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봉도 주민 손길 닿으니… 관광 둘레길 ‘튼튼’

조경욱 2026. 3. 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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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신황정’ 연결 흙길
야자매트 설치·배수로 정비 등
옹진군에 ‘안내판 필요’ 건의도

인천 옹진군 승봉도 주민들이 섬 내 둘레길에 직접 구입한 야자매트를 설치하고 있다. /승봉도 관광발전협의회 제공

“주민들이 직접 정비한 둘레길에 옹진군이 작은 안내판 하나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하는 작은 섬 승봉도.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약 1시간 20분이 걸리는 이 섬에서 올해 초 주민들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목적은 촛대 모양으로 솟아오른 기암괴석인 ‘촛대바위’와 승봉도의 대표 전망 명소인 ‘신황정’으로 가는 둘레길의 정비다.

옹진군에서 지난 2017년 해안가를 따라 목재데크 산책로를 만들어 촛대바위와 신황정의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산책로로 진입하는 산속 둘레길은 여전히 ‘흙길’이다. 비가 온 후에는 땅이 진흙처럼 묽어져 관광객들의 불편이 컸고, “신발을 못 쓰게 됐다”는 민원도 들어왔다.

이에 주민 40여명이 모인 승봉도 관광발전협의회는 올해 초 옹진군에 둘레길 정비를 요청했다. 옹진군도 둘레길 정비에 호의적이었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인천 섬 지역은 당장 4월부터 관광객이 늘기 시작해 오는 5월이면 여객선 이용객이 정점을 찍는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행된 아이바다패스(여객선 요금 1천500원) 정책으로 올해 승봉도 방문객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행정절차를 거쳐 예산을 확보하고 둘레길을 정비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결국 주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40여명의 주민이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1천만원의 돈을 마련했다. 중장비를 빌려 흙길을 단단히 다지고, 빗물이 흐를 수 있도록 배수로를 팠다. 또 350m 길이의 야자매트를 주민들이 직접 구입해 흙길 위에 설치했다. 이 소식을 듣고 자월면에서도 야자매트 일부를 지원했다. 약 두 달 동안의 작업 끝에 지난 23일 둘레길 정비가 마무리됐다.

인천 옹진군 승봉도 주민들이 진흙탕이 된 둘레길을 중장비를 이용해 정비하고 있다. /승봉도 관광발전협의회 제공


박명섭 승봉도 관광발전협의회 회장은 “올해는 비가 와도 끄떡없는 둘레길이 마련됐으니 관광객분들이 편안히 방문해 승봉도의 절경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며 “빗물 배수로부터 흙길 다지기, 야자매트 설치 등 승봉도의 관광 발전을 위한 모든 과정을 주민 손으로 했다는 점이 의미가 깊다”고 했다.

박 회장은 옹진군을 향해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주민들이 직접 가꾼 둘레길을 관광객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길목에 작은 안내판을 설치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에 문경복 옹진군수는 “승봉도에서는 과거에도 주민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주민 스스로 수국꽃 1만송이를 심는 사업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섬에 대한 주민 애정이 깊은 곳”이라며 “주민들이 가꾼 둘레길이 잘 홍보될 수 있는 안내판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인천 옹진군 승봉도 관광 명소인 ‘촛대바위’와 ‘신황정’으로 가는 길에 주민들이 야자매트를 설치한 모습. /승봉도 관광발전협의회 제공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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