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은 계엄령” VS 尹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을 '노동자 계엄령'으로 규정하고, '삭발투쟁'(사진)으로 맞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측의 대응 강도가 더 세지는 가운데 산업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천500여 명이다. 관련 운수사는 201곳이다.
정부는 피해 규모와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멘트 분야 물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받은 다음 날 밤 12시까지 운송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는 운수 종사자들에게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경찰 등으로 구성된 현장합동조사단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대상인 시멘트 업체를 방문해 운송업체와 거래하는 화물차주의 명단·주소를 파악하고 운송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영계는 업무개시명령을 환영하면서 화물연대에 "조속히 운송 업무에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화물노동자에게 내려진 계엄령"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즉각 업무 복귀를 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화물운송 자격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며 업무개시명령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에는 '파업 참가에 대한 제재'로서의 강제근로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삭발로 투쟁 의지를 다졌다.
전국 16개 거점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지도부는 일제히 삭발하면서 정부에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 제기도 검토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채 대응 수위만 높아지고 있어, 오는 30일 예정된 화물연대와 정부의 2차 면담(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전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협상은 양측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1시간 50분 만에 끝났다.
전국 곳곳 산업현장에서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한 여파로 전국 건설현장 912곳 중 508곳(56%)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현재 132개 레미콘 공장 중 35곳이 가동을 멈췄다.
나머지 공장들도 시멘트 보유량이 거의 소진돼 곧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제주지역 24개 레미콘 제조사는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대부분 가동을 못 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레미콘 반출량이 평소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항만 물동량은 반 토막 났다.
오전 10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49%에 불과했다.
부산항의 장치율은 60% 중반대로 평소 수준과 비슷하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항만이 제 기능을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항은 환적화물이 많은 특성상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을 지나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광주에서는 기아 오토랜드 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 2천여 대가 매일 임시번호판을 달거나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인근 적치장으로 개별탁송 되고 있다.
곳곳에서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부산 신항 인근에서는 비조합원 차량 앞 유리에 라이터를 던지거나, 조합원을 체포하려던 경찰관을 폭행한 조합원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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