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팔릴 기미 없는 미분양 아파트, 결국 벌인 일
전국 미분양 아파트, 3년 만에 5배로
전국 미분양 주택이 1년 만에 다시 7만 가구를 넘어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9개월 연속 증가하며 1만3000가구에 육박했다.
국토교통부는 31일 4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7만1997가구로 한 달 전보다 10.8%(7033가구) 늘었다고 밝혔다. ‘패닉 바잉’ 열풍으로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오른 2021년 4월(1만5798가구)과 비교하면 4.6배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월 기준 미분양이 7만 가구를 넘긴 것은 작년 1~4월을 포함해 5번뿐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을 확대하면서 5만 가구대로 줄었다가 작년 연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의 미분양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경기도 미분양은 9459가구로 한 달 만에 1119가구(13.4%) 늘었고, 인천은 2669가구에서 4260가구로 59.6%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도 지난달 1만2968가구로 전월 대비 6.3%(774가구) 늘었다.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주인 없이 빈 아파트가 많다는 뜻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전체의 80%(5만7342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2968가구로 전월보다 6.3%(744가구) 늘었다. 악성 미분양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다. 경남(1684가구), 대구(1584가구), 전남(1302가구), 경기(1268가구) 등에서 물량이 많았다.
최근 미분양이 다시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 고분양가, 고금리에 따른 청약 수요 감소가 꼽힌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직방’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8일까지 전국에서 청약을 접수한 99개 아파트 단지 중 52곳이 1순위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각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고자 각종 이벤트와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내놓고 있다. 작년 8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는 분양률이 20%를 밑돌면서 잔여 물량이 결국 공매로 넘어갔다. 남은 물량은 분양가보다 3억~4억원 낮은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울산 남구 삼산동 ‘더폴 울산신정’ 모델하우스에서는 문화행사인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소프라노 한송이와 테너 김용호가 오페라를 부르고, 인디밴드 ‘버닝소다’가 공연을 했다. 이 단지는 3월 분양했으나, 미분양이 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음악회까지 연 것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과 고금리 장기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미분양 아파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면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혜택을 주고,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재도입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의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