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대전]② DB·메리츠·KB "전이암 잡자"…손보사 '보장 확대' 차별화
암보험 시장 우위를 점하려는 생명·손해보험 업계 간, 회사 간 경쟁 구도가 확연한 가운데, 손보사들의 '전이암'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유행했던 진단비 다회 지급 암보험 상품에서 나아가 원발암은 물론 전이암까지 다루는 차별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손보업계가 의료기술 발달 및 정기건강검진 보편화로 암 생존율이 높아지며 전이암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를 선제적으로 간파, 고객 니즈에 적시 대응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암의 종류
△원발암: 완전히 새로운 부위에 발생한 암 △전이암: 전에 암이 발생했던 곳에서 전이돼 다른 부위에 발생한 암 △재발암: 전에 암이 발생했던 곳에서 다시 발생한 암 △잔여암: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암
12일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2명 중 1명은 전이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전이암의 경우 원발암이 발생한 후 5년 이상 경과 시에도 발생할 확률이 약 20%에 육박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전이암 보장은 지난해 중형 손해보험사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롯데손해보험이 전이암을 원발암 중심으로 세부 분류해 단발성 지급(진단비 1회 지급 후 보험계약 소멸)의 획일화 된 보장방식을 탈피했다.
흥국화재는 원발암과 전이암의 구분을 없앤 통합암 진단비를 선보였다. 발병부위나 원인을 따지며 분쟁이 잦아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늘고 이에 따른 보험사에 대한 신뢰 감소로 이어졌던 악순환을 끊었다는 평가다.
롯데손보와 흥국화재는 이 같은 진단비를 바탕으로 배타적사용권을 각각 3개월, 6개월 획득했다. 올해 3월 흥국화재가 획득했던 배타적사용권이 만료되며 타사에서도 출시를 앞다퉈 한 것으로 보인다.
DB손해보험은 이달 초 '프로미라이프 참좋은훼밀리더블플러스종합보험', '프로미라이프 아이(I)러브(LOVE)플러스건강보험' 등을 개정하며 원발암 10종과 전이암 8종을 각각 보장하는 통합암 진단비를 탑재했다. 원발암 진단시 담보가 소멸되는 기존 보험과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KB손해보험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 출시한 'KB 9회주는암보험Plus'를 개정해 원발암만 해당하던 보장범위를 전이암까지 확대했다.
메리츠화재도 '또걸려도또받는암보험(또또암)'을 개정하며 원발암과 전이암의 구분을 없앤 30종 통합암 진단비를 선보였다. 원발암과 전이암 구분을 없앤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원발암으로 유발된 전이암이면 원발암과 전이암 각각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예를 들어 원발암으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고객이 난소로 전이돼 전이암 진단을 받았을 경우 자궁경부암 진단비와 난소전이암 진단비를 중복해서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현대해상은 판매 중인 '퍼펙트플러스종합보험'에서 원발암과 전이암 구분을 없애고 부위별로 나눠 보험료를 각각 준다. 특히 여성암을 여성생식기암, 자궁암, 난소암으로 더욱 세분화했다.
흥국화재는 배타적사용권이 만료되는 시점인 올해 4월에 맞춰 기존 상품보다 보장을 더 강화한 ‘흥Good 모두 담은 암보험 PLUS’를 출시했다. 신체 그룹을 더욱 세분화해 보장 횟수를 늘린데 이어 동일 그룹에서 원발암과 전이암에 대해 각각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을 탑재했다.
여기에 일부 암진단비 특약의 경우 연간 보장횟수를 무제한에서 5회 한도로 줄이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를 제시하며 경쟁사와 또 다른 차별화를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원발암만 보장했던 상품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숫자를 돋보이게 하는 일종의 눈속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종류와 상관없이 보장하는 상품은 보험금 지급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소비자에게 관심을 끌자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