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의 작은 시장 안, 새벽 어스름 속 긴 줄의 끝엔 단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20년 넘게 한결같이 빚어온 ‘막걸리 술빵’ 한 봉지. EBS <한국기행>이 조명한 이 부부의 정성 가득한 찐빵 이야기는, 그저 간식 하나를 넘어 삶과 희망의 기록이었습니다.
구 청호시장
전남 목포 산정동,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도깨비시장으로도 불리는 ‘구 청호시장’ 한켠에 이른 시간부터 줄이 늘어섭니다. 목적은 단 하나, ‘막걸리 술빵’입니다.
이곳은 <한국기행>에서도 소개된 임상배·최은혜 부부의 찐빵집. 부부는 새벽 3시가 되면 조용히 가게 불을 밝히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2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이들의 손끝에서 술빵이 하나둘 탄생합니다.
옛날막걸리술빵
술빵은 전통 찐빵의 일종으로, 막걸리나 동동주를 이용해 발효한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이 집의 술빵은 조금 다릅니다. 부부는 영암에서 공수한 동동주를 고집하고, 물 대신 신선한 우유를 사용해 반죽합니다. 12시간 이상 저온에서 자연 발효를 거친 빵은 부드럽고 쫄깃하며, 특유의 구수한 향이 살아 있습니다.
게다가 착한 가격도 이곳의 매력입니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단골들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따뜻한 빵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부부의 철학은 오늘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삶을 빚는 빵
이 찐빵집의 시작은 아픔이었습니다. 임상배 씨는 과거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때 선택한 것이 술빵이었고, 아내 최은혜 씨와 함께 삶을 다시 세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정성스럽게 반죽을 빚고, 수많은 새벽을 견디며 지금의 빵집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술빵은 이제 전국 각지에서 ‘택배 주문’이 들어오는 인기 상품이 되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알려지며 전국 빵지순례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확장 이전 예정
2025년, 부부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더 넓은 공간으로 가게를 이전하고, 보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술빵을 만들 계획입니다. 하지만 정성 어린 반죽과 발효의 시간, 손님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목포 옛날막걸리술빵’은 단순한 빵집이 아닙니다. 삶을 다시 일으킨 두 사람의 희망이며, 매일 아침 따뜻한 향기로 시장을 채우는 명물입니다. 목포를 방문한다면, 혹은 택배로라도 이 특별한 술빵을 맛보며 부부의 이야기에 한 조각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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