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에 고무된 韓 '김건희 리스크' 직격…독대에서 통할까
특검법 염두? "특정 절차 아닌, 당연한 것 말씀드려"
대통령실, 도이치 불기소 처분 나온 날 '절차' 언급에 불쾌감
친윤계 의구심…"재보궐 선방이 한동훈 덕분?"
친한계 "대통령실과 결이 다르게 말한 부분이 먹혔다"
10·16 재보궐 선거에서 선방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김건희 여사 비판'이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선거 승리는 아니지만,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이어 공천 개입 논란까지 '김건희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져간 가운데 지지층 결집에 성공해낸 것에 힘 입은 모습이다.
한 대표는 부산 금정에서의 승리를 동력 삼아 다음주 초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해결을 직접 언급할 예정이다. 다만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상대로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친한계 내에서도 미온적인 반응이 나온다.
선거 전날에도 다음날에도 '김건희' 비판…선거 결과 분석은 제각각
그러면서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 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날 한 대표의 발언은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닌 분의 라인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지난 15일 발언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경했다.
당장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날 한 대표가 이에 동조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언짢아하고 있다.
한 대표는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하실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국민 우려를 불식시켜 드릴 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이 낸 '김건희 특검안'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듯한 발언으로 읽힐 수 있다. 재보궐 선거 선방에 이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양측 간 갈등 수위를 오히려 끌어올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
선방 놓고도 엇갈린 해석…독대 예고편?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동훈 지도부'는 한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 쇄신을 촉구한 것이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봤다는 자평이 나왔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한 대표가 금정에 가서 김 여사 문제나 이런 부분에 대해 (대통령실과) 결이 다르게 말한 부분이 먹혔다고 본다"며 "현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욕해도 안 먹힌다. 김 여사 부분은 털고 가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왜 그렇겠나"라며 "(지지율 하락) 흐름을 계속 타고 가야 됐느냐? 국민이 원하는 건 여기서 정리하고 쇄신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지난 10일 윤일현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한계 의원들이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보도가 나왔다'는 질문을 받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유세 현장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견제를 분명히 했었다.
이에 대해 한 친한계 의원은 "당정 갈등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투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현장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는데, 민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위기감까지 고조됐다"며 "이 와중에 김 여사 악재가 너무 커지면서 '이러다 정말 지겠다'는 우려 속에 한 대표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니 투표장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반면 친윤계 내에서는 "선거에 이기러 와서 자기 편을 공격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인식을 보였다. 재보궐 선거와 맞물려 터진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리스크의 진폭은 더욱 깊어졌지만, 친윤계의 인식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친한계 내에서도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공세 펴듯 꺼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표가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하는 '빈손 만찬'을 미리 경계하는 듯한 속내가 반영된 시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총선 참패 후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텃밭을 지킨 것만으로는 지지자나 여론의 동향, 한 대표 효과를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놓고 대통령실에 압박을 가한다고 해도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버틸 여력이 얼마든지 있다.
또다른 친한계 의원은 "한 대 더 맞을 걸 덜 맞았다고 훌륭한 감독이라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다음주 독대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에 대한 해결책들을 모두 꺼내 놓고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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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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