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주식, 언제 팔아야 돼요?”…전 하이닉스 연구원에게 물었습니다 [김유신의 딥 머니 토크]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6. 2. 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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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국의 미래’ 정인성 작가 인터뷰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초기 단계
삼성·하이닉스 제품 ‘대체 가능성’ 유의
반도체 산업은 승자독식 구조 불가피
퍼스트무버 삼성전자 위대한 기업
중국 HBM 기술력 확보 쉽지 않을 것
정인성 작가가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 <김유신 기자>
요즘 ‘국장’ 투자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산 자와 사지 못한 자. 작년 11월 이들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면 불과 3개월 만에 70%가 넘는 수익률(2월 9일 기준)을 거뒀을 터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 기업이 단기 급등하며 지수 전체를 견인하는 모습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런 폭등의 배경엔 AI 광풍과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절묘한 결합이 있다. 전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증설로 메모리 수요가 폭발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제품 가격이 치솟았다. 반도체 두 공룡이 연일 ‘어닝 서프라이즈’를 갈아치우는 이유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한곳으로 쏠린다. 과연 이 뜨거운 사이클의 끝은 어디인가. 일각에서는 AI라는 전대미문의 변수로 인해 과거의 변동성 심했던 반도체 사이클이 아예 소멸한 것 아니냐는 낙관론까지 고개를 든다.

하지만 환희가 정점에 달했을 때가 가장 위태로운 법이다. 축제의 환호 속에 가려진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무엇일까. 김유신의 ‘딥 머니 토크’는 SK하이닉스 연구원 출신으로 반도체 산업의 이면을 날카롭게 해부해 온 ‘반도체 제국의 미래’ 저자 정인성 작가를 만나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그의 혜안을 청취해봤다.

물리학도가 반도체 기업 입사한 이유
Q.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하이닉스에 입사했다. 계기가 무엇인가.

A. ‎원래는 증권사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지원했던 증권사는 떨어졌고, 보험 성격으로 지원했던 하이닉스에 합격했다. 학교 다닐 때 기부 목록에 항상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있었다. 한국의 세계 1위 산업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원했고, 입사가 결정됐다.

Q.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물리학 전공자의 커리어 경로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A. 물리학에서는 한 가지를 증명하기 위해 논리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건 이 논리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라학이 재밌는 건 가장 기초적인 사실만으로도 이런 논리를 통해 놀라운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물리학의 법칙이 적용되는 모든 분야에 물리학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있다. 금융업도, 반도체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Q. 하이닉스에 입사했을 당시는 지금과 같은 위상은 아니었을 것 같다.

A. 입사 당시는 2012년이었다. 주식 투자를 오래 해온 사람들에게 하이닉스는 ‘빌런’ 그 자체였다. 감자(적자 보전을 위해 자본금 규모를 줄이는 것)를 계속해 1990년대 고점에 주식을 산 사람 입장에서는 평가액이 20분의1 토막이 나 있던 회사였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이 회사가 기술 면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했다.

Q. 하이닉스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A. 낸드 플래시 솔루션 분야에서 일했다. 낸드 플래시를 컨트롤하는 반도체(컨트롤러)를 시뮬레이터로 검증하는 일이었다. 컨트롤러는 내부에 작은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데, 이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는 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 일을 맡았다. 반도체 내부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하니 하드웨어(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두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반도체 산업 5대 변곡점
반도체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Q. 저서 ‘반도체 제국의 미래’에서는 반도체 역사를 두루 짚었다. 산업이 크게 변한 변곡점을 꼽는다면.

A. 크게 5가지를 꼽고 싶다. 먼저 인텔의 설립이다. 인텔 전까지는 지금처럼 반도체의 ‘집중된 제조’ 개념이 없었다. 인텔 이전은 ‘반도체 제조 외주의 시대’였다면, 인텔 이후는 CPU 시장의 확장으로 ‘집중된 제조’의 시대가 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공장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둘째는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진출이다.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진출한 시점은 인텔이 CPU를 대량 생산해 CPU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하지만 CPU만으로는 컴퓨터를 구동할 수 없다. 메모리인 D램 역시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진출 시점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당시 D램 시장은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삼성전자는 원가를 절감해 대량 생산으로 나아갔다.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Q. 그밖에는 어떤 변곡점이 있었나.

A. 셋째는 도시바가 낸드 플래시를 개발한 뒤 다양한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 시기에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에 본격 진입하며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네 번째는 1986년 역전파(Backpropagation) 이론이 나온 것이다. 신경망 학습의 핵심이 되는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이 결국엔 오늘날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으로서 엔비디아가 존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마지막은 아이폰의 등장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등 사업은 아이폰의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엔비디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기술경쟁력 유효기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 = 연합뉴스]
Q. 인공지능 학습 분야에 있어서 엔비디아 칩이 지닌 독점적 지위는 막강하다. 이런 엔비디아의 독주가 계속될 거라고 보나.

A. 독주를 잘 정의해야 한다. 시장의 주도 사업자라는 의미라면 엔비디아는 꽤 오래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도 결국 반도체 칩 설계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모든 인공지능 분야에 엔비디아 칩이 만능이라는 보장은 없다. 엔비디아 제품이 비용이나 전력을 만족하지 못하는 시장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구글은 대화도 가능하고, 업무 지시를 따르는 로봇을 개발한 적이 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그런 기능을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GPU 숫자가 너무 많았다.

GPU의 범용성을 포기하면 특정 분야에 한해서는 비용과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런 곳에 엔비디아 외 다른 기업에게도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본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기회를 뜻하는건가.

A. 반도체 스타트업 중 사업 모델이 뚜렷한 소프트웨어 회사와 협업하는 회사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엔비디아의 시장 장악력은 CUDA라고 부르는 거대한 인공지능 개발 생태계에서 나온다. CUDA 기반의 제품이 가격이나 전력 등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를 노려야 한다. 반도체 회사는 혼자서 소프트웨어 부분을 만들 수 없으니 전성비 높은 반도체를 개발하되, 이 반도체를 써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Q.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 상승세가 무섭다. 이렇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주목받을 걸 예상했나.

A. 과거에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전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였다. 때문에 두 회사가 마음을 먹으면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기업 하나는 쉽게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영향력은 상당했다. 이런 관점에서 언젠가는 주가가 적정 평가를 받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다만 ChatGPT와 같은 LLM 모델이 기존의 반도체 기술로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은 예견하지 못했다.

Q. 최근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워낙 강해 전통적으로 언급되던 사이클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A. 삼성전자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른 게 약 3개월 가량밖에 되지 않은 것 같다. 실적으로만 봐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와서야 메모리 반도체의 폭발적 수요가 반영되고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메모리 반도체의 사이클이 이제 사라졌다고 말하는 건 시기상조로 보인다. 중요한 건 메모리 반도체가 소모품이 가깝다는 점이다.

Q. 메모리 반도체가 소모품이란 건 어떤 의미인가.

A.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쓰이는 GPU엔 HBM 메모리 칩이 탑재된다. HBM 칩은 삼성전자에서 하이닉스로 교체가 가능하다. 호환성과 신뢰성 등에 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체 가능하다.

반면 엔비디아 GPU 칩을 AMD 칩으로 바꾸는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대체가 되지 않는다. 엔비디아 GPU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는 AMD GPU에서 구동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대체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차이가 바로 메모리 사이클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물량이 많이 남고, 공격적인 가격 경쟁을 통해 재고를 줄이려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된다. GPU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대체가 안 되니 두 회사가 가격 경쟁을 펼칠 여지도 크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메모리 반도체의 사이클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아마도 메모리 구매자가 ‘특정 회사에서 만든 맞춤형 메모리가 없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수준의 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이상 이런 사이클은 늘 존재할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웨이퍼. [출처=삼성전자]
Q. 반도체와 인공지능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다. LLM 모델도 결국은 승자가 일부 기업으로 좁혀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어떻게 보나.

A. 인공지능 산업은 두뇌에 해당하는 부분을 학습시키는 것이 어렵다. 오픈AI와 구글처럼 뇌를 학습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얘기다. 전 세계 인터넷의 데이터를 끌어와야 하고, 1만개 이상의 GPU가 필요하다. 학습된 두뇌를 가져다 쓰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A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갔던 여행지와 호텔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여행지를 선정하는 작업을 인공지능을 통해 한다고 가정해보자. 흔히 말하는 AI 에이전트인데, 이 에이전트는 다른 회사가 학습한 두뇌를 가져다 사용하면 만들 수 있다.

두뇌를 학습시키는 기업은 몇 군데 남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 회사는 타사의 두뇌를 도입해 사용할 것이다. 결국 데이터가 핵심이다. 검색 엔진을 갖고 있는 구글, B2B쪽 데이터가 다량으로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정도가 승자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물론, 이 두 회사 이외에도 강력한 데이터 장벽을 가진 몇몇 기업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직접 학습시킬 것이다. 이런 인공지능은 일반인이 구독할 수 없고, 특정 분야에서 우리 모르게 활용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인터넷 상으로 절대 구할 수 없는 데이터를 확보한, 보안 장벽이 있는 제조업체들이 오히려 인공지능을 결합시켜 성장 기회를 찾아낼 것 같다.

Q. 최근 피지컬AI 기대감에 따른 현대자동차의 부상이나, 테슬라의 자율주행 데이터같은 사례를 의미하는건가.

A. 데이터 장벽의 예 중 하나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오랫동안 구축해왔다. 이는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단시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반도체는 어느 회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학습을 위한 주행 데이터를 보유한 건 테슬라 뿐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을 먼저 상업화함으로써 데이터를 더 많이, 더 빨리 쌓고 있다.

Q. 저서 ‘반도체 제국의 미래’에서는 하이닉스에 대한 얘기보다는 삼성전자에 대한 얘기가 많다.

A. 퍼스트 무버로서 반도체와 IT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 20년 전 이건희 선대 회장이 삼성 사장단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회사 성장의 새로운 축을 역설한 것이 오늘날 삼성전자의 먹거리가 됐다. 놀라운 선견지명으로밖에 볼 수 없다.

Q. 그런데 HBM 기술력만 놓고 보면 하이닉스가 더 우위에 있다. 이런 격차가 계속될 거라고 보나.

A. HBM의 기술력 격차가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던 건 아니다.

반도체 제조의 난이도는 계속 높아져오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며 하나의 칩에 여러 트랜지스터를 더 밀집시키는 ‘밀도 높이기’와 ‘칩당 성능 높이기’는 더 발전이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다. 그러면서 여러 파생상품을 만드는 실험이 이어졌다. 이 실험의 결과물 중 하나가 HBM이다.

칩 하나로는 속도가 안 나오니 칩 4개를 쌓고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여러 개 칩을 한 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느냐는 아이디어이다. 이렇게 하면 제품 1개의 용량과 속도가 모두 올라간다.

칩 한개의 용량을 높이는 것이 아니고, 완성된 칩 여러개를 쌓으니 당연히 HBM은 용량당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두 회사는 HBM을 계속 개발했고, 특정 시점엔 거의 시장 전체를 삼성전자가 장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는 HBM 개발을 축소했다.

나름 이해는 간다.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HBM은 임시 처방에 가까운 제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을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투입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임시 처방에 가까운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해 버린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이런 식으로 기존 기술의 뒷심이 엄청난 경우가 많다. 회사에 입사했던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D램의 시대는 끝났다고 ‘NM(New Memory)’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13년이 지난 지금도 D램은 여전히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두 기업의 기술 수준은 엎치락 뒤치락 할 것이다. HBM은 훌륭하긴 하지만 결국 D램의 파생 제품일 뿐이다. 두 회사는 지금도 전세계 D램 개발의 최전선을 책임지는 쌍두마차이기 때문이다.

정인성 작가의 AI 투자 인사이트
Q. 작년부터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 열풍이 상당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뭐라고 보나.

A. ‘인간의 모든 영역을 로봇이 대체할 것’이란 생각이 근거 없이 만연해질 때는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인공지능도 가성비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서는 매우 가성비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가성비가 매우 낮다. 예를 들면, 계산대에서 단순히 바코드만 찍는 일을 로봇이 한다고 해 보자. 이 로봇은 고객이 물건을 들고 계산대에 오면, 물건을 하나 하나 세서 바코드를 찍으면 된다. 로봇 자체는 꽤 비싸겠지만, 이런 로봇은 가성비가 꽤 높을 것이다. 높은 언어 구사 능력도 필요 없고, 그냥 특정 작업을 반복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탑재되는 인공지능이 단순하다. 당연히 GPU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각 가정마다 집안일도 대충 말해도 대신 척척 해주고, 농담도 받아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급될 것이라는 얘기는 어떨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이미 인간처럼 말하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GPU를 많이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다. 한 개당 가격은 3000만원이 넘는 GPU를 5개~10개는 써야 한다. 당연히 전력 소모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형태의 가정용 로봇도 보급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한다면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다.

Q. 최근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기술적 화두는 무엇인가.

A. 무어의 법칙(반도체 칩의 성능이 18개월~24개월마다 두 배씩 향상된다는 법칙)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점이다. D램 시장에서부터 무어의 법칙이 끝나가는 게 감지된다. 어떻게 보면 HBM도 이를 극복해보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중 하나로 봐야한다.

HBM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비싼 비용을 감내하고 사용하겠다는 엔비디아의 ‘GPU’가 등장하며 시장이 크게 확장됐다.

하지만 HBM에도 결국 한계는 있다. HBM은 칩을 여러 겹 쌓는 것이다. 그런데 무한대로 칩을 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겹 한겹 쌓는 것 자체가 원가를 높이고, 수율은 낮춘다.

Q.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 기술 발전의 끝은 어디라고 보나. 기술 발전이 한계에 부딪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건가.

A. 제조 관점에서 성능의 구분은 사라지게 될 것 같다. 그럼 결국 파트너들과의 관계, IT 기업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지금도 사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메모리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지원을 잘 해주거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 등이 이를 방증한다.

기술이 한계에 부딪칠수록 반도체 외의 주변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진다. 고객의 비즈 자체를 깊이 이해할수록 한국의 두 회사 영향력이 유지될 것이다. 무어의 법칙이 제공하던 제조 기반의 해자를 고객과의 관계라는 새로운 해자로 바꿔야 한다.

반도체 연구개발 [사진=연합뉴스]
Q.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부상은 어떻게 보고 있나.

A. 중국은 이미 2015년에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00조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술 격차는 극복하지 못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고, 살벌하다는 뜻이다.

칩의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더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해진다. 반도체 밀도를 높이기 위해 최고의 장비를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들여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은 이런 최신 장비를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미 메모리 반도체 분야만으로도 기술 격차가 있는데, 그 외 장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면. 한 국가가 이를 모두 극복해 내기는 너무 어려운 일로 본다.

Q.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A. 인공지능 관련 책을 쓰고 있다. 여러 기회를 물색하다 새로운 게 나타나면 점프해서 들어가는 게 내 스타일이다. 그게 새로운 회사일 수도 있고, 창업이 될 수도 있다.

저서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반도체 제국의 미래_정인성 작가
‘칩워’가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 구도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 도서라면,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반도체 산업의 거대한 역사를 심도 있게 파고든 도서다.

저자는 반도체의 태동부터 오늘날 인텔, 삼성전자, TSMC 등 거대 기업들이 글로벌 패권을 거머쥐기까지의 결정적 변곡점들을 공학적 지식과 인문적 통찰을 더해 입체적으로 해설한다. 특히 각 기업이 경영상 내린 전략적 선택이 어떤 결정적 차이를 낳았고, 결국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로 이끌었는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반도체 산업 발전의 역사로부터 이 시장이 ‘승자 독식’ 시장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아가 반도체의 미래 기술패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려는 사람이라면, 또는 반도체업에 뛰어들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투자와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맹자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 했다. 배가 채워지지 않으면 도덕을 실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정에서도, 국가 단위에서도 경제가 바로 서지 않으면 평화로움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믿는다. 투자, 금융, 기술과 관련한 책을 집필한 저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항산(恒産)’의 비법을 엿보자는 취지에서 ‘딥 머니 토크’를 기획해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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