010년대 전체를 대표하진 못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냥 내가 좋아서 넣은 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시각을 완전히 배제한 책도 아니다.
스스로 거듭 질문했다. 이 클럽이 정말 2010년대를 대표했나. 이 아티스트가 정말 클럽 신에서 인기가 있었나. 케잌샵도 다뤄야하지만 아레나도 다뤄야 했다고 생각했다. 다 기록되어야 하다고 생각했다. DJ소다가 2010년대의 가장 중요한 DJ 중 한 명인 것은 맞다. 그런데 과연 기록할만한 아티스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고 결국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디제이 부디카와 인터뷰를 진행한 DJ 트럭(DJ TRUCK)은 신에서 큰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런데 2010년대 한국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트럭에 장비를 싣고 시위 현장으로 나가 음악을 틀었다. DJ들도 역사의 일부였음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2010년대 아카이브라는 표현이 겸손하게 느껴진다. 1990년대, 2000년대까지 거슬러올라가는 한국 전자 음악의 아카이브라 불러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역사와 시각이 확장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약간 의도한 바도 있다. 과연 내가 이런 책을 또 만들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었다. 나야 영혼을 갈아넣으면 된다 해도 이를 감당해줄 출판사가 있을까. 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2010년대에 집중하되 인터뷰하는 사람의 전체 경력을 훑는 것도 중요했다. 2010년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최대한 다 담으려 노력했다. 오래 전부터 활동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했다.
에디터 Doheo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