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용 '전자식 사출장치' 발주, "조용하게 항모 연구중인 대한민국"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조용히 발주한 한 가지 연구 사업이 방위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함정용 전자식 사출장치 전력체계 모델링' 사업인데요,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 연구가 실은 한국 해군의 미래 전력 구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무인기 전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한국도 항공모함급 함정에서 운용할 수 있는 대형 무인기 체계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죠.

미국이 독점한 핵심 기술, 동맹국도 사기 어렵다


전자식 사출장치(EMALS)는 항공모함이나 대형 상륙함에서 항공기를 발진시키는 핵심 장비입니다.

기존의 증기식 사출장치와 달리 강력한 전자기력을 이용해 항공기를 빠르게 가속시키는 방식이죠.

문제는 이 기술을 현재 미국만이 실용화하고 있으며, 핵심 전략 기술로 분류돼 동맹국이라 해도 쉽게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영국이 미국의 무인기용 사출장치 도입을 추진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크게 올라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령 도입에 성공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은 물론, 매년 증가하는 유지비와 미국의 기술 통제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는 한국이 자체 개발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자기부상열차 기술이 해답이 될까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이 어려운 기술을 독자 개발하겠다는 것일까요?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자기부상열차 기술입니다.

전자식 사출장치와 자기부상열차는 강력한 전자석을 활용해 물체를 빠르게 가속시킨다는 점에서 기본 원리가 유사합니다.

현대로템 초전도 자기부상 열차

한국은 1993년 대전엑스포에서 세계 최초로 유인 자기부상열차를 시범 운영한 이래 30년 이상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과 철도연구원을 중심으로 고온 초전도체 전동기 개발까지 성공하면서 중국, 일본과 대등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특히 초전도체 전자석 기술을 활용하면 더 무거운 물체를 사출하면서도 전력 소비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전자식 사출장치의 최대 약점인 전력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입니다.

주변국들의 움직임, 한국도 서둘러야


동아시아 해역에서는 이미 전자식 사출장치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대형 항공모함에 전자식 사출장치를 탑재해 대형 전투기까지 사출하는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역시 이즈모함을 무인 항모로 개조하면서 제너럴 아토믹스사가 개발한 전자식 사출장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해 장시간 해상 작전이 가능한 대형 무인기 운용을 적극 추진 중입니다.

미국에서 개발한 MQ-9B 시가디언 무인기를 23대 도입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무인기는 거친 해상에서도 40시간 연속 운용이 가능하고 각종 미사일과 폭탄까지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자식 사출장치가 필수적이라는 게 일본의 판단이죠.

2025년 12월, 본격적인 개발 신호탄


ADD가 2025년 12월 2일자로 발주한 '함정용 전자식 사출장치 전력체계 모델링' 사업은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우선 이번 사업이 단순한 개념 연구가 아니라 전력체계 모델링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이미 기본 시스템 설계가 상당 부분 진행됐으며, 이를 실제 함정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전력 체계를 최적화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포드급 항공모함

함정에서 전자식 사출장치를 운용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전력 문제입니다.

지상의 자기부상열차는 외부 전력망에서 충분한 전력을 끌어올 수 있지만, 함정은 가스터빈 발전기로 자체 생산한 전력에만 의존해야 하죠.

여기에 레이더, 전투체계, 소나, 무장 시스템 등 기존 장비들도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있어, '전기 먹는 하마'로 알려진 전자식 사출장치를 추가로 운용하려면 효율적인 전력 체계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미 해군도 최신 포드급 항공모함에서만 전자식 사출장치를 운용하고, 구형 항모에서는 발전량 부족으로 도입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한국이 초전도체 기술 등을 활용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무인기 시대, 해군 전력의 새로운 방향


ADD의 이번 움직임은 한국 해군이 무인기 전력을 본격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해군은 지난해 제너럴 아토믹스사의 대형 무인기를 독도함에서 이착륙시키는 시험을 실시하며 전력화 가능성을 평가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미국 업체와 협력해 해군용 무인기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공군 역시 무인기 통합 운용에 적극적입니다. KF-21 보라매 전투기 개발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를 유인 전투기와 무인기를 결합한 '멈 티(Manned-Unmanned Teaming)' 체계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죠.

위험한 임무에는 무인기를 먼저 투입하고 유인 전투기는 안전한 거리에서 지휘·통제하는 방식입니다.

보라매와 통합 운용할 윙맨 무인 전투기는 내년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으며, 엔진 국산화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KAI도 최근 아덱스 전시회에서 보라매와 함께 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무인기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개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이 윙맨 전투기는 보라매와의 통합 운용뿐만 아니라 단독으로 해상 작전에 투입되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 전자식 사출장치가 완성되면 해군의 주요 무인 전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30년대 초, 한국형 시스템 등장 전망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종합하면, ADD는 10톤급 무인기를 사출할 수 있는 중소형급 전자식 사출장치를 우선 개발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100m 이하의 거리에서 대형 무인기를 사출하고,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빠른 재발사가 가능한 급속 충전 기술까지 개발한다면, 한국군은 독자적인 무인기 해상 운용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30년 이상 축적해온 자기부상열차 기술과 초전도체 개발 경험, 그리고 이번에 발주된 전력체계 모델링 연구까지 고려하면, 2030년대 초반 실물 체계가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터키가 최근 무인 전투기에서 공대지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며 무인기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이 대열에 합류할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미국의 기술 독점으로 막혔던 길을 우리 기술로 뚫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한국 방위산업이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전자식 사출장치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