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기체는 성공인데 ‘탄약 깡통’ 우려 커지는 이유

국산 전투기 KF-21은 비행시험·양산 일정에서 큰 차질 없이 진행되며 기술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실제 전력 운용 측면에선 “미사일과 탄약이 부족한 반쪽짜리 전력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군이 블록Ⅰ 전력화를 위해 요구했던 장거리 공대공미사일(BVR) 600발, 단거리 공대공미사일(WVR) 300발에서 합참 조정 과정에서 각각 100발·50발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는 취지의 보도와 내부 평가가 나온 것이다.
이 수량대로라면 2026년부터 1차 양산 20대, 2032년까지 120대 이상 KF-21이 실전에 투입돼도, 기체 한 대당 실질적으로 운용 가능한 실탄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메티어 100발 계약, ‘있지만 적은’ 장거리 공대공 전력

한국은 KF-21 블록Ⅰ에 유럽 MBDA의 초장거리 공대공미사일 메티어(Meteor)를 통합하기로 하고, 2024년 말 DAPA–MBDA 간 약 100발 규모의 초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메티어는 램제트 추진방식을 쓰는 현존 최고급 BVRAAM(시계 밖 공대공 미사일)으로, KF-21 시제기 초도비행(2022년) 때부터 시험장착·분리투하·실사격까지 연속 통합시험을 거쳤고, 2025년 초 제조 단계에 들어갔다. 문제는 숫자다.
100발이면 시험·평가·전술 개발과 전시 비축분을 감안했을 때, 초도 양산 20대가 최소한의 실전 대비를 갖추는 수준에 가까워 2030년 전후 100~120대로 늘어날 KF-21 전력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메티어는 발당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고가 체계여서 추가 대량 도입은 예산 부담이 크고, 미국 AIM-120D3·AIM-260 JATM 등 최신 장거리 미사일은 플랫폼 통합 승인·기술 이전 제약이 크다는 점도 복합적인 제약 요인이다.
국산 공대공 미사일 개발, 2030년대 중반까지 시간 갭

장기적으로는 국산 중·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로 자주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 역시 2030년대 중반 전력화를 목표로 하는 중장기 과제다. 방위사업청은 KF-21 전용 무장과 엔진 개발에 2026년 예산 기준 2조4,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여기에는 중·장거리 국산 공대공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공대지·공대함 무장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ADD·업계 발표와 전문가 전망을 종합하면, 국산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사거리 150km 이상급)이 실전 배치 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시점은 2034~2038년대로 예상된다. 단거리 열추적 국산 AAM 역시 탐지·추적 성능과 ECM 대응능력까지 완비해 KF-21에 통합되려면 2033~2035년은 돼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 말은 블록Ⅰ·Ⅱ가 전력화되는 2026~2032년 사이 상당 기간 동안, KF-21이 메티어 소량과 기존 AIM-120 계열·단거리 미사일 조합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PL-15/PL-17과의 격차, 훈련·지속전 능력의 문제

주변 위협을 보면 공백은 더 뚜렷해진다. 중국은 이미 사거리 200km 이상인 PL-15, 그보다 더 먼 거리(300~400km급)에서 전략 수송기·조기경보기까지 노릴 수 있다는 PL-17 계열을 실전 배치 단계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양적 우위까지 감안하면, KF-21이 대치 상황에서 충분한 수량의 장거리 AAM을 갖추지 못한다면, 초반 교전에서 적 조기경보기·전자전기 위협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어렵다.
또 탄약이 적으면 조종사 훈련 역시 시뮬레이터·탄착 모의 훈련 비중이 커지고, 실사격·전술훈련 기회가 줄어 실전 대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반도 전면전이나 대규모 공중전 가능성을 낮게 보더라도, 국지 도발·우발 충돌에서 여러 차례 연속 출격과 다수 표적 대응이 가능한 ‘지속전 능력’을 갖추는 것은 전투기 전력의 기본 조건이다. 지금처럼 “소수의 고성능 미사일”만으로 양·질 모두를 커버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군 내부의 불안감이다.
단기 해법: 현실적인 외산 미사일 확충+기존 전력 강화

현실적인 단기 해법으로는, KF-21 전력 완전 자립을 기다리는 사이 기존 기종(F-15K·KF-16·F-35A)에 통합 가능한 외산 공대공미사일을 충분히 확보하고, KF-21에는 메티어와 함께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중거리 AAM을 혼합 운용하는 전략이 거론된다. 이미 운용 중인 AIM-120C-7/D 계열의 수량과 성능을 보강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AIM-120D3 등의 도입·통합을 추진해 “중장거리 레이어”를 촘촘히 하는 것이 한 축이다.
동시에 KF-21 블록Ⅱ~Ⅲ 단계에서 국산 미사일 통합 시험을 앞당기기 위해 2025년 8월 방추위가 시스템 개발 계획에 ‘무장 통합 시험 확대·전력화 일정 당김’을 반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지는 “새 전투기만 믿고 기존 전력 보강을 늦추지 말고, 당장 쓸 수 있는 무장으로 레이어를 채워두자”는 것이다.
중장기 해법: KF-21 전용 국산 AAM·전자전 능력에 안정적 투자 필요

중장기적으로는 KF-21 전용 국산 공대공·정밀타격 무기와 전자전(EW)·데이터링크·센서 퓨전 역량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만, KF-21이 진정한 의미의 ‘국산 주력 전투기’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미 L-SAM·천궁-II 등 방공·탄도탄 요격 체계에서 축적된 장거리 요격 기술과 능동 레이더 시커, 국산 AESA 레이더 기술을 응용하면, 공대공미사일 자립도는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이런 R&D는 수년~10년 단위의 일관된 예산과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고,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적어 예산·정치 변수에 흔들리기 쉽다.
KF-21 블록Ⅰ이 “깡통 전투기”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지금의 Meteor 100발·기존 AIM-120 의존 상태를 단기적 과도기로 보고, 2030년대 중반까지는 국산·외산 AAM을 적절히 혼합하는 명확한 로드맵과 그에 맞는 중장기 재원 배분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기체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지만, 그 위에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올려줄지에 대한 국가적 결단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KF-21의 잠재력은 끝내 절반도 쓰지 못한 채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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