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럽 최대 분리막 생산기지로 커가는 SKIET 폴란드 공장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3. 6. 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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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공장 완공시 15.4억㎡ 생산
2025년 유럽 수요 30% 대응
폴란드공장 북미진출 교두보로
가격경쟁력·고객사 다변화 목표
“광산업 지역, 전기차 산업 상징 돼”
SKIET 폴란드 공장에서 직원이 분리막 완제품 품질 육안검사를 하고 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부로 약 300km 떨어진 실롱스크주 돔브로바고르니차.

지난 12일(현지시간) 방문한 인구 12만명의 작은 도시에선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기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분리막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공장에 들어서자 축구장 약 80배 크기에 달하는 57만㎡(약 17만평)의 부지가 눈 앞에 펼쳐졌다. 유럽 최대 분리막 생산 기지를 구축하겠다는 SKIET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SKIET 폴란드 법인 1·2공장 전경 사진.
현재 운영 중인 1공장 내부에 들어가 생산라인 1층을 둘러봤다. 생산설비는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으로 움직여 직원들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천장에 있는 레일을 따라 이송하는 물류 자동화 장비인 ‘OHT(Over Head Transport)’ 30여대가 바쁘게 움직이며 생산된 분리막을 창고로 옮기고 있었다. 완성된 분리막을 포장하는 작업에도 자동화 공정이 적용됐다. 직원들은 공정이 진행되는 중 화상 카메라로 제품에 결함이 없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SKIET 폴란드 공장에서 직원이 분리막 완제품 품질 육안검사를 하고 있다.
이날 만져본 분리막은 기름종이처럼 얇고 나풀거렸다. 비닐처럼 생겨 언뜻 보기에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분리막은 기술 장벽이 높은 제품이다.

분리막은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고 수십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기공으로 리튬 이온을 통과시켜 전지의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배터리의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분리막의 내구성이 높을수록 화재로부터 안전하고 배터리 수명이 늘어난다. 또 분리막이 얇을수록 양극재 투입량을 늘려 높은 성능의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다.

SKIET 폴란드 공장에서 직원이 CCS 반제품 슬리팅(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분리막 생산은 원단을 제작하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라믹 코팅 기술(CCS)을 적용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원단을 제작할 때는 폴리에틸렌(PE) 분말과 기름 등의 원료를 혼합해 반죽하는 ‘압출’부터, 용매를 이용해 기름 성분을 분리하는 ‘추출’, 열을 가해 분리막의 변형을 예방하는 ‘열고정’, 원단을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마는 ‘와인딩’ 공정 등 총 6가지 단계를 거쳤다.

이 가운데 ‘축차연신’ 공정은 가로·세로 방향을 순차적으로 늘리는 기술로 SKIET가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이를 이용하면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분리막 맞춤 생산이 가능하다.

원단 제작 후에는 CCS 공정이 진행됐다. CCS는 미세한 세라믹층을 분리막 위에 도포해 분리막의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기공이 막히거나 출력이 저하되는 단점을 줄인다. 이를 통해 대용량 배터리의 발열로 인해 분리막이 변형되거나 수축하는 현상을 방지해서 안전성과 내열성을 높일 수 있다.

건설중인 SKIET 폴란드법인 3·4공장 전경.
지난 2021년 완공된 1공장의 분리막 연간 생산능력은 3억4000만㎡ 로 유럽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SKIET는 현재 시험 운전 중인 2공장을 포함해 오는 2024년까지 3·4공장을 완공해 가동할 계획이다. 1~4공장이 모두 갖춰질 경우 연산 15억4000만㎡ 규모의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중형 전기차 약 205만대에 쓰이는 배터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며, 2025년 유럽의 분리막 수요의 30%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다.

SKIET는 폴란드법인을 북미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을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2029년부터 분리막 100%를 북미에서 생산 또는 조립해야 한다. 북미 지역에 공장 신설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양산까지 3~4년이 소요돼 폴란드 법인이 미국 시장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박병철 SKIET 폴란드법인장.
박병철 SKIET 폴란드법인장은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단위당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산·포장·이동에 이르는 공정 자동화를 지속 추진 중이며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진단,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IET는 분리막 전체 제품의 80~90%가량을 SK온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법인장은 “생산량의 50% 이상을 SK온이 아닌 다른 업체에 공급해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폴란드 공장 가동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영향이 있었지만, 현재 약 70%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라며 “가동률 향상으로 고객사 납품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테우쉬 리카와 카토비체 경제특구 부대표(왼쪽)과 마르친 바질락 돔브로바고르니차 시장.
한편, SKIET 폴란드법인이 위치한 실롱스크주 돔브로바고르니차시는 과거 광산업 위주에서 전기차 산업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다.

마르친 바질락 돔브로바고르니차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실롱스크주 경제가 철강·탄광 산업에서 첨단기술인 전기차 부품, 배터리 제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SK 덕분에 전기차 배터리 중심의 친환경 경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테우쉬 리카와 카토비체 경제특구 부대표는 “최근 유럽인에게 실롱스크주는 ‘오토모티브’로 유명해졌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정부는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14개의 경제특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실롱스크주는 카토비체 경제특구 관할 지역이다.

리카와 부대표는 “암스트롱이 처음으로 달에 미국 국기를 꽂은 것처럼 SK가 돔브로바고르니차시에 진출한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 지역이 한국 대기업이 투자할 만큼 좋은 곳이라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질락 시장은 SKIET의 진출로 폴란드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SK는 폴란드에 한국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파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과 지역 주민과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SKIET가 지역의 유명 행사인 ‘미하우 스피삭 국제 음악 콩쿠르’를 후원하고, 시립도서관에 한국 관련 서적을 기부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바질락 시장은 “한국 기업에 대한 호평이 크다”며 “한국에 진출한 폴란드 기업들도 이와 같은 식으로 운영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박병철 SKIET 폴란드 법인장(왼쪽)이 실롱스크주 돔브로바고르니차시 시립도서관에서 한국 관련 서적 120권 기부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질락 시장은 “폴란드는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와 가까워 수송이 원활하다는 지리적 장점 뿐 아니라 인건비가 저렴한 숙련된 작업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정부는 경제특구에서 투자금액의 25~50%에 대해 파격적인 법인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그 중 카토비체 경제특구는 자동차 산업이 발달해 5년 연속 유럽 내 최고의 경제특구로 선정되는 등 투자 유치가 활발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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