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보이는 왜 이렇게 작아진 걸까?

이 영상을 보라.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리겠다면서 무려 광고에 탱크를 등장시킨 ‘탱크보이’ 광고다. 당시 라이징스타 정우성이 시원하게 상의를 벗은 채 활짝 웃는 광고를 보면 딱 봐도 한 손으로 다 못 잡을만큼 크기가 우람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모습은 이렇게 쭈쭈바 전체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수준으로 작아졌는데 탱크로 더위 날려버리겠다던 그 패기는 어디로 갔을까? 유튜브 댓글로 “아이스크림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지 진짜 작아지는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1997년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170㎖ 용량으로 이름값을 하던 탱크보이는2000년대 이후 140㎖, 120㎖에 이어 100㎖까지 급격하게 작아졌다가 지금은 다시 120㎖로 판매되고 있다.처음 출시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30%가 줄어든 셈이다.

탱크보이가 탱크베이비로 변신한 것처럼 다른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둘이서 넉넉하게 나눠 먹을 수 있었던 쌍쌍바는 혼자 먹기 아쉬울 정도로 작아졌고, 돼지바는 다이어트를 쫙 해서 이젠 돼지바라고 부르기가 민망해졌다. 아이스크림 회사 입장이 궁금해서 업계 관계자를 어렵게 컨택해 물어봤다.

아이스크림 업계 관계자
“쉽게 말씀드리면 약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죠. 가격은 그대로 두고 크기를 작게 해서 회사가 득을 보는 건데, 가격을 올리는 건 기업에서 대부분 보도자료를 내지만 용량을 줄이는 건 알리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들 모르게 속여서 파는 거라고 볼 수도 있죠”

가격을 올리긴 부담스러우니 용량을 줄여서 수익을 낸다는 건데 당장에 티가 나는 가격 인상보다는 소비자 눈에 잘 띄지 않을 걸로 예상해서 용량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는 것.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크기나 수량을 줄이는 걸 전문 용어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하는데 지금처럼 각종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수단으로 많이 쓴다고 한다.

정연승 서비스마케팅학회장‧단국대 교수
“(아이스크림은) 사람들이 그렇게 배부르게 많이 먹는 제품이 아니잖아요. 체감적으로 봤을 때는 아이스크림의 양이 좀 줄어들었다고 해서 상당히 뭔가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명목적으로, 눈에 드러나는 명목 가격에 좀 집착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업체들이 가격을 안올리는 것도 아니다. 이번달 들어 20% 안팎으로 줄줄이 가격인상이다.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1200원으로, 500원짜리는 600원 이런식인데100원 200원 이렇게 가격 슬금슬금 올리다가 아무도 모르게 용량 확 줄이는 경우가 그동안 반복됐던 거다.

기업들은 원료와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용량을 줄인 거라는 입장인데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아이스크림의 주원료인 탈지분유 가격은 지난 5년간 2배가량 올랐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코로나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이들의 과거 이력 때문.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4개 업체가 점유율 87%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 상태이고 이들 기업이 수년간 가격을 담합하다 걸려서 재판까지 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양심 없게 크기까지 계속 줄이는 건 확실히 선을 넘는 행동이다.

아이스크림 크기 가지고 장난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오랫동안 누적돼 폭발하기 직전인데 이걸 되돌릴 수 있는 건 결국 소비자들의 힘이다. 쌍쌍바는 2020년 12월 67㎖에서 75㎖로 증량됐는데 하도 작아졌다고 욕을 먹어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은 제조사가 대처에 나서면서 바뀐 거라고 한다. 매일 먹던 아이스크림이 너무 작아졌다 싶으면 매의 눈으로 확인하고 여기저기 알려보자.

정연승 서비스마케팅학회장‧단국대 교수
“소비자들이 굉장히 똑똑하잖아요. 가격에 비해서 가치가 자꾸 줄어들면 소비자의 불만이 증가하겠죠. 국가 간의 어떤 그런 경쟁력 비교 같은 것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잘 사 먹지 않으면 결국 볼륨이 줄어서 판매가 줄어서 그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또 재고해야 될 상황이 될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