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수십 미터 아래로 추락... 집중호우가 불러올 싱크홀 대참사

집중 호우 시 지하 수위 변화로 급증하는 도심형 싱크홀 사고

어제까지 안전하게 다니던 출근길이 오늘 아침 갑자기 낭떠러지로 변할 수 있다.

도심 곳곳에서 예고 없이 발생하는 싱크홀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온다.

흔히 싱크홀을 자연적인 지반 침하로 생각하기 쉽지만 도심에서 발생하는 땅 꺼짐 현상의 80퍼센트 이상은 명백한 인재다.

가장 큰 원인은 땅속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노후화된 상하수도관에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설치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하수관의 비율은 전국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낡은 배관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새어 나오면 그 물이 주변의 흙을 조금씩 씻어내며 흘러가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흙이 쓸려 내려가면 땅속에는 거대한 빈 공간인 공동(Cavity)이 형성된다.

문제는 지표면을 덮고 있는 단단한 아스팔트가 이 빈 공간을 가리고 있어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치 얇은 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속이 텅 빈 도로 위를 수많은 차량과 보행자가 지나다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무거운 트럭이 지나가거나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지는 순간 아스팔트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이때 발생하는 구멍은 깊이가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에 달해 추락 시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여름철 집중 호우는 지하 수위를 급격히 변화시키고 토사 유실을 가속화하여 싱크홀 발생 위험을 최고조로 높인다.

지자체에서는 지표 투과 레이더(GPR) 장비를 이용해 지하 공간을 탐사하고 있지만 방대한 도로망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평평해 보이는 도로 위에도 언제든 열릴 준비가 된 지옥문이 도사리고 있다.

싱크홀은 운이 나빠서 겪는 사고가 아니라 낡은 도시가 보내는 붕괴의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