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빌려주고 하루 4억 버는 남자
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지쿠'를 운영하는 윤종수입니다.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라고 이해하시면 되고요. 근거리 이동을 할 수 있는 모든 이동 수단에 대해서 제 서비스를 하려고 하고 있고요. '따릉이' 같은 서비스라고 이해하시면 되는데, 전기를 이용하고 있는 친환경적인 서비스입니다.
평일에는 보통 일어나서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자전거 타고 출근해요. 사무실이 강남역에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죠. 사실 저희 동네가 서비스 구역이 아니거든요. 근데 사용자들이 많이 타고 오시더라고요. 그러면 여기 있는 자전거를 우리 회사의 누군가가 다시 서비스 구역에 돌려놔야 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대씩 제가 직접 운동도 할 겸, 출근도 할 겸 타고 가는 거죠.
저희 서비스가 현재 거의 전국 다 커버를 하고 있고요. 그리고 미국 LA, 멤피스, 괌, 태국 치앙마이, 방콕, 푸켓, 그다음에 베트남 다낭 옆에 작은 후에란 도시까지 4개국에서도 운영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운영하는 이동수단의 개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긴 한데, 약 11만 대 정도 되고요. 해외에도 지금 약 6,000대 정도 될 것 같아요.
매출은 작년에 550억 그리고 올해는 총액 기준으로 한 900억 정도 지금 나오고 있고요. 그리고 하루 최고 매출은 4억 7,000만 원 정도까지 해봤습니다. 사업은 2017년 8월에 회사를 시작했고 7년 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했던 스타트업은 위치 기반으로 영상 공유하는 서비스였고요. 정말 잘 안 됐어요. 미국에서 살다 왔는데 거기서 벌어뒀던 돈도 다 썼었죠. 오뎅 사 먹을 돈도 없을 때까지, 지하철도 못 탈 때까지 돈을 다 쓰고 실패를 해봤고요. 그때 사실 굉장히 많이 배웠어요. 남들과 다른 게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좋은 게 좋은 거죠. 그래서 이런 것들을 두 번째 사업할 때 많이 녹여가지고 빠르게,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쿠 자전거랑 킥보드가 전국에 11만 대 있어요. 미국에도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LA가 사실 이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거의 발상지라고 할 만큼 시장이 굉장히 크고, 거기서부터 시작이 됐거든요. 이런 서비스를 외국에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우리나라에서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개인형 이동수단 'PM'이라고 많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공부 끝나고는 일했었어요. 파이낸스 쪽에 있었습니다. 미국 금융권에서 일하니까 급여도 많이 주고 퇴근도 오후 4시 반 정도에 하다 보니까 되게 시간도 많았어요. 사실 남자가 돈 많고 시간 많으면 무모한 짓 많이 하잖아요. 어느 날 다 때려치우고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최근 들어 자전거 인구 수요가 많이 늘어났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은 저한테는 좋은 부분이에요. 저희가 사실 이런 PM 인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 산업 생태계가 더 튼튼해지는 거니까 저희에게는 굉장히 좋은 신호이고요. 이런 자전거도로가 사실 정말 잘 되어 있으면 출퇴근하는 환경이 더 좋아져요. 대중교통 혼잡도도 많이 줄어들고 친환경 이동수단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첫 스타트업을 하고 돈을 다 썼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 지인이 이런 사업을 한번 해보자고 해서 중국을 가보기로 했어요. 그때 중국에서 이 사업을 굉장히 활발히 하고 있었거든요. 중국에 내리자마자 정말 알록달록한 색깔의 자전거가 신호에 맞춰서 물밀듯이 오는 거예요. 그걸 보고 '이거다' 싶었죠. 한 번 해볼 만할 것 같다고 해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같이 하자고 했던 형이 회사 대표로 있었고 저는 이제 CTO(Chief Technology Officer)라고 기술을 담당하는 최고 대장으로 있었어요.
처음에 자전거 사업이 잘 안 됐어요. 1년 매출이 800만 원, 하루 매출이 한 2만 원 정도였으니까 점심 밥값도 안 나오잖아요. 어느 날 그 형이 이제 회사 그만하자고 하셨는데, 저는 CTO니까 데이터를 매일 보잖아요. 숫자는 올라가고 있었고 저는 이 데이터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더 해보고 싶었어요. 이게 제 두 번째 스타트업인데 두 번 실패하기는 조금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맡아서 운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대표 역할을 맡아서 회사를 운영했죠.
근데 상황이 좋지는 않았죠. 직원들이 다 나가시더라고요. 회사 통장에 45만 원이 남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매출이 나니까 그거 보면서 버텼죠. 그 뒤로는 저 혼자 일했는데 다행히도 제가 개발자잖아요. 아침에 나가서 기기 배치를 하고 낮에 사무실 와서 프로그램을 짜고 저녁에 가서 제가 직접 기기 수거를 했어요.
그때 기기 하나당 한 17kg 정도 됐어요. 그래서 이걸 들고 아침, 저녁 계속 옮겼어요. 그랬더니 몸이 엄청 좋아지더라고요. 제 인생에 몸은 제일 좋았는데 사실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힘들었죠. 쉴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이렇게 해서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악으로, 깡으로 오로지 이 끝을 보고 싶다는 집념으로 하긴 했는데 사실은 힘들었죠.
회사 사무실 직원은 총 100명 정도 있고요. 전체 다 합치면 약 850명 정도 돼요. 국내, 해외, 계약직, 파트타임, 정규직까지 다 합쳐가지고요.
어떻게 보면 거의 망해가는 회사를 혼자 열심히 해서 살린 게 됐는데, 지금 스타트업을 시작하시려고 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정답은 아니지만 지내왔던 과정을 보면 VC(밴처 캐피털) 분들은 되게 냉정하더라고요. VC는 스타트업이 투자받는 곳인데, 스타트업은 숙명적으로 VC의 펀딩을 받아서 성장의 가속도를 빨리 높이고 경쟁에서 이겨나가는 싸움을 계속 끊임없이 해야 돼요.
어떤 얘기까지 들었냐면 거북목과 허리 디스크는 기본이고 결혼을 했거나 자식이 있으면 정말 힘들다고 해요. 정말 초기에는 갈아 넣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조금 그런데 남들과 똑같이 하면 사실 경쟁에서 절대 이길 수는 없고요. 그래서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 정말 힘든 싸움을 하셔야 되고 길고 긴 터널을 지나셔야 될 거예요. 그 터널을 뚫고 가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통, 얻었던 경험과 노하우, 지식들은 반드시 큰 밑거름이 될 거고요. 큰 동력이 될 거예요. 저도 그랬었으니 지금 겪고 있는 터널이 헛된 시간은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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