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가서 아는 척
할 수 있도록
미스터동의 [쉽게 맥락을]
주유소에 들렀다가 깜짝 놀라신 분들 많으시죠.
늘 휘발유보다 저렴하던 경유 가격이 무섭게 치솟으면서 가격표 순서가 뒤바뀌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의 무력 충돌이라는 중동발 위기가 우리 동네 주유소 간판 숫자까지 덮친 건데요.
왜 그런 것인지 알아봤습니다.

진짜로 경유가 더 비싸졌다고?
수치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리터당 1895.3원이었어요.
그런데 경유는 1917.8원으로 휘발유를 가볍게 추월했습니다.
공습 전날이었던 지난달 27일만 해도 휘발유가 1692.6원, 경유가 1597.2원으로 휘발유가 95원가량 더 비쌌거든요.
그 사이 휘발유가 202.7원 오를 때 경유는 320.6원이나 뛰었습니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1.6배 더 가파르게 오른 셈이죠.

원래 경유가 더 비싼 기름이라는 사실, 아셨나요?
사실 국제 시장에서는 원래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싼 귀한 몸입니다.
오피넷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제 휘발유 평균 가격은 1리터당 78.8달러였지만, 경유는 87.73달러로 11.33% 더 높았어요.
이유는 복잡한 생산 과정에 있습니다. 원유를 정제할 때 휘발유는 30에서 140도 사이에서 비교적 단순하게 증류해 냅니다.
반면 경유는 250에서 350도 구간에서 추출해야 하죠.
게다가 경유는 황 함량 0.001%라는 깐깐한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해 복잡한 추가 공정까지 거쳐야 해서 정제 비용 자체가 더 비쌉니다.
생산량도 마음대로 늘릴 수 없어요.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를 보면 원유 1배럴, 즉 42갤런을 정제하면 휘발유는 19에서 20갤런으로 약 25%가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 경유로 팔리는 증류물 연료는 11에서 13갤런 수준에 그쳐요.
비율이 35에서 40%로 딱 정해져 나오는 중간 유분 특성상, 사람들이 경유를 더 찾는다고 공장에서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팍팍 늘릴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선 왜 그동안 경유가 쌌던 거야?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경유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굳어진 건 오로지 세금 때문입니다.
정부가 일반 운전자의 석유 소비를 줄이려고 휘발유에 세금을 훨씬 더 많이 매겼거든요.
작년 11월 기준으로 보면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1리터당 693.72원이었지만, 경유는 475.88원으로 무려 200원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유류세를 구성하는 교통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중에서 교통세만 따로 떼어봐도 휘발유가 492원으로 경유의 337.5원보다 154.5원이나 높아요.
현재 4월 30일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 중인데요.
휘발유는 7% 적용으로 1리터당 57원, 경유는 10% 적용으로 58원 인하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유류세는 정액세 방식이라 세전 가격이 뛸수록 세금 인하 효과가 줄어듭니다.
최근 경유 국제 도매 가격이 워낙 크게 오르다 보니 유류세로 벌려놓은 가격 차이가 완전히 희석되면서 역전돼버린 거죠.

전쟁 나면 왜 경유만 유독 미친 듯이 오를까?
수요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휘발유는 주로 개인 승용차에 쓰이죠.
기름값이 너무 오르면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수요 조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경유는 화물 트럭, 버스, 철도, 선박, 농업 기계, 건설 장비, 발전기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쓰이는 필수재입니다.
생계가 걸린 상업용 차량이나 산업 기계는 기름값이 올랐다고 운행을 멈출 수가 없어요.
수요 탄력성이 극히 낮아서 꾸준히 소비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전쟁이 나면 전차, 장갑차, 군용 트럭 같은 전투 장비 구동에 모두 경유가 들어갑니다.
수요가 폭발할 수밖에 없죠.
정유업계 관계자는 화물 운송료가 오르고 상업용으로 많이 쓰이다 보니 국제 제품 가격이 뛰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국제 시장의 가격 변동폭을 보면 어마어마합니다.
지난달 26일에서 27일 무렵 배럴당 79달러 선이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5월 초 99.66달러에서 113.1달러 선까지 약 34에서 42% 올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자동차용 경유는 배럴당 92달러 선에서 무려 145.13달러, 높게는 155.7달러까지 치솟으며 56에서 67%나 폭등했습니다.

이 사태, 언제까지 갈까?
공급망의 불안감도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중간 유분 시장의 수급이 팍팍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걸프 지역 국가들이 세계 최대 수출처 역할을 해왔는데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공급 차질 공포가 퍼졌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원유를 수입해 직접 정제해서 쓰지만, 유럽은 석유제품 자체를 중동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해협 봉쇄 사태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런 가격 역전 현상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발생했었죠.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넘어섰던 마지막 날은 2023년 2월 22일이었습니다.
이번 사태 역시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수 있는 정보" 시사 경제 뉴스레터 <미스터동>이었습니다.
우리는 내일 또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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