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토종 식물을 없애? 환삼덩굴 제거의 황당한 사연!

[조민제의 식물 이름 이야기]

환삼덩굴의 수꽃그루(왼쪽)와 암꽃그루(오른쪽).

환삼덩굴은?

환삼덩굴<Humulus scandens (Lour.) Merr.>은 삼과 환삼덩굴속의 한해살이 덩굴성 식물이다. 초봄에 돋아난 새싹은 덩굴로 2~4m가량 자라고 잎은 마주나며 5~7개로 갈라져 삼잎처럼 보인다. 줄기와 잎자루에 밑을 향한 거센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있다. 7~8월에 개화한다. 암꽃과 수꽃이 다른 그루에서 꽃을 피우는 암수딴그루이다.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암꽃에 닿아 수정을 한다. 전국의 마을 빈터, 하천변과 개울가, 쓰레기터 그리고 황무지 등에서 번성한다. 영양분이 과잉 공급된 토지와 습기가 공급되는 지역을 선호한다.

자생종으로서 환삼덩굴과 이름의 유래

조선 세종 때인 1433년에 편찬된『향약집성방』에서 이름이 처음 발견된다. 잎과 줄기를 '葎草'(율초)라고 하여 학질 등을 치료하기 위한 약재로 사용했는데 그때 우리말 이름(향명)이 '汗三'(한삼)이었다. 한글 창제 이전이었므로 '汗三'(한삼)은 이두식 차자 표기이고, 이후 『사성통해』(1517), 『훈몽자회』(1527) 및 『동의보감』(1613) 등에서 한글로 '한삼'과 그 비슷한 표기가 확인된다.

이때 '한'은 많다 또는 흔하다는 뜻의 표현이므로 한삼덩굴은 잎이 삼(麻)을 닮았고 주위에 흔하고 많이 분포하는 덩굴성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일제강점기까지 문헌상 표현은 '한삼' 또는 '한삼덩굴'이었으나, 해방된 이후인 1948년에 발간된 『조선식물명집』에서 '환삼덩굴'로 기록된 이후로 지금까지 이 이름이 추천명과 표준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미 '환삼덩굴'이라는 표현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어원에 맞게 돌아가는 것이 마냥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최근에 인터넷에서는 환삼덩굴에 대해, 중국 또는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식물 운운하는 글들이 종종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이미 15세기에 주위에 흔했던 것으로 기록된 식물이었다. '한삼덩굴'이라는 이름이 그것을 알려준다. 17세기에 편찬된 『동의보감』에는 '葎草 한삼'이라는 표제 아래에 "處處有之 蔓生"(처처유지 만생: 곳곳에 있고 덩굴로 자란다)고 기록했다. 조선 곳곳에 흔하게 있었던 자생식물이었다. 세계의 저명한 식물학 관련 단체인 Kew Royal Botanic Gardens에서도 환삼덩굴은 북미와 유럽에서는 침입식물(invasive plants)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는 자생식물(native plants)로 보고 있다.

환경부가 생태계교란 식물 지정과 그 이유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률이 있다. 이 법률은 환경부로 하여금 외래식물 등이 유입되어 국내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경우 위해성 평가를 거쳐 생태계교란 식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에 의해 생태계교란 식물로 지정되는 경우 효과 중의 하나는 제거 활동에 세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해당 법률 제15조 등).

환경부는 지난 2019년에 환삼덩굴을 생태계교란 식물로 지정했다. 1998년에 3종의 식물을 지정한 이래 2024년 연말 기준으로 18 분류군의 식물을 생태계교란 식물로 지정했는데, 외래식물이 아닌 자생식물로 이름을 올린 것은 환삼덩굴이 유일하다.

위해성 평가와 지정이유에 대한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균형을 이루며 살아왔던 환삼덩굴이 왜 생태계교란 식물이 되었는지 정확한 내막을 알기 어렵다. 다만 당시 신문보도에 따르면, ①"빠르게 생장하며 주변 생물들을 뒤덮어 타 생물종의 성장을 억제하고 단일 신생군락을 형성하는 등 국내 생물다양성을 저해한다"와 ② “다량의 꽃가루를 날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등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쳐 꽃이 피기 전에 신속한 제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으로 소개되어 있으므로 이것이 지정 사유라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지정 사유와 관련된 이유 ①은 환삼덩굴이 줄기를 뻗어 전체를 뒤덮게 되면 햇빛을 차단시켜 단위면적 내에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일정한 면적내에서 이른 봄과 여름에 분포하는 식물의 종을 비교하면 환삼덩굴이 줄기를 무성하게 뻗고 햇빛을 차단시킬 때 식물종 수가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오영주 외, 「한국 중부지방의 환삼덩굴 군락구조와 서식지특성」(한국환경농학학회지, 2008년)라는 논문은 중부지방에서 1년 동안 환삼덩굴 군락이 있는 서식지에 대해 관찰한 결과 유사한 결론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해 동안의 관찰로는 환삼덩굴이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한다는 결론이 도출할 수는 없다. 비록 한해에 우점적 지위를 누렸다고 하더라도 토질 등 다른 환경이 바뀌면 그 다음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 논문에서 환삼덩굴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제한된다고 열거된 식물이 쑥, 망초, 개망초, 흰명아주, 며느리배꼽, 쇠별꽃, 갈퀴덩굴, 고마리, 쇠뜨기 등이다. 모두 한반도에서 엄청난 번식력과 생명력을 가진 식물들이다. 환삼덩굴 때문에 이들 식물이 교란된다고 한다면 뉘라서 이를 신뢰하겠는가?

지정 사유 ②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문제는 사람에 대한 유해성과 관련이 있을 뿐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이유로 한다면 사람에게 해로우면 모두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이 되는 황당한 결과를 낳게 된다. 위와 같은 점으로 인하여 자생종인 환삼덩굴을 생태계교란 식물로 지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겨나는 상황이 되고 있다.

환삼덩굴의 이른 봄 새싹의 모습

환삼덩굴을 생태계교란 식물로 지정한 실제 이유?

환경부의 누리집을 검색하다 보면, 환삼덩굴을 생태계교란 식물로 지정한 이유가 어쩌면 알려진 것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겨난다.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환경 관련 단체들이 환삼덩굴을 제거하기 위해 행사를 벌이거나 용역을 의뢰할 때 대부분 가시박을 함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참고로 가시박(Sicyos angulatus L.)은 북미 원산의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이다. 오이 등 채소의 접붙이용으로 1980년대에 도입되었다가 하천 등을 따라 서식지를 넓히고 있는 식물이다. 넓은 잎을 가졌고 쉽게 5m이상의 덩굴을 뻗어 자라기 때문에 키가 큰 나무들도 쉽게 고사시킨다. 2009년에 생태계교란 식물로 지정되었다.

가시박은 외래식물로 실질적인 생태계교란 식물인데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하천의 비탈진 곳 등에서 매우 높고 길게 자라기 때문에 제거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환삼덩굴은 사람의 접근이 용이하고 보다 작게 자라기 때문에 제거에 외형적 성과를 내기 쉽다. 이 때문에 환삼덩굴을 뒤늦게 은근슬쩍 편입한 것은 아닐까?

예컨대 2023년 12월1일에 배포된 대구지방환경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본지류에서 그해 5월에 생태계교란 식물의 제거사업을 민간에게 위탁하여 수행한 결과 전체 6,063㎏ 제거식물 중 가시박은 2,460㎏인데 반해 환삼덩굴은 3,053㎏에 달하는 사례를 보면 이러한 의심과 우려는 현실이 된다.

환삼덩굴과 공생을 위하여

환삼덩굴은 줄기에 가시가 있고 습하고 불결한 지역에 자라는데다가 꽃가루마저 앨러지를 유발한다. 사람들로부터 결코 환영받는 식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어 온 식물이다. 사람들이 가꾸다 버린 묵밭은 영양이 과잉 공급되어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환삼덩굴처럼 부영양화에 적응하는 식물이 번성한다. 그러나 몇 해를 지나 사람이 뿌린 영양분이 사라지면 환삼덩굴도 같이 사라지고 자연 상태에 맞는 식물로 천이가 발생한다.

환삼덩굴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자라는 지역은 토지의 부영양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환삼덩굴을 제거한다고 하여 다른 식물이 쉬이 살지는 못하고, 왕성한 번식력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가게 한다. 환삼덩굴은 불결한 쓰레기터에 자라면서 그곳을 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게 살면서 오래동안 우리와 함께 해 온 식물이다.

환삼덩굴의 생태계교란 식물 지정에 타당성이 있는지 재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다. 합리적 이유없이 이를 계속 유지한다면 환경을 핑계삼아 유관 단체들이 벌이는 적나라한 세금 낭비의 현장이라는 비난이 어울릴지도 모를 일이다.


※ 조민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한 후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취미로 야생 식물 탐사와 옛 식물에 대한 기록을 연구하고 있다. 논문으로 ‘조선식물향명집 사정요지를 통해 본 식물명의 유래’와 책으로 ‘한국 식물이름의 유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