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빌런인가, 동료인가'… MZ세대, 어디까지 이해 가능할까

박정은 기자 2024. 10. 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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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는 합리적이라고 봐야하나 무개념으로 봐야하나 논란이 많다. /사진=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MZ오피스' 캡쳐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일의 능률이 오르는 편입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MZ 오피스'를 흥행으로 이끈 MZ 사원의 말이다. 에어팟을 빼고 일하라는 상사의 말에 맑은 눈으로 의견을 굽하지 않는 MZ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요즘 것들은'이라는 표현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용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세대 차이가 항상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MZ세대는 기존의 '요즘 것들'과는 달랐다. 효율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사회마저 MZ하게 바꾸고 있다. 기존 세대는 MZ를 사로잡을만한 아이템들을 출시하고 MZ와 잘지내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에서 MZ는 주로 부정적 의미로 활용된다. 이른바 '무개념'으로 통하며 이들로 인해 고통받은 사연은 희화화돼 인터넷과 SNS, 방송까지 퍼지고 있다. MZ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새 괴담이 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이쯤 되면 MZ세대라 할지라도 '무개념'이 되고 싶지 않은 청년들은 고민에 빠진다. 어디까지가 합리적이고 어디서부터 무개념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MZ세대와 실제로 부딪치는 '현실 어른들'의 생각을 알아봤다.


MZ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20대와 4050세대를 나누어 설문을 실시해봤다. 사진은 설문지의 모습./사진=박정은 기자
물론 이번 조사가 MZ와 기존 세대 전부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단지 일부분에 불과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조사 대상은 MZ세대를 대표하는 20대 직장인 청년 47명과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4050' 시니어 31명이다. 총 10가지의 질문을 통해 세대별 이해 가능한 행동과 이해 불가능한 행동을 나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실시했다.

문항은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로 꼽히는 전형적인 MZ세대의 행동을 위주로 했다. 문항은 ▲출근 시간에 딱 맞춰서 출근 ▲근무 중 에어팟 착용 ▲이직 계획을 거리낌 없이 밝힘 ▲회식이나 야근 거부 ▲N잡러(회사 이외에 다른 경제 활동) ▲탕비실 물품 집에 가져가기 ▲재택근무 ▲연차 하루 전 예고 없이 사용 ▲업무시간 식사(샐러드, 주먹밥, 라면 등) ▲자유로운 출근 복장(노출 있는 옷, 운동복) 등이다.


"근무 중 에어팟은"… MZ, 4050 모두가 통했다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이해 못하는 MZ행위로 꼽혔다. /그래픽=박정은 기자
두 세대에서 모두 직장 내 무개념 MZ로 인식하는 행위는 ▲근무 중 에어팟 착용 ▲연차 하루 전 예고 없이 사용 ▲탕비실 물품 집에 가져가기 등이 꼽혔다. 특히 탕비실의 물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은 20대는 물론 4050 세대를 통틀어 이해하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에어팟 사용'도 20대와 4050세대 대다수가 무개념이라 생각했다. 20대 직장인 유모씨(26)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에어팟 사용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50대 직장인인 또 다른 유모씨(54)는 "(에어팟을 낀 것이) 소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기분이 좋지 않다"며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에어팟 사용을 이해하는 것은 세대별 차이보다 직업 특성별 요인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추측된다. 20대 직장인 정모씨(26)는 "IT 기업이라 소통할 일이 적다"며 "다들 자유롭게 에어팟을 사용하는 편이지만 만약 다른 회사였다면 에어팟 사용을 못 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재택·N잡러 이해 가능해… 효율적 업무 중시


이해 가능한 MZ행위로 N잡러와 재택근무가 꼽혔다. /그래픽=박정은 기자
직장 내에서 비교적 용인되는 행위로 ▲N잡러 ▲재택근무 등이 꼽혔다. 전체적으로 20대가 더 많이 동의했다. 하지만 4050 세대도 다수가 용인 가능한 행위라고 답했다.

특히 재택근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한번 경험해본 적이 있어 거부감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유씨(54)는 "코로나 때 재택근무를 종종 했는데 업무 결과에 큰 차이를 못 느꼈다"며 "오히려 편한 점도 많아서 종종 재택근무는 괜찮은 것 같다"고 이유를 밝혔다.

20대 직장인 김모씨(25)도 "회사에 가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려 출퇴근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며 "재택근무는 그 에너지를 줄여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고 재택근무의 장점을 설명했다.


오히려 4050이 MZ 했다?… "회식이나 야근 거부해도 상관없어"


MZ보다 4050 세대가 더 개방적으로 답변한 질문들도 있었다. /그래픽=박정은 기자
4050이 오히려 더 MZ스러운 답변을 내놓은 문항도 있다. ▲회식·야근 거부 ▲이직 계획 거리낌 없이 밝히기 등이다.

회식·야근 거부는 MZ의 대표적인 행위로 통한다. 하지만 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보는 MZ의 비율이 4050세대 비율보다 더 높았다. 김씨는 "업무시간 내에 해야 할 일을 못 했으면 남아서 하고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그 대신 일을 빨리 끝내면 퇴근을 일찍 시켜준다던가 성과급을 준다던가 이런 혜택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씨(54)는 "젊었을 때 생각해보면 나도 회식을 가기 싫었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이어 "회식 없이 그냥 빨리 집으로 다 가는 게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직 계획의 경우 20대 다수는 이해 못한다는 답을 내놓았지만 4050세대는 다수가 이해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는 것이 의리를 지키지 않는 것 같다"며 "일을 대충 할 거 같은 느낌"이라고 답변 이유를 전했다. 반면 유씨(54)는 "미리 말해주는게 오히려 남아 있는 사람들로서는 계획을 짤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며칠 전에 말하고 휙 나가는 것보다 미리 말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회사가 놀러 오는 곳인가"… 대립각이 가장 큰 분야는 옷차림


의견 차이가 극심하게 갈리는 부분도 존재했다./그래픽=박정은 기자
20대와 4050세대에서 가장 극명하게 엇갈린 문항은 옷차림이다.

자유로운 옷차림 같은 경우 이해 가능하다고 답한 20대 비율과 4050 세대가 답한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며 세대별 의견이 가장 크게 엇갈렸다.

김씨는 "미팅이나 특별한 일이 있는 게 아니면 편한 옷을 입고 싶다"며 "일하는 것도 힘든데 옷이 불편하면 일도 잘 안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씨(54)는 "회사는 놀이터가 아니듯 회사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놀러 가는 복장, 츄리닝 복장은 말이 안된다"고 답했다.

이밖에 의견이 다양했던 질문으로는 '근무 시간 과도한 간식'이 꼽혔다. 해당 질문은 세대별로 의견이 나뉘기보다는 20대 내부, 4050 내부에서 개인별 견해차가 극심했다.

김씨는 "업무시간에 음식을 먹더라도 업무를 하면서 먹는 거니까 상관없지 않냐"며 "냄새 안 나는 주먹밥, 샐러드 등은 충분히 먹어도 되지 않나"라고 답했다. 하지만 또 다른 20대 직장인 최모씨는 "간단한 간식이 아니라면 냄새가 나서 불쾌한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근무 시간 간식 취식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유씨(54)는 "다 먹고 살자고 일하는 건데 먹는 걸 막고 싶진 않다"며 "가끔 배가 정말 고프면 먹을 수 있지 않냐"고 답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료 A씨(53)는 "그럴거면 점심시간이 왜 있냐"며 "점심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막상 일하는 시간에 먹는 건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무개념 MZ, 현실에서 정말 존재하는 걸까?


설문을 보면 세대별 입장 차가 크지 않다. 설문에 참여하는 4050세대의 모습./사진=박정은 기자
"회사에서 나를 MZ로 보는 것은 아닌지 무섭다."

MZ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일까. 20대 청년들은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사내에서 MZ로 보이진 않을까 두려움을 가진 사례들이 적지 않다. 미디어를 통해 그려지는 MZ세대가 아무런 생각 없는 사회 부적응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록 표본이 크진 않지만 이번 설문 결과를 통해 볼 수 있듯 세대별로 '무개념'에 대한 입장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4050세대보다 20대가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결과도 있다.

무개념은 MZ에서 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세대에서 존재해왔다. 따라서 이를 특정 세대의 특징으로 매도하는 것은 선입견일 수 있을 것이다.

박정은 기자 pje454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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