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유리한 고지 선점한 MBK…가처분·국민연금 변수

최성준 2024. 10. 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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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
MBK-영풍, 공개매수로 5.3% 매입.. 총 38.47% 확보
최윤범회장 측 대항공개매수에 국민연금 참여 변수
가처분 결과도 지켜봐야…임시주총 가면 표 대결로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약 한 달간 진행한 공개매수 결과 5%에 달하는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다.

다만 여전히 과반 지분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최종 결전은 주주총회 표 대결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국민연금의 행보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현 지분구조. 이 상황에서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로 5.34%를 추가 매입, 총 38.47%를 확보하게 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 110만5163주(발행주식총수의 약 5.34%)의 신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영풍과 장형진 고문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31.3%에 공개매수 참여 물량을 더하면 38.47%를 확보, 고려아연의 확실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같은 날 동시에 공개매수를 마친 영풍정밀에서는 신청 물량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풍정밀 주가는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격(3만원) 위에서 거래되면서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23일까지 진행하는 대항 공개매수(주당가격 3만5000원, 최대수량 35%) 조건이 한층 유리했다는 점이 실패의 배경이다.

다만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을 고려하면,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75%가 없어도 일단 고려아연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회장 측은 현재 우호지분 포함 34.01% 지분을 보유 중이다. 23일까지 진행하는 대항공개매수(주당가격 89만원, 최대 수량 20%)를 예정대로 성공해도 늘어나는 의결권은 베인캐피탈이 사들일 물량(최대 2.5%)으로 제한된다. 고려아연이 사들이는 주식은 자사주여서 의결권이 없다. 따라서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은 최대 36.51% 수준에 그치며 MBK-영풍 연합(38.47%)에 못 미친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긴 하지만 MBK-영풍 측도 여전히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는 못한 만큼 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의 결과는 1차적으로는 고려아연의 대항공개매수 결과, 최종적으로는 향후 주총 표대결에 달렸다.

만약 국민연금(7.83%) 및 일반주주 상당수가 최윤범 회장측의 대항공개매수에 응하더라도 당장 최 회장 측의 의결권 상승에는 도움되지 않는다. 베인캐피탈이 사들이는 물량을 제외하곤 모두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로 묶인다. 이는 최 회장 측이 접근 가능한 잠재 우호지분을 줄이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최 회장 측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현재 지분율을 유지한 가운데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느 쪽도 과반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황에서 향후 주총 표대결시 결정적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이 최윤범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결과도 변수다. MBK측은 공개매수 종료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대규모 차입을 활용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공개매수를 중지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처분 심문 기일은 18일 열리며, 고려아연의 대항공개매수 종료(23일)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MBK는 가처분 결과 등을 지켜본 후 조만간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를 통해 고려아연 이사진 과반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현 이사회는 13명(장형진 영풍 고문 제외 12명은 최윤범 회장 측)인데 이사수 상한 제한이 없다. MBK-영풍 연합이 임시주총을 통해 12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하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이로써 지난달 추석연휴 직전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먼저 공개매수를 끝낸 MBK-영풍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가운데 앞으로 남은 몇가지 변수를 지켜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마친 후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지배를 공고히 하고 투명한 기업 거버넌스 확립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상대가 제시한 목표치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 추후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주주들의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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