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남북 대표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군사분계선 긴장이 외교 무대로 고스란히 옮겨간 모습이다.
최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엔 외교무대에서도 양측의 설전이 격화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등을 둘러싸고 충돌한 데 이어, 이번에는 북한이 한국의 대북 억제 태세를 겨냥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국은 예정에 없던 반박권을 행사하며 대응했다. 현장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위원회) 제20차 회의였다.

"핵보유국을 상대로 무슨 대응 조치인가"
주유엔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북한은 한국과 그 어떤 일도 할 의도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한국은 매년 미국과 함께 북한을 겨냥한 핵전쟁 연습을 벌이면서 북한에 대한 대응 조치를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며 "핵무기 보유국을 상대로 무슨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8월 연합훈련은 핵전쟁 예행연습"
북한 측 대표는 지난 8월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훈련이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절차와 방식을 숙달하기 위한 "노골적인 핵전쟁 예행연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발적인 쪽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라며 "한국은 우리를 자극하기보다는 자국의 안보를 보장할 방법과 수단을 찾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돌리는 기존 논리를 되풀이한 셈이다.

"발언 계획이 없었지만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앞서 한국 측 대표는 한미 연합방위 및 억제 태세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방어 조치라고 강조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북한 발언 이후 한국 대표는 "우리 대표단은 오늘 발언할 계획이 없었지만 북한 대표단의 반복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해 반박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군축위원회에서 반박권이 연달아 행사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MDL의 긴장과 유엔의 설전은 같은 흐름의 두 장면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화법을 고수하는 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군축 논의의 장이 체제 공방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남는다. (사진 출처=다음뉴스 기사 사진·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