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는 게 꼭 좋은 나라일까

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 2024. 9. 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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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發光] 탄소중립, 탈(脫)성장을 넘어 탈(脫)인구를 고민할 시간

지난 7일 개최된 기후정의행진에서는 3만 명이 모여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발 앞서 8월 29일에 헌법재판소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국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느긋하게 손 놓고 기다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지금 당장 전면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느냐'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가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편하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원인과 특성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의사가 치료하기 전에 정밀 진단을 통해 발병 원인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아픈 환자를 살려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에 검진도 안 하고 덜컥 수술부터 하자는 의사는 아무래도 돌팔이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법 중에는 회귀분석과 분해분석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설명하는 원인으로 인구, 소득, 기술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주로 고려된다.

먼저 아래 그림은 분해분석의 결과이며, 한국과 지자체의 온실가스 배출 특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막대 그래프가 실제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증가 추세였던 한국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배출량을 줄였다가 반등한 뒤, 2018년을 정점으로 다시 억제해왔던 과거의 변동을 드러내고 있다. 이때 인구 요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간씩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인구 증가를 넘어서는 수준의 비약적인 팽창 요인이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러한 온실가스 폭증의 추세를 완화시킨 수단이 기술이라는 집약도였다. 한마디로 한국은 늘어난 인구로 인한 약간의 증가와 소득 증대로 인한 대폭 증가의 압력이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전환이라는 집약도 개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그나마 억제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진상현, 2024, "광역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 요인 탐색", 지방정부연구. <한국 온실가스 배출 요인의 분해분석 결과> ⓒ진상현

이러한 분해분석의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인구가 아닌 소득이 가져온 부정적 영향이고, 이를 기술 개발로 해결해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그렇게 단순한 사항이 아니며, 오랜 역사적 논쟁과도 관련이 되어져 있다. 즉, 1970년대에 환경오염을 고발했던 생태학자인 베리 커머너는 당시 유행했던 인구폭발론과 산아제한 정책에 반대하며, 환경오염은 인구나 경제성장보다는 기술이 중요하고, 시스템과 기술의 전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변했었다. 그렇지만 같은 시기에 생물학자인 폴 에를리히와 환경과학자인 존 홀드렌은 인구가 핵심적인 원인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물론 인구, 소득, 기술 중에서 어떤 요인이 중요한가에 대한 결론은 아직까지도 내려지지 않았으며, 이는 논쟁적인 주제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론이 아닌 현실은 오히려 숨겨진 진실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분해분석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인구가 중요하지 않았으며, 소득과 기술이 강하게 대립하는 구조적 특성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인구는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요인일까? 같은 시기의 패널 데이터를 이용해서 동일하게 세 가지 요인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는 전혀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인구, 소득, 집약도의 영향력 가운데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인구가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힘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 있었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은 분석기법의 차이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분해분석은 2010년을 출발점으로, 즉 그 당시의 대한민국을 당연하게 주어진 전제 조건으로 가정한다. 그리고 이후 2019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감했던 원인을 인구, 소득, 기술로 설명해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이라는 도시 구조가 주어졌다는 가정하에, 인구가 만 명 정도 늘어난다고 해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지하철 교통망, 아파트 중심의 주택 구조, 폐기물 처리 시스템 같은 기반시설을 이미 갖춘 도시에서는, 그 정도의 인구변화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공장 폐쇄 혹은 경기 부양으로 인한 상점 활성화 같은 영향은 오히려 큰 편이며, 산업구조의 변화 및 고효율 전등의 보급 같은 기술 요인의 상쇄 효과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회귀분석은 2010년의 출발점을 주어진 불변 조건으로 가정하지 않고, 같은 시기에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같은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의 차이를 인구, 소득, 기술 요인으로 설명하는 분석기법이다. 따라서 분석 결과는 경제성장이나 집약도 보다도 사람들의 숫자가 배출량을 가장 잘 설명한다는 상반된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즉,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서는 커머너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았으며, 인구가 중요한 요인임이 밝혀진 것일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향후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는 소득 변수를 통제하려는 '탈(脫)성장' 논의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철학 및 이론적 근거가 탄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창자들의 입장도 천차만별로 상이한 실정이다. 즉, 반(反)성장, 제로 성장, 정상상태 경제 등의 개념들이 혼재된 상태이다. 물론 논의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반면에 이제는 인구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인구가 늘어나는게 바람직할 것인지, 아니면 감소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분해분석은 2010년을 불변의 전제 조건으로 가정한 상태에서만 인구의 효과가 작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인 IPCC에서 제시했듯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모든 영역과 모든 시스템의 전환이 요구된다면, 지금은 당연하게 간주되는 전제 조건을 무시하고 백지상태에서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즉, 인구의 변화까지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국 사회가 '탈(脫)인구' 정책 기조로의 전환을 선언하려면, 먼저 다른 사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세부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경제성장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탈성장 논의와의 결합이 가능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이나 경기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소멸 지역의 충격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장기적 인구 감소 기조하에 경제 시스템의 빈 공간을 이민자들로 메꾸는 게 바람직한지, 그리고 한국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현재 한국에서 탈성장주의자들이 등장하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탄소중립을 위한 탈인구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학술적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벌써 기후 출산 거부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한국 사회의 고질적 저출산 문제가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젊은 세대들이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각종 환경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미래세대를 만들지 않겠다는 상황이다. 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목소리가 드러나고 있으며,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이들의 견해가 표출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기후 출산 거부는 논의 이전에 이미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저출산 문제를 수십 년째 해결하겠다면서도 실패를 반복하는 정부의 인구 증가라는 정책적 환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 사회의 적정 인구를 고민하고 이주민들과의 조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사회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청년들에게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는 게 꼭 좋은 나라일까?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이 삼성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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